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플랫하우스 이야기

기사입력 : 2016년 06월 23일

캄보디아 도회지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는 플랫하우스다. 폭 4~5미터, 길이 10~20미터의 장방형의 대지 위에 2층이나 3층으로 올린 집이다. 맨 아래층은 층고가 보통 4미터가 넘는데, 전반부에는 높은 천정을 가진 거실 겸 생활공간을 두고, 그 후반부에는 샌드위치 층을 두어 위에는 한두 개의 방을 앉히고 그 아래는 보통 주방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2,3층에 각 층마다 두세 개의 방이 있다. 건물의 앞뒤 길이가 길면 2,3층에 방이 보통 세 개, 짧으면 두 개 정도의 방을 만든다. 건축 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폭 20cm 정도의 시멘트 철근 골조를 세우고 벽은 구멍이 숭숭 뚫린 적벽돌을 쌓아 올린 다음 양면에 시멘트를 바른다. 바닥에는 타일을 깔고 실내 벽체는 시멘트나 타일로 마감한다. 복잡한 배관을 하지 않아 벽체가 얇고 단열재도 쓰지 않지만 황토흙을 성형해서 구워 낸 벽돌로 짓기 때문에 단열 효과가 높다.

앞뒤로 길고 계단을 통해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구조라 아파트에서 익숙한 외국인에게는 생소하게 보인다. 그러나 캄보디아에 좀 살다 보면 이런 형태의 구조가 의외로 편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거실 겸 생활공간과 주방이 있는 맨 아래층이 공동생활 구역이라면, 2,3층은 개인 생활 구역으로 층별, 또는 방별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아파트는 면적이 좀 넓다 하더라도 여러 세대가 살기에는 좀 불편한데, 플랫하우스는 세대별로 층을 달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가족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캄보디아의 가족 구성원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플랫하우스는 한 채를 독립적으로 짓기보다는 여러 채를 옆으로 잇대어 같은 구조로 지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2,3층짜리 똑같은 집들이 옆으로 20~30세대가 쭉 붙어 있는 플랫하우스 단지도 흔하다. 특히 최근에는 넓은 땅을 확보해서 거기에 수백 세대의 플랫하우스를 지은 다음, 개인에게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사업이 활황을 이루고 있다.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건축비를 줄여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업 전략이다. 요즘 지어지는 플랫하우스는 내부 구조와 시설,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써서 아파트 못지않게 편리하고 쾌적한 주거 공간을 구현하여 고객의 관심을 끈다. 갈수록 고급화되는 추세다.

플랫하우스는 단지 주거 공간만으로 쓰이지 않는다. 상업지역이나 대로변의 플랫하우스는 상업적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래층 넓은 공간을 이용해서 장사를 하거나 사무 공간으로 꾸며 각종 비즈니스를 수행하기도 한다. 규모가 좀 큰 매장이나 사무실, 학원 같은 경우에는 플랫하우스 두세 동을 하나로 터서 함께 쓰기도 한다. 또, 플랫하우스 전체가 상업용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아래층은 업무 공간으로, 위층은 주거 공간으로 구분해서 쓰이는 경우도 많다. 규모가 큰 회사가 많지 않고 소규모 사업이 주종을 이루는 캄보디아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얼마 전에 결혼한 애가 플랫하우스를 사고 싶다고 해서 몇 군데를 둘러보았다. 대규모 택지에 수백 채의 플랫하우스를 지어서 분양하는 곳을 찾았는데 집값이 만만치 않았다. 앞뒤 여유 공간이 좁은 2층짜리가 12만 달러, 그보다 조금 긴 구조의 플랫하우스는 보통 15만 달러가 넘었다. 7만 달러 가지고 살 수 있는 플랫하우스는 없었다. 집값의 50% 정도를 분양 회사나 은행에서 장기 융자를 해 준다고 하지만 그것을 이용한다 해도 사회 초년생 두 사람의 급여로는 원리금 상환도 하기 어렵다. 최근 프놈펜 신시가지 지역에 새로 지어진 플랫하우스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땅값 집값은 오르기만 한다. 극소수의 부유층이 대부분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 공급에 의한 가격 형성이 안 돼서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