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교통 요금

기사입력 : 2015년 01월 21일

Siem-Reap-TukTuk

프놈펜 시내의 대중적인 교통수단은 오토바이다. 보통 사람들이 밖에 일을 보러 나갈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오토바이다. 최근에 시내버스가 생겼지만 주요 간선도로 몇 개에서만 운행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의 이용하지 못한다. 오토바이가 없으면 이동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웬만한 집이면 오토바이가 있고, 오토바이가 없는 사람은 영업용 오토바이(모토)를 탄다. 오토바이 뒤에 수레를 달아 손님을 태우는 뚝뚝이도 있는데 모토보다 요금이 비싸서 여럿이 탈 때 주로 이용한다. 택시가 있기는 하지만 운행 대수가 극히 적기 때문에 길에서 택시를 잡기는 어렵고 특별한 경우에나 전화로 불러서 탄다. 택시는 모토보다 요금이 비싸서 보통 사람은 거의 이용하지 못한다.

한 여학생이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괜찮은 곳 하나를 추천해 주었는데 위치를 알아보고는 난색을 표했다. 자기 집에서 좀 멀어서 다닐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직장만 좋으면 거리는 별 문제가 안 되는 한국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캄보디아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간다. 월급이 150달러 정도인데 내가 추천해 준 직장에 다니려면 이 학생이 부담해야 할 교통요금은 모토를 탈 경우 하루에 왕복 3달러, 한 달이면 80달러 정도가 필요하다. 전체 수입 중에서 차지하는 교통요금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렇다 보니 캄보디아에서는 거리를 고려해서 직장을 잡거나 직장 가까운 곳에 거처를 마련하는 사람이 많다.

대중교통 요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에 비해 훨씬 비싸다. 프놈펜 시내에서 모토를 탈 경우, 아주 가까운 거리도 2,000리엘은(600원 정도) 줘야 하고, 3km쯤이면 4000리엘(1200원), 그보다 멀면 6,000리엘(1,800원) 이상이 나온다. 시가지가 넓지 않은데도 프놈펜 시내에서 2달러 이상을 부담해야 경우도 흔하다. 거리를 기준으로 한국의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요금과 단순 비교해도 요금이 두 배 이상 비싸다. 더구나 기껏해야 한 달에 120달러 정도의 월급을 받는 사람이 태반인 캄보디아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대중교통 요금은 가히 살인적이라 할 수 있다.

모토나 뚝뚝이의 요금은 손님과 운전자의 흥정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같은 거리라 하더라도 요금이 들쭉날쭉하다. 흥정을 잘하면 좀 싸게 갈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비싼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비교적 잘 사는 나라도 중앙 정부나 지자체에서 대중교통 요금을 규제하거나 적자 노선에 대한 수익 보전을 해 주는 것이 상례인데 캄보디아는 전적으로 이용자의 몫이다. 일반 물가와 마찬가지로 교통요금이 자율로 결정된다.

아침 7시, 출근과 등교로 도로가 복잡하다. 캄보디아 국민차로 불리는 도요타 캠리와 렉서스가 꼬리를 물고 신호를 기다린다. 한국에서는 돈 좀 있는 사람들이나 타는 차량이지만 여기선 길거리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물론 돈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그런 차량들 사이사이에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서민들의 발이다. 길거리에 나서면 생존경쟁의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물론 다수는 패자 쪽이다.

하루 1달러 정도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1달러 이상을 교통비로 지출하는 사람이 태반인 나라 캄보디아,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할 사람은 에어컨 빵빵 터지는 고급 승용차 안에서 기지개나 켜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