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월드컵과 캄보디아

기사입력 : 2014년 0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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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시즌이다. 캄보디아도 월드컵 열기에 젖어 있다. 두 개 TV 채널에서 모든 경기를 생중계하고 월드컵 관련 오락 프로그램도 내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2010년과 2006년 월드컵보다는 인기가 못한 것 같다. 그때는 카페나 야외 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축구 경기를 시청했다. 자국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면서 즐거워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캄보디아 시각으로 밤 11시부터 아침 7시 사이에 경기가 치러지기 때문에 생중계는 가정에서나 시청할 수밖에 없다.

2014년 6월 캄보디아의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세계 207개국 중에서 190위로 최하위 수준에 있다. 사모아 피지와 비슷하고, 라오스 네팔 파키스탄보다 한참 뒤처진다. 주변국인 태국은 149위, 베트남은 123위다. 캄보디아의 축구는 아시아권에서도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등과의 경기 결과를 보면 서너 골 차로 패하는 것이 보통이다.

구기 종목 중에서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 축구일 것이다. 휴일 아침이나 저녁에 올림픽 스타디움에 나가 보면 주차장 한쪽 시멘트 바닥에서 축구에 열중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한적한 주택가 가운데에 있는 공터에 마련된 미니 축구장도 곳곳에 있어서 해가 기울 무렵이면 축구 애호가들이 모여 땀을 흘린다. 그렇지만 1년 내내 덥기 때문에 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은 아침이나 저녁 몇 시간에 그친다. 한낮에 밖에서 운동하는 모습은 어디를 둘러봐도 찾아보기 어렵다.

기후 환경으로 치자면 캄보디아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축구 수준이 높은 나라들이 꽤 많다. 아프리카의 축구 강국들이 그렇고 아시아의 이란이나 이라크 같은 나라들도 축구 강국이다. 비슷한 환경 조건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이나 태국의 축구 수준도 캄보디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앞서 있다. 그런데, 왜 캄보디아는 세계 최하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국가의 스포츠 진흥 노력이 극히 미미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축구뿐만 아니다. 스포츠 전반에 걸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전무하다시피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경기력 수준이 극히 취약하다. 그래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서 캄보디아 선수들의 활약을 보기 어렵다. 몇몇 종목은 한국인들이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있는데 훈련과 대회 출전을 위해 감독이 직접 비용 마련에 나서기도 한다.

각종 국제 대회에 대비해서 축구 국가 대표가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지원 체제가 빈약해서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국제 대회 출전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축구 리그가 있다는 것. 현재 캄보디아에는 클럽 축구단이 구성되어 이들 중 10개 팀이 정규 리그를 치른다. 선수 중에는 아프리카 출신도 있고 한국 선수도 현재 2명이 클럽 선수로 뛰고 있다. 클럽 리그가 열리는 경기장에 가 보면 아직은 캄보디아 축구가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 든다. 넓은 운동장의 스탠드가 거의 빌 정도로 관중이 적다. 군이나 경찰, 대학, 기업 등에 소속된 이들 클럽 선수에 대한 처우도 빈약해서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하기 어렵다고 한다. 몇 년 전, 한 축구팀의 감독을 맡고 있던 한국분의 얘기가 떠오른다.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는 애들인데… 축구팀 책임자가 너무 열심히 가르치지 말라고 합니다. 선수 기량이 뛰어나면 다른 팀에서 빼간다고.”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