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세 나라가 난리다

기사입력 : 2014년 06월 16일

article-2173507-140EDCCA000005DC-92_634x423

지난 해 7월 총선 이후 캄보디아는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야당이 8개월째 등원을 거부하고 장외 투쟁으로 맞서면서 국민 여론이 현 정부에 등을 돌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선거가 끝난 후 치솟는 물가에 서민 생활이 더욱 빡빡해졌고 봉제공장을 중심으로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와 시위가 거세져서 지난 1월에는 군과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2~3년간 캄보디아의 봉제 산업은 호황기를 구가했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이전하는 공장이 크게 늘고 기존 공장을 확장하는 작업이 꾸준히 진행됐었다. 그러나 지난 1월의 대규모 시위와 사망 사건 이후 봉제 산업은 크게 위축되었다. 해외 바이어가 등을 돌리는 바람에 가동을 줄이거나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공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예 사업을 접고 캄보디아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의 봉제 산업은 농업, 관광업과 함께 캄보디아 경제를 지탱하는 3대 축이다. 전체 수출의 80% 정도가 봉제에서 나오고 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5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봉제는 캄보디아의 주요 산업이다. 기술과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비교적 싼 임금이 캄보디아 봉제 산업의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2년 사이에 30% 이상 임금을 인상한데다가 50% 가까운 추가 인상 요구가 극단적인 노사대립으로 치달으면서 봉제업이 크게 위기에 처해 있다. 노조가 야당과 합세해서 임금 인상에 그치지 않고 정권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러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 달 태국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 탁신 일가가 세력을 잃었다. 군부가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후 일정이 아직은 불투명하다. 오랜 반정부 시위로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운데다가 기득권 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반정부 세력의 반민주 체제 구축 요구가 거세 민주 선거에 의한 정부 구성 자체가 요원한 상태다. 왕가와 재벌, 기득권층이 독점하고 있는 부의 편중 현상에 일반 서민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결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태국이 둘로 나눠질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베트남도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과의 영토 분쟁으로 시끄럽다. 급기야는 성난 민중이 반중 시위를 일으켜 중국계 공장에 불을 지르고 기물을 부수는가 하면 중국인들에 대한 폭력을 휘둘러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위협을 느낀 다수의 베트남 주재 중국인들이 본국이나 인근 국가로 대피하는 현상의 벌어지고 있다. 시위자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사태는 진정되었지만 영토 분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특히 중국계 외국인들의 베트남 투자와 사업이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태국과 베트남은 캄보디아에 인접한 국가로서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주요 공산품의 수입 국가이면서 캄보디아 농산물의 수출 국가로서 그 비중이 매우 높다. 또, 일찍부터 산업이 발달한 태국은 캄보디아인들의 일터이기도 하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태국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쿠데타가 발생한 후 일자리를 잃고 대거 추방되고 있다고 한다. 태국과 통하는 뽀이뻿 국경 검문소 일대에는 태국에서 밀려나 오도 가도 못하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노숙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인접한 세 나라가 난리다. 이 틈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은 물론 캄보디아 서민들이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