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캄보디아] 4. 월드 와이드 웹 컨퍼런스 2014와 한국

기사입력 : 2014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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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인터넷 관련 학술회의인 23차 월드 와이드 웹 컨퍼런스가 열립니다. 매년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데 올해는 서울에서 열립니다. 컨퍼런스 참여를 위해 영문으로 된 홈페이지를 찾아간 한 외국인은 등록 절차 창을 열고 깜짝 놀랍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8.0 이상 브라우저로 등록을 하라는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브라우저는 웹페이지를 방문하게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에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압도적으로 사용되어 마치 그것이 표준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사용됩니다. 캄보디아에서도 크롬, 파이어팍스, 사파리 등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모습들을 흔하게 봅니다. 인터넷은 최소한의 표준화와 자율성을 기반으로 확장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 공동체가 일방적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면 문제가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호환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터넷 공동체 활동가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라는 지시에 깜짝 놀란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세계적 인터넷 학술회의 주최 측 홈페이지에서 그랬으니 놀라움은 곧 조롱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은 IMF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여러 부양 정책 때문에 IT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과도한 국가 표준화 정책들 때문에 폐쇄적인 환경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공인인증서 제도와 액티브엑스 기술의 남용입니다. 보안 상 도움이 되지 않고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한국 IT 산업의 국제화를 막는 걸림돌이지만 개선의 노력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공인인증서 제도는 마치 인터넷 시대에 인감 도장을 사용하는 것과 같고 액티브엑스 남용은 보안상 취약해서 개발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도 버린 기술을 계속 고집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기술을 제도화하고 통제하려는 문화가 한국을 인터넷 쇄국 국가로 만들고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 기업들의 개인정보 관리는 큰 헛점을 드러내고 유출이 되어도 법적 책임을 크게 지지 않는 제도 때문에 올해도 많은 기업들의 수천만 건 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한국민들은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 IT업계도 타성에 젖어있습니다. 경쟁 속에서 국제적 서비스를 만드는 일보다 국가 정책 지원 사업을 따내는 것이 안전한 사업 방향이었죠. 그러다보니 기술 혁신보다 마치 건설업계와 유사한 하도급 제도, 관료들과의 유착이 사업에 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당연히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되려는 똑똑한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이 푸대접 받는 공동체는 미래가 암담합니다. / 이병호 (Fourth Sector Innovations / byungho.lee@fsi.co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