[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85화 캄보디아 가수의 97일 마라톤과 모금액 47만 달러

기사입력 : 2022년 03월 18일

85-03▲ 직년 1월10일에 97일간의 자선 마라톤을 마친 캄보디아 가수 Sai 씨

2020년 10월말 캄보디아에 계시는 한국인 음악가 분으로부터 어떤 캄보디아인이 전국을 달리며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에는 그분으로부터 ‘Say’ 또는 ‘Sai’라는 영어 이름자만 들었던지라 쉽사리 정보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검색을 포기하고 머릿속에 미해결 과제로 남긴 채 시간이 흘러서 어느덧 새해 1월이다. 그리고 마침내 최근 카카오톡 교민 뉴스지 그룹을 통해서 그 마라토너의 완주 소식을 접하면서 그를 달리게 했던 의지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Sai(본명: Uon Pakthom)’라는 예명으로 평범하게 가수 활동을 하는 캄보디아의 젊은 아티스트였다. 재작년 10월6일부터 99일 동안 전국 21개주를 매일 40km씩 달려서 완주하기로 정했는데, 당초보다 이틀 앞당긴 지난 1월10일에 최종 목적지 프놈펜에 도착했다. 그러한 도전을 통해 무려 47만 달러의 모금액을 일반인으로부터 조성하고 앙코르아동병원(AHC)을 후원했다. 그저 달렸을 뿐인데 캄보디아인의 1달러 모금행렬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러한 성원은 그를 계속 달리게 했을 듯하다.

2020년11월23일자 트마이(Thmey) 뉴스는 전국을 달리던 Sai 씨를 동행 취재한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이를 참고해서 그가 달린 취지와 모금방법을 간략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기자: ‘Sai와 함께 자선 달리기’ 캠페인을 조직한 이유는 무엇이며 수혜자로 AHC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Sai: ‘Sai와 함께 자선 달리기’를 조직한 이유는 저의 3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의 생일 이벤트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자선 캠페인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더욱이 AHC는 과거에 제 친척 아이의 목숨을 살렸기 때문에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병원의 설립과 운영목적을 이해하고 깊이 감사하게 됐습니다. 또한 저도 캄보디아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기자: 벌써 40일 이상 수백 km를 달렸는데, 모금을 위해 굳이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Sai: 물론 모금활동을 위해 달리기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겠지만 저로서는 크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가 달리는 모습을 통해서 의사들의 노고를 알리고 병원치료가 필요한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전할 수 있는 듯합니다. AHC의 의사들은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멈추지 않습니다. 저도 99일 동안 더위와 비에 관계없이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부모들은 자녀가 필요한 치료를 받도록 병원을 방문하길 바랍니다.

기자: 지금까지 특히 1달러 챌린지를 통해 AHC에 막대한 돈이 기부됐는데,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다고 보는가?

Sai: 1달러 챌린지 도입에 앞서 적절한 타이밍을 위해 먼저 캠페인의 취지, 병원의 사명과 목표 등을 정확히 알리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보통의 경우에 기부라고 하면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막대한 금액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를 바꾸고자 약간의 돈으로도 기부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11월11일부터 1달러 챌린지를 추진했으며, 이를 통해 캄보디아의 나눔의 문화를 대변하고자 합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AHC의 후원계좌로 1달러만 기부하면 되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것으로 보아 효과적인 캠페인입니다.

85-06▲ 어린이와 주민들에게 무료로 의료서비스 및 보건교육을 진행하는 앙코르아동병원

이상에서 각계로부터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며 성공을 거둔 Sai 씨의 고생스러웠을 여정은 한편으로 캄보디아가 코로나 19 영향 하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알게 했다. 즉, 그를 달리게 만든 앙코르아동병원(AHC)은 작년에 팬더믹의 영향으로 막대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시엠립주에서 무료로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병원은 국제NGO ‘국경없는 친구들’의 후원으로 1999년에 설립됐다. 현재 독립적인 비영리 소아의료병원이자 보건교육병원으로서 캄보디아 전역의 수백만 어린이와 주민이 수혜를 입는다. 의료진 500명이 매년 어린이 18만 명을 치료하는데 드는 최소 6백만 달러의 비용은 모두 기금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팬더믹에 따라 많은 국내외 기부자들은 어려움에 직면했고 기부는 중단됐으며 모금활동도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두려움으로 취소됐다. 이에 따라 병원은 2020년 첫 5개월 동안 기금 모금액이 30%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병원예산은 크게 줄었어도 어린이 환자수는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어린이를 계속 무료로 치료하고 아동복지 향상에 기여하도록 일반의 적극적인 기부를 호소해야 했다. 이를 접한 Sai 씨가 기금모금을 위해 몸을 던져준 덕분에 최근 병원은 재정적 어려움을 견뎌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80-이영심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