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한국에서 배워라

기사입력 : 2015년 09월 30일

“한국에 가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할 게 너무 많아서…”
“네가 공부할 분야가 환경 정책이니까 우선 한국이 환경을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 살펴보고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캄보디아에 적용할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세워 봐. 보고 배울 것이 천지에 깔려 있을 거야.”

대학에서 환경학을 공부하고 캄보디아 환경부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한국 환경부 초청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곧 한국에 들어갈 유학 예비생을 도우면서 나눈 대화다. 환경 전문가는 아니지만 반세기에 걸쳐 눈으로 보고 체험한 한국의 환경 문제와 변화 단계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다 보니 들려 줄 얘기가 무궁무진하다.

아열대 기후를 가진 나라인데도 숲다운 숲을 보기 어렵고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도 황량하고 메마른 들판이 펼쳐져 있는 지금의 캄보디아는 50여 년 전 한국의 자연 환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 무분별한 벌목이 이루어졌고, 정부의 규제와 단속으로 줄어들기는 했으나 최근에도 산림 훼손이 계속되고 있다. 지방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서민들의 취사에 사용되는 기본 땔감이 숯이나 나무라서 산림 훼손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50여 년 전 한국이 그랬다. 전국이 민둥산 천지였다. 난방과 취사를 위한 땔감은 당연히 나무였고, 전국이 민둥산 천지였다. 산림 훼손은 곧 각종 자연 재해를 가져왔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대적인 산림 정책이 추진되었다. 벌목과 벌채를 규제하면서 산림녹화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나갔다. 일부 지역을 그린벨트로 묶어 개발을 엄격히 규제하기도 했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전국의 어디를 가도 울창한 숲을 만날 수 있다. 캄보디아와 같은 열대 우림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밀림 지역이 한국 곳곳에 있다. 어디 그뿐인가. 자연을 되살려서 쾌적한 생활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도시의 변모 과정도 눈여겨 볼만하다. 폐수가 흐르던 개천을 정화해서 물고기가 사는 환경으로 바꾸고, 곳곳에 녹지와 공원을 조성해서 시민 여가 공간으로 바꾼 사례를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지금 프놈펜에서 수거되는 쓰레기는 어떻게 하지?”
“쓰레기 하치장으로 보내서 매립하고 있어요.”

한국도 그랬다. 서울의 쓰레기가 모여 난지도 같은 거대한 언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지금도 도시의 쓰레기 처리 문제는 모든 도시가 안고 있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쓰레기를 소각해서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등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 하는 방안 등이 끊임없이 모색되고 있다. 앞으로 대두될 캄보디아의 환경 문제를 푸는 열쇠가 여기에도 있다.

“캄보디아의 지금 형편은 50년 전 한국보다 훨씬 좋다. 인구에 비해 땅이 넓고 도시 거주 인구가 적다. 특히 환경 공해를 유발하는 공장이나 유해 시설이 별로 없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렇지만 인구의 도시 집중화와 산업화, 국토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환경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가서 잘 살펴봐라. 한국에 해답이 있다. 한국을 공부해라. 그리고, 거기서 캄보디아의 미래 환경을 설계해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