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말보로의 추억

기사입력 : 2012년 10월 30일

어느 누가 가슴에 묻어 둔 사랑 하나 없을까? 사랑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 막연히 좋아만 보였던 사랑 같지도 않던 사랑이 소슬한 바람이 불어오는 밤에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한번만, 다시 한번만 만나코픈 사랑이 왜 없을까? 그리고 괜히 애틋한 마음은 무엇일까?

1800년대 말 미국에서 있었던 일. 지금의 MIT 공대의 전신인 학교를 다니는 가난한 고등학생이 있었는데 지방유지의 딸과 사랑에 빠졌었다. 여자 집안에서 둘 사이를 심하게 반대해서 갈라놓기 위해 여자를 멀리 친척집에 보내버렸지. 남자는 그녀를 찾기 위해 몇 날 며칠을 헤매 다녔어. 그러다가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결국 그녀를 만나지 못하고 터덜터덜 그녀의 집 앞으로 갔는데 마침 그 날은 그녀가 집에 돌아오는 날이어서 둘은 반갑게 서로를 맞이했지. 신파조 영화 속의 슬픈 눈동자를 하고서 말이야.

그런데 여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였어. ‘나 내일 결혼해…’ 망연자실한 남자. 겨우 정신을 차려 하는 말. ‘내가 담배 한대 피우는 동안만 내 곁에 있어줄래?’ 라고 말했고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단다. 남자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지. 그런데 그 당시 담배는 지금처럼 필터가 있는 담배가 아니라 입담배였었어 종이에 말아 피는 … 몇 모금 빨면 금새 타 들어가지. 마치 연기가 되어 사라져버리는 서글픈 사랑처럼…

온 세상이 다 무너지는 것만 같은… 슬픈 적막의 시간이 흐르고 여자는 돌아갔고.. 어찌 할 수 없는 남자는 가눌 길 없는 슬픔에 하염없이 담뱃불을 붙이고…둘은 그걸로 끝이었어. 남자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후에 친구랑 동업을 해서 세계 최초로 필터가 있는 담배를 만들기 시작했지 그리고 백만장자가 됐지. 말보로를 사랑으로 그리며…

세월이 흐르고 남자는 그 여자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남편도 죽고 혼자 병든 몸으로 빈민가에서 외로이 살고 있다는 거였어. 남잔…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겨울날 하얀 벤츠를 타고 그녀를 찾아갔어 그리고 말했어. 나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나와 결혼해 주겠어? 여자는 망설이다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남자는 다음날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고 돌아갔었지. 다음날 남자가 여자를 찾아갔을 때 발견한 건 목을 매달고 죽어있는 그녀의 싸늘한 시신이었어.

그 다음부터 남자는 자기가 만드는 담배에 Marlboro 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지. 그런데 말보로의 뜻이 뭔 줄 아세요?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 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사랑을 기억한다. 젊은 시절 저도 꽤나 말보로 피웠답니다. / 정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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