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교육으로 가능하다

기사입력 : 2015년 02월 17일

helmet

요즘 길거리에 나가 보면 헬멧을 쓰지 않고 다니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거의 찾기 어렵다. 백미러도 모두 달려 있다. 처음 캄보디아에 처음 왔을 때에는 운전자가 헬멧을 착용한 것을 보기가 어려웠다. 백미러도 거의 없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단속한 결과 헬멧 착용과 백미러 부착 실태는 100%에 근접할 정도로 좋아졌다. 지금도 도로 곳곳에서 경찰관들이 지켜 서서 단속을 계속하고 있다.

프놈펜 시내 대로에는 중앙 분리대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작은 길까지 교통 신호등이 설치되고 있다. 그 결과 차량이건 오토바이건 아무데서나 좌회전이나 유턴을 일삼던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신호등이나 중앙 분리대가 없는 곳에서는 여전히 차선 위반이 일어나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눈에 띄게 줄었다. 헬멧 착용이나 백미러 부착과 마찬가지로 강제력에 의해 질서가 잡혀 가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질서의식은 매우 낮다. 도로에서의 차선 위반, 불법 회전, 역주행, 끼어들기 등은 일상화 되어 있다시피 늘 일어난다. 이러한 의식은 비단 도로에서만 한정되지 않는다. 다중이 모이는 곳에서는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우선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의식이 새치기라는 자연스런 행동으로 나온다.

강제력에 의한 질서 유지는 사람의 의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당장 부닥치는 문제를 그 때 그 때 모면하려는 의식에 젖어 일시적인 행위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질서의식을 갖고 공중도덕을 실천하는 힘은 교육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일시적인 캠페인이나 단속이 아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생활 교육을 통해서 개개인의 의식을 바꾸어야만 향상될 수 있다.

그러나, 가정과 사회, 학교에서 이러한 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학교 교육만 하더라도 캄보디아어나 수학, 과학 등 기본적인 도구 교과에 치중되어 있고, 도덕이나 예체능 등 인성 교육에 필요한 부문은 거의 방치되고 있다. 짧은 시간의 교실 수업이 학교 교육의 전부나 다름없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을 길러 줄 기회도 없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비교적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현실주의가 강한 편이인데, 이와 같은 성향은 교육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학생들이 등교할 때와 하교할 때 학교에서 마주치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눈다. 눈을 마주칠 때 쭈삣쭈삣하는 학생은 십중팔구 신입생이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처음에는 무안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다가 일주일쯤 지나면 저쪽에서 먼저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생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숙사 학생들을 보면 교육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새로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기본 규칙을 알려주고 기존 학생들의 생활을 본받게 한다. 대체적으로 규율을 잘 지킨다. 몇 년간 운영해 왔지만 별다른 사고나 문제가 없었다.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무척 양순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질서의식을 높이는 일이나 도덕성을 길러 주는 일도 그리 어려운 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육으로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