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캄보디아 최근 정세와 SNS

기사입력 : 2014년 07월 30일

samangsy

지난 7월 22일, 삼랑시가 이끄는 캄보디아구국당(CNRP)과 훈센의 캄보디아국민당(CPP)은 중요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2013년 7월에 치러진 총선 결과에 불복하여 그 해 9월에 개원한 국회에 등원하지 않고 1년 가까이 장외투장으로 일관해 왔던 CNRP가 국회 등원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국가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 원내 상임 위원장 배분, 야당 주도의 방송사 설립 허용, 최근 구속된 CNRP 소속 의원 및 관련자 즉시 석방, 차기 총선 일정 협의 진행 등도 합의하였다. 총선 후 1년 동안 잦은 집회와 시위로 많은 사상자를 냈고, 이러한 정국 불안 때문에 캄보디아에 대한 해외투자가 위축되고 생산 활동이 침체되는 등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가장 큰 문제는 훈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커져서 정국 운영이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것이었다. 이번 여야 합의로 상당 부분의 문제들이 해소되고 대결 국면이 화해 무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총선은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3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해 온 훈센과 권력자들에게 충격적인 결과로 끝났다. 2008년 선거에서 123석 중 90석을 얻었던 CPP가 68석을 확보하여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요건은 갖췄지만 55석의 당선자(종전 29석)를 낸 CNRP가 강력한 견제 세력으로 부상했다. 특히, 야당은 자신들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고 주장하면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등원을 거부한 채 선거 부정을 조사할 것을 주장하면서 지지자들을 규합하여 장외투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쳐 선거 이후 지금까지 캄보디아 정국은 매우 혼미한 상태였다. 물리력을 기반으로 한 장기집권과 집권세력의 부정부패에 억눌리고 핍박받던 국민들이 CNRP를 중심으로 결집함으로써 CPP와 훈센의 지지세는 크게 약화되었다.

이번 CPP와 CNRP의 합의로 한 동안 계속되었던 소요 사태는 당분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억눌려 왔던 민심이 의식화와 집단화를 통해 표출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집권 세력이 크게 변화하지 않고 국민들의 생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들의 욕구가 여러 형태로 분출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다. 봉제 산업을 중심으로 최근 2년간 40% 이상의 임금 인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0% 이상의 추가 인상을 요구하며 태업과 시위를 계속해 왔는데, 이번 여야 협상 타결로 노동계의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와 권력자들이 소유한 토지에서 쫓겨나 삶을 터전을 잃은 빈곤층의 저항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전에는 정부의 물리적인 힘에 의해 어느 정도 통제되었지만 더 이상 그렇게 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2013년 7월 총선은 캄보디아 사람들의 의식을 전환하는 분수령이 됐다고 할 만하다. 그 이전까지 캄보디아 사람들은 침묵하는 존재로 보였었다. 권력자와 공무원들의 부정과 부패에도 거부하거나 대항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끓이며 살아 왔다. 그러나 선거를 전후해서 그 동안 품고 있던 분노는 투표를 통해 표출되었고, 시위에 동참하거나 이를 지지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주체는 젊은이요 그것을 촉발하고 가속화하는 무기는 SNS였다. 요즘 캄보디아의 웬만한 젊은이는 거의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고 이들 중 다수가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전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되다시피 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들을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고 공유한다. 당이 아닌 자발적인 젊은 그룹들이 페이스북 영상을 통해 현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공유하고 확산하면서 의식화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저 시골 구석구석까지, 그 부모 세대까지 그 파급력은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