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캄보디아] 7. 세월호

기사입력 : 2014년 04월 28일

14. 4. 23. - 1

세월호 침몰 이후 많은 분들이 좌절감과 실망, 분노, 그리고 슬픔을 느끼고 계실 것입니다. 국가 재난 관리 시스템이 어떻게 이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참담한 민낯을 드러낼 수 있을까, 계속 묻게 됩니다. 세월호 침몰과 구조 작업은 온 국민에게 한국이 선진국 진입을 앞 둔 나라가 아니라 아이들 하나 제대로 구조하지 못하는 후진국이냐라는 개탄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사건 대처에서 크게 비난받는 부분들을 짚어볼까요?

먼저 정부의 대처입니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지만 사건 대처와 구조 작업은 엉망이었고 이에 더해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일관된 국민과의 소통을 저버렸습니다. 여러 다른 나라 재난 대처를 보면 정부의 입 역할을 하는 책임자가 하루에도 여러번 TV에 나와 전개되는 상황을 전하고 그때그때 생기는 의구심들에 답하며 국가가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식을 굳게 심어줍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에서는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얼굴이 없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 뿐 아니라 소통의 문제까지 겹쳐 유언비어가 난무하였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급성 스트레스 증상을 겪었습니다. 사람의 생명보다 정권 보호가 무능한 정부의 우선사였습니다.

언론도 큰 문제였습니다. 연합뉴스는 사고 당일 3시 사상 최대의 구조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하였지만 이제 우리는 압니다, 가장 중요한 골든 타임에 배에 갇힌 학생들을 위한 구조가 전무했다는 것을. 언론은 해수부의 대언론 지침 즉 충격을 상쇄할 만한 보도를 만들어내라는 메뉴얼에 따라 정부의 꼭두각시가 되어 과장 거짓 정보를 양산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결국 이에 분개하여 기자들을 보이콧하기까지 했습니다. 언론은 최소한의 직업 윤리 조차 저버리고 속보 경쟁과 거짓 정보를 유포하며 사회 공익 기능이 전혀 없는 집단임을 스스로 드러냈습니다.

박명림 교수는 현장 기고문에서 한국이 후진, 중진, 선진국의 발전을 한 것이 아니라 악진국이 되었다고 개탄했습니다. 드러나는 문제들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모래 위에 세워놓은 성. 기초가 없는 탑. 지난 수년간 묵묵히 자리를 보존하며 자신이 몸담은 조직이 무너져도 항거하지 않고 자신과 가족만을 보호하며 사적인 자리에서나 한탄했을 많은 기성세대들이 세월호 침몰의 공범이었습니다. 그저 우리를 돌아보게 됩니다. / 이병호 (Fourth Sector Innovations / byungho.lee@fsi.co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