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어떻게 공부하나

기사입력 : 2015년 07월 30일

“다른 데서는 하루 2시간 공부하면 끝나는데 여긴 왜 5시간 이상 가르쳐요!?”

공부하는 시간이 길다고 불평하는 학생들이 있다. 비좁은 교실에 틀어박혀서 5시간 이상 강의를 듣고 책과 씨름해야 하니 그 어려움을 어찌 모르랴. 그렇지만 촉박한 기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 시험을 통과하려면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학습량을 늘려 주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것밖에.

한 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자리가 잡힌다. 쉬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학생도 있고,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공부에 매달리는 학생도 여럿 나온다. 이렇게 두세 달만 지나면 성적이 부쩍부쩍 올라서 시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학습 관리가 중요하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이런 습관을 갖게 하고 학습 집중도를 높이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학생이면 당연히 공부에 몰입하고 치열한 경쟁이 수반되는 한국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학생들은 공부를 어떻게 할까? 학교나 가정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우선 캄보디아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은 한국 학생들의 반도 채 안 되는 것 같다.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기껏해야 하루 3시간 남짓이고, 학생들이 교실 수업 이외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학습실이나 도서관을 운영하는 학교도 거의 없다.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학교는 수업 들으러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캄보디아 학생들은 입시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간의 학력 경쟁이 느슨하고 학습 열기가 약하다. 학습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라면 놀면서 슬금슬금 공부해도 상위 성적을 유지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한국의 학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캄보디아 학생 전체의 학력 수준과 개개인의 지식 수준이 현저하게 낮다. 젊은이들과 대화를 해 보면 그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중등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 만한 수준의 물음에도 시원한 대답을 듣기 어렵다. 절대적인 지식량의 빈곤 탓이다.

현대는 공부가 밥 먹여 주는 시대다. 학력과 능력에 따라 일자리가 결정되고 그에 맞춰 수입이 생긴다. 노동력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던 농경사회에서 기능과 기술이 근간이 되는 산업사회로 변했기 때문이다. 인력이 필요한 시대를 벗어나 인재가 필요한 시대로 바뀐 것이다.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개인의 능력 신장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교육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선진국일수록, 발전이 빠른 나라일수록 국가의 교육 투자가 많고 개개인의 교육 열기가 뜨겁다. 교육 선진국은 이제 학교 교육의 범주를 벗어나 평생 교육 체제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다. 캄보디아의 교육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전공 분야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을 살피고 공부해라. 특히,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일하는지 잘 보고 몸으로 배워 와라.”

한국의 국비 유학생으로 뽑혀 곧 한국에 들어갈 학생에게 들려 준 말이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몇 년간 옆에서 지켜보며 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 영 미덥지 않았었는데 2년 뒤에는 확 달라져 올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