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프놈펜의 새로운 모습

기사입력 : 2015년 03월 12일

중앙분리대가 없는 도로를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가 뒤섞여 달린다. 시장 근처에는 시클로가 손님을 기다리고 서 있다. 거의 안전모를 쓰지 않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반대 차선을 넘나들며 길을 재촉한다. 시멘트 포장의 간선도로를 벗어나 이면 도로에 들어서면 포장이 안 된 도로가 대부분이다. 우기만 되면 곳곳이 진흙밭과 물웅덩이로 변해서 통행이 어렵다. 오토바이라도 지나가면 온통 흙먼지에 휩싸인다.

번화가 사거리나 공원 근처를 지나다 보면 남루한 옷차림에 풀죽은 표정으로 손을 내미는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게 되고, 강변에서 왓프놈을 지나 뚤꼭 안테나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는 밤마다 몸 파는 아가씨들이 듬성듬성 서 있다. 밤 9시가 넘으면 일부 유흥가를 빼고 프놈펜 전체가 어둠에 묻힌다. 간선도로 일부에나 가로등이 켜 있을 뿐 서민들이 사는 주택지로 들어서면 암흑천지가 된다.

주말이면 소리야 백화점(백화점이라기보다는 쇼핑센터지만))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크고 현대적인 쇼핑센터인데다가 매장 전체가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해서 구매 고객보다 아이 쇼핑 고객이 더 많다. 올라타면 저절로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는 시골 사람에게는 여간 신기한 물건이 아니다. 매장 위로 올라가면 피자집과 햄버거집이 있는데 매장 안은 늘 썰렁하다. 이것저것 골라 먹는 그 위층의 식당가는 사람들이 꽤 모이지만.

9년 전의 프놈펜 풍경이다. 요즘에 캄보디아에 온 분이라면 이게 무슨 소린가 할 것이다. 불과 10년이 안 된 기간에 프놈펜이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9년 전에 바라보았던 옥상에서 프놈펜 시내를 둘러보면 스카이라인이 확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곳곳에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 시야를 가린다. 20층이 넘는 건물들이 수두룩하고 30층 이상의 건물들도 있다. 간선도로는 물론 이면 도로도 대부분 잘 정비되고 포장되었다. 신호등과 가로등도 크게 늘어났다.

소리야 백화점보다 큰 대형 매장이 열 개 이상으로 늘었다. 얼마 전에는 소리야 백화점에 입주해 있는 가게 주인들이 시위를 벌였다는 기사가 떴다. 장사가 안 되니 월세를 내려 달라는 요구였다. 프놈펜에서 장사가 잘되던 쇼핑센터였는데 새로 생긴 대형 매장으로 손님을 빼앗겨 일어나는 현상이다. 중소형 슈퍼마켓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구멍가게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상가 밀집 지역은 묵은 때를 벗고 산뜻하게 단장된 매장들로 채워지고 있다. 판매 시설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카페까지 대형화 고급화 추세로 가고 있다.

2,3년 전에는 저지대를 메우는 덤프트럭의 행렬로 꼬리를 물던 프놈펜 서쪽 신시가지 지역은 동서남북 10여 킬로미터가 온통 공사판이다. 여기저기에 플랫하우스와 빌라가 수백 채씩 들어서고 건기를 이용해서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대부분 논바닥이었던 곳이 주택단지와 상업용 건물로 채워지고 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이에 따라 땅값이 가파르게 치솟아 10여 년 사이에 10배 이상 오른 곳도 있다고 한다.

프놈펜 개발 바람은 한국인이 일으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늪지대에 수 천 세대의 아파트와 상업용 건물을 짓는 캄코시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힘차게 출발했던 이 프로젝트가 중간에 멈추고, 그로부터 몇 년 뒤 이 일대에서 시작되는 신시가지 개발은 중국계와 캄보디아인 건설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상전벽해의 씨만 뿌리고 그 주역의 자리를 빼앗겨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