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캄보디아

기사입력 : 2015년 01월 21일

kpop

“K팝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고, 한국어를 배우게 되면서 한국에 대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어를 통해서 저의 미래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12월 13일, 한캄협력센터(CKCC)에서 ‘제1회 KOICA-RUPP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왕립프놈펜대(RUPP)가 주최한 이 행사에 15명의 학생들이 나와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KOICA가 지원하고 KOICA 봉사단원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과 직업훈련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이 날의 주인공. 짧게는 10개월, 길게는 4년간 한국어를 연마한 학생들이었다.

발표 도중 대사를 까먹어 진땀을 빼기도 하고, 실수를 해서 당황하기도 하고, 서투른 발음에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심사위원들의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해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과 의지는 생생했다. 발표 도중 한국 노래를 멋지게 불러 박수를 받기도 하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나와 시선을 끌기도 하면서 행사장을 꽉 채운 500여 명의 청중들 앞에서 자신이 준비한 주제를 능력껏 펼쳐 보였다. 참가자들의 발표에 뒤이어 태권도 시범과 K팝 공연이 펼쳐져 청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모두 캄보디아 학생들로 한국 문화를 몸으로 연마한 학생들이었다. KOICA가 행사장 옆에 한국 음식을 마련해서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한국의 맛을 느끼고 즐기는 소중한 기회도 가졌다.

8년 반 전, KLC 한국어전문학교가 캄보디아 최초의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문을 열 당시 캄보디아 사람으로 한국어를 배운 사람이 천여 명쯤 됐을까? 지금은 그 10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금년도에 치러진 한국 취업 근로자를 위한 EPS-TOPIK 시험에 5만 명 이상이 지원했다. 이들은 길든 짧든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이다. 이미 한국에 들어가 일하고 있는 근로자가 3만여 명이니까 어림잡아 10만 명 이상이 한국어를 배웠다는 결론이 나온다. 캄보디아 국민 200명 중에 한 명은 최소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구사할 줄 안다는 뜻이다. 캄보디아 식당이나 상점에 가면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한국어로 인사를 받는 일은 이제 흔하다.

2007년 고용허가제 송출국가로 지정되면서 한국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후 크고 작은 한국어 교육 기관이 난립하고 한국에 근로자로 가기 위해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이어서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왕립프놈펜대학에 캄보디아 최초로 한국어과가 정식으로 개설되었다. 또 몇 개 대학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단기 코스가 마련되었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프놈펜대를 비롯해서 바탐방대 민체이대 등에 한국어과가 개설되어 있는데, 이들 대학의 한국어과는 KOICA 봉사단원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어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KOICA는 이들 대학의 한국어과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관광부와 함께 한국어 가이드 양성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어는 영어 다음으로 인기있는 언어로 자리잡았다. 한국 취업을 통해 꿈을 실현하려는 목적이 한국어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지만 한류의 영향도 큰 몫을 차지한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해당 언어권의 문화와 생활을 이해하고 사람과 사람의 친교를 도모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인과 가까워지고, 나아가 한국을 통해 자신을 꿈을 이루는 캄보디아인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