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열악한 도로 사정

기사입력 : 2015년 11월 03일

우기가 끝날 무렵이 되면 프놈펜 시내 도로 곳곳에는 구덩이 천지다. 자주 내리는 비에 지반이 약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면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주요 간선도로에도 파인 곳이 많아서 차를 가지고 나가면 늘 신경 써서 운전을 해야 한다. 포장이 안 된 지방도로는 상태가 더 심각하다. 도로가 진흙밭으로 변해서 차량은 물론 오토바이 통행이 어려운 곳이 많다. 침수가 돼서 우기 몇 달 동안 아예 길이 끊기는 일도 있다. 이맘때쯤이면 해마다 되풀이되는 광경이다.

캄보디아에는 여섯 개의 국도를 기반으로 크고 작은 도로망이 연결되어 있다. 국도는 프놈펜을 중심으로 부채꼴 형태로 뻗어 나가는데, 프놈펜과 베트남 호치민을 잇는 1번 국도로 시작해서 시계 방향으로 6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교통량이 많고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는 도로는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구간의 4번 국도다. 시아누크빌에 국제항이 있어서 수출입 컨테이너 차량과 화물 트럭이 특히 많이 다니고 해변 휴양 도시 시아누크빌을 오가는 일반 차량들도 많이 이용한다.

그 다음으로 교통량이 많은 도로는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과 프놈펜을 잇는 6번 국도다. 인구가 많이 밀집해 있는 북동부 북서부 지방으로 통하는 도로라서 크고 작은 버스 교통량이 많다. 그러나 다른 국도와 마찬가지로 왕복 2차선인데다가 도로 폭이 좁고 교통량이 많아서 프놈펜에서 314km 떨어진 시엠립까지 가는 데는 버스로 보통 5시간 이상 걸린다. 현재 도로 확장 공사가 거의 마무리돼서 도로 사정이 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지원으로 몇 년 전에 새로 단장된 1번 국도는 상태가 좋은 편이다. 크루즈선으로 건너던 메콩강에 다리가 새로 생겨서 베트남 호치민까지 가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프놈펜에서 깜폿으로 이어지는 3번 도로도 몇 년 전에 새로 포장돼서 도로 상태가 좋은 편이다. 그렇지만 그 밖의 국도는 한국의 지방도만도 못하다. 국도에서 갈라져 나가는 지방도는 거의 비포장이고 교량이 없는 곳도 있어서 바지선을 이용해서 강을 건너기도 한다.

자급자족하던 농경 사회에서 인적 물적 이동이 전제된 산업 사회로 변모하면서 도로는 국가나 사회 발전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 활동을 증진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도로다. 이런 면에서 캄보디아의 열악한 도로 사정은 국가 발전과 국민 생활 향상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가동중인 대부분의 제조업 시설들이 프놈펜 근교와 그 남부 지역에 위치해 있는 것도 물류 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수와 수출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물류 여건 때문이다.

장차 캄보디아에서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조건이 유통망이다. 캄보디아에서 소비되는 많은 야채와 과일들이 지금은 주로 베트남에서 수입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 부분은 기후 조건이나 토질로 볼 때 산지가 발달되어 있고 비옥한 토지를 가지고 있는 캄보디아 여러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도로 사정 등 열악한 물류 체계로 인해 수익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국민 생활의 편익을 제공해 주고 경제 활동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도로를 확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인천대교 건설비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의 캄보디아 1년 예산으로는 도로 건설과 유지에 투지할 여력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차량과 오토바이가 매년 10% 이상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