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최고의 화제작 & 제13회 한국영화제 개막작, 엑시트 이상근 감독 단독인터뷰

기사입력 : 2019년 12월 2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13회 한국영화제의 개막작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이 프놈펜을 찾았다. 제13회 한국영화제가 지난 12월 6일에서 8일까지 사흘에 거쳐 한국 영화 5편을 선보이며 캄보디아의 한국 영화팬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영화제 마지막날인 8일, 이온몰 1 메이저 시네플렉스에서 <엑시트> 이상근 감독과 캄보디아 영화팬의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현장에서 뉴스브리핑캄보디아는 이 감독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장면 장면마다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온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전한다.

▲ 12월 8일 엑시트 이상근 감독 무대인사에 영화 엑시트와 환영해요 이상근 피켓을 들고 반기는 캄보디아 관객들

▲캄보디아 관객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이상근 감독

(기자) 청룡영화제 신인 감독상 정말 축하드립니다. 저는 깐느 영화제에 온 줄 알았어요. 관객분들이 박수를 계속 치셔서 (웃음)

저는 이 영화가 캄보디아인들에게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게 처음에 고희연 장면있잖아요. 캄보디아가 파티문화가 되게 발달된 나라거든요, 모두들 나와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요. 캄보디인들에게 이질감이 적게 다가오겠다 생각했어요.

(이상근 감독) 사실 주 타켓층은 국내를 보고 했는데,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거라고 말장난을 하곤 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 생경하지만 신선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캄보디아가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하셨으니까, 이런 부분이 캄보디아분들께서 편하게 받아주신다면 이해가 빠르신거 같기도 하고요

(기자) 영화를 보고 나서 후기를 보면서 재밌게 느꼈는게 도시 미관을 해친다고 지탄 받는 우리나라 도심 특유의 간판들이 이 사람들을 살리는 도구로 활용됐다는 게 참 재밌게 느꼈거든요. 기억에 남는 반응들이 있다면?

(이상근 감독) 저는 그 용어가 많이 와닿는게, 하이퍼리얼리즘. 되게 한국적이다. 초한국적이다.. 인터넷용어로 ‘찐한국’ 같은 거. 너무 한국적이라 한국인이 이해하기에 쉬운 이미지와 문화가 많았고. 사실 우리가 게딱지가 간판에 붙어있으면 이상하진 않잖아요. 외국인들이 보시기엔 굉장히 생경하게 보더라고요. 용남의 가족들도 외국에서는 저런 미친 가족들이 한국에 진짜 있나요? 하는 얘기도 들었는데 저는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얘기를 하긴 했거든요. 글로벌 시장으로 염두하고 만든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경험한 도시의 이미지들, 무질서한 간판의 배열들이나 색색깔의 도시의 이미지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는 굉장히 익숙하지만 재난상황에 맞닥드렸을 때 어떤식으로 변화가 되고 이용이 될까 했어요.

(기자) 주인공인 용남(조정석)은 스크린에서 굉장히 비굴한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이러한 에피소드에서 감독님의 삶이 투영된 부분이 있나요??

(이상근 감독) 네, 많아요. 조카가 아는 척 안하고 지나간다거나, 제가 누나랑 가까운 데 살아서 조카랑 가끔 마주치는데 제가 낮에 햇볕 쬐러 나오면 저를 스윽 보다가 그냥 가요, 용남의 어머니가 가르마를 바꾸는 장면이 있는데 아직도 제 가르마에 대한 권한이 어머니에게 있어서요. 제가 이렇게 하고 다니면 내리라고 막 난리를 팍, 그래서 제가 딱 하고 거울에 서면 손이 들어오니까. 그게 제 삶이 반영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웃음)

(기자) 클라이밍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신 이유?

(이상근 감독) 클라이밍을 영화에 접목시켰던 것은 사실 큰 줄기의 스토리를 완성하고 나서 이걸 어떻게 상황들을 타개시키는 이야기를 진행시킬까 하다가 ‘빌딩숲’이라는 말을 떠올렸어요. 거기를 수평과 수직 이동성으로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과거의 어떤 동아리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사회에 나와서 아무런 쓸모가 없어 무용지물인 그런 상황에서 한 순간에 빛을 발하는 상황이 찾아오면 어떨까 생각한거죠. 사람들마다 저마다 능력이 다르잖아요. 갑자기 병을 잘 따거나 문을 잘 따거나 하는 적재적소에 활용되면 그 순간이 되게 시원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클라이밍이라는 것 자체가 수직과 수평 운동을 하는 건데 생존을 바탕으로 둔 운동이거든요. 어쨌든 작가로서 사회 현상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영화에 녹이고 싶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보면 ‘인생을 성공하려면 올라가야 한다’ ‘낙하하거나 떨어진다는 것은 실패’라는 의미가 크잖아요. 수직이동이라는 게 우리 삶과 크게 밀접하다고 보고 참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오르면 성공하고 실패하면 떨어진다는 거 자체가, 젊은이들의 삶과 상징적인 의미로서 보여줄 수 있겠다. 그리고 영화적으로 되게 재밌는 장면들이 많이 연출 될 것 같다라는 생각에서 하게 되었죠.

(기자) 영화 얘기에서 잠시 캄보디아로 넘어갈게요. 캄보디아 대표적인 영화 장르가 호러 아니면 코미디 아니면 호러코미디 밖에 없어요. 장르는 다양화 하고 싶은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게 어려움이 많아 보이더라고요. 이 감독님께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이상근 감독) 극명히 시장의 한계가 있어요. 아무래도 시장이 크지가 않고 스크린 수가 적다보니까 여건상 마련이 안 된 상황에서 시장이 크게 발전되기는 쉽지 않을 거에요. 컨텐츠가 많이 생산되고 국민들이 더 즐기게 되면 주변 여건들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기 때문에, 저는 젊은이들의 영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도전을 즐기고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젊은이들이 중요한데, 장르적인 것들은 현지에 있는 감독님들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공포영화를 하는 이유가 있어요. 그게 돈이 되니까. 영화계에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거든요 코미디 영화가 작년에 히트를 치면 우호죽순처럼 생겨나요, 공포영화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보다는 다른 장르에 대한 도전정신과 모험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있잖아요 사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단 장르적인 다각화를 시키는 용기 있는 도전이 필요하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