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기회의 땅이라고 하지만

기사입력 : 2015년 07월 30일

농장을 하는 분이 농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데 쓸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해 두 달 이상을 가슴앓이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주위 사람들을 통해 후보자를 소개 받기 대여섯 번, 번번이 허탕을 쳤다. 경험도 없고 능력도 없고 일할 자세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다 갖춘 것처럼 얘기하고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런 약속 저런 약속을 해 놓고는 그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서 어느 정도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면 되는데, 그렇게 어려울 수가 있을까? 캄보디아에서 이런 저런 사업을 하는 분이라면 흔히 겪는 문제다.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쓸 만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사업의 시작이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는 그게 그리 쉽지 않다. 능력이 있고 책임감이 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첫째는 교육과 훈련 시스템이 취약해서 그렇고, 둘째는 능력과 경력에 따른 객관적인 보수 체계가 잡혀 있지 못해서 그렇다. 기본이 갖춰지지 못한데다가 업무 수행성과에 따라 대우를 받지 못하다 보니 개인 역량의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고 인재로 키워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업의식이나 직업윤리가 제대로 서지 못한다.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동화책을 보급하는 일을 도운 적이 있다. 한국의 자선단체에서 뜻있는 분들로부터 돈을 모아 한국과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동화를 여러 권의 책으로 만들어 캄보디아 전국의 초등학교에 책을 보내 주는 사업이었다. 수만 권의 책이 캄보디아에 도착할 무렵 문제가 생겼다. 전국의 초등학교에 책을 배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줘야만 책을 받을 수 있다는 교육 관련 부처의 답변 때문이었다. 배포비와 배포 방법 때문에 1년 가까이 책을 쌓아 놓아야 했다. 결국 책을 직접 전달하지 못하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지방 소재 NGO를 통해 두세 개 지역의 일부 학교에만 책을 배포하고, 프놈펜 소재 학교는 일일이 찾아다니며 책을 나눠 줘야 했다. 도와주면 고마워하고 뒷일은 자신들이 흔쾌히 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이 캄보디아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을 위해서 봉사한다는 공무원의 기본 자세가 부족하고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되지 못해서 그렇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돌아오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도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또, 중앙과 지방 학교를 잇는 행정이나 물품 전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우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택배망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지방에 서류 한 장 보내는 일도 캄보디아에서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기본적인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아 무슨 일을 하기가 무척 어려운 나라가 캄보디아다.

캄보디아를 흔히 ‘기회의 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수년간 아무리 둘러봐도 할 만한 일이 별로 없고, 될 만하다고 판단해서 뛰어들어도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없는 것이 많고 부족한 것이 천지라 사업 거리가 흔한 것 같지만 정작 그것을 시작하면 앞이 탁탁 막히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정해진 법과 규정에 따라 일을 할 수 없고, 엉뚱한 곳에 돈을 써야 하는 일이 빈번하고, 원하는 만큼의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아 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캄보디아를 ‘기회의 땅’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