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70화 캄보디아 산지킴이 춧 웟티(Chut Wutty)

기사입력 : 2021년 09월 16일

수정됨_70-03▲ 환경운동가 춧 웟티(팔을 들고 앉아있는 사진)가 불법벌목 감시 활동단과 함께 한 모습

춧 웟티(1972-2012)는 캄보디아의 환경운동가로 천연자원보호단체(NRPG)의 대표였다. 그는 토지를 양허받은 회사가 산림보호지구에서 불법적으로 벌목을 자행하도록 군대가 관여하고 부패에 연루됐다고 강도높게 비판한 활동가였다. 추모영상 “I Am Chut Wutty” 속에서 그는 항상 목숨을 내놓은 채 수많은 활동가들 사이에서 구심점이 됐고, 위험이 목전에 온 상황에서도 망명 제의를 뿌리치는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불법벌목을 규탄하면 군대의 공격을 받고 동료 활동가에게 겨우 구출되던 장면은 캄보디아 환경운동가의 일상이었다.

이처럼 목숨이 아슬아슬하던 그는 2012년4월26일 꺼꽁주 몬돌쎄이마지구 박클랑면에서 총격으로 40세에 숨졌다. 당시 언론인 2명과 끄러완산(Cardamom Mountains)에서 자행되던 불법벌목을 조사하고 증거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무장한 헌병이 나타났고 카메라를 뺏으며 총질이 시작됐다. 급히 운전해서 도망치려 했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언론인 2명은 숲으로 도망쳤지만 그는 차 안에서 날아든 총알을 피하지 못했다. 뒤이어 새로운 총격이 들렸고 또 한 명이 차량 밖에서 즉사했는데 바로 춧 웟티를 죽인 헌병이라고 한다.

그 해 10월4일, 꺼꽁주 1심법원은 헌병 은라따나(In Rattana)를 의도치 않게 살해한 혐의로 민간회사 경비병 란보뢋(Ran Boroth)을 재판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춧 웟티의 살해 용의자 1인으로 낙점됐고, 란보뢋은 헌병의 총격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이 발생했다고 진술함으로써 징역2년, 집행유예 18개월을 선고받아서 11월3일에 풀려나버렸다. 그리고 2013년5월5일, 정부합동 수사위원회는 춧 웟티 살해사건의 용의자 은라따나가 죽었기 때문에 기소자 없음으로 결론내리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수정됨_70-04▲ 춧 웟티 추도 2주년

이를 둘러싸고 환경운동가들은 관계당국이 오히려 법을 준수하지 않아서 캄보디아의 삼림벌채와 야생동물 및 기타 천연자원의 파괴를 부추긴다고 한탄한다. 특히, 환경과 천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일하는 활동가들은 항상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고, 불법과 부패를 조사하고 밝히려고 하면 오히려 관계당국으로부터 부당하게 구금되는 경우가 많다. 캄보디아 정부가 NGO나 활동가들에게 임업 및 천연자원 보호에 앞장서도록 촉구하면서도 환경운동가들의 안전에는 무관심하고 보호하지 않는다고 비판받는 대목이다.

환경운동가 춧 웟티처럼 캄보디아에서 천연자원 보호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종종 투옥되고 위협을 받고 총에 맞아 죽는 일이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그러나 국가의 재산을 훔치는 무역상과 부패한 관리들이 법의 심판대에 나타나는 경우는 없었다. 지난 2018년, 춧 웟티의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은 2012년 꺼꽁주에서 발생한 살해사건 6주년을 맞아 정부와 당국에 정의구현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파이씨판 정부 대변인은 춧 웟티 살인사건에 대해 여러 단체의 항소는 가능하겠지만 법적효력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캄보디아 정부의 이같은 처사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그의 활동의 숭고한 가치를 기리고자 했다. 2014년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활동에 존경을 표했고, UN 산하의 산림협력체(CPF)는 삼림문제에 지대하게 공헌한 그를 기리며 국제삼림보존운동가상(Wangari Maathai Forest Champion Award)을 수여했다. 2015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영화 “I Am Chut Wutty”는 환경운동가 춧 웟티가 깜뽕톰주의 쁘레이랑 숲 보호활동중에 군대로부터 공격받는 실제 영상과, 그가 살해되던 현장에 함께 있던 언론인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다.

수정됨_70-06▲ 불법으로 벌목되어 베트남으로 유출되고 있는 캄보디아의 나무

촛웟티 사후에도 달라진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것은 캄보디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탐욕스러운 사업가와 밀매업자들의 산림훼손은 계속되고 엄벌에 처하겠다는 훈센 총리의 엄포에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 환경부는 2019년까지 매년 1천여건이던 불법벌목 단속건수가 2020년 4개월 동안에 무려 2천건이상 적발됐다고 한다. COVID-19 팬더믹 때문에 온갖 단속을 통해 일반인 호주머니를 털기로 작정한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부지런을 떨며 엄격한 법집행을 선전하고 있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