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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이렇게 사람이 간사할 수가…
며칠간 세상이 미울 정도로 처지더니 옛 친구들의 소식을 들으니 다시 살맛이 납니다. 또 아무도 없는 세상 속으로 걸어가듯이 외롭더니, 한국에 갔던 손녀가 돌아오니 뭔가가 가득 채워지는 듯이 행복감이 넘칩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고 갈대 같습니다.
어느덧 내년이 60입니다. 우연히‘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를 보니 나에게도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 펄떡 뛰는 세월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에 절로 신촌 불루스의 기억과 촉촉한 키스 그리고 질식할 듯이 매캐한 최루탄 가스의 추억이 살아납니다. (그런데도 명백하게 나는 60 환갑을 기다리는 할아버지죠. 쯧쯧)
기억속에는 참 반가운 이름이 많이 있습니다. 중학교 때 만난 김기환이는 눈이 딱부리처럼 생각나고, 순진 그 자체였던 우리반 반장 윤정동이가 야그방을 운영한다는 게 믿기지 않고, 뺀질이 황영수는 지금도 선명합니다. 지금은 고급 한정식 쉐프라는 박수원은 아가씨 같았고 그리고 미국에 있다는 이영철은 안경만 생각납니다. 얼굴이 잘 기억되지 않는 친구도 있고 이름도 있고.. 그러나 그 이름들이 저에게 놀랍게도 힘을 주고, 힘이 됩니다.
지금의 저를 살게 하고, 채워가고 또 기다리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삶보다는 제가 얼마나 나이에 어울리게 살아가며 진솔한가입니다. 앙코르와트에 가보면 한국에서 느꼈던 시각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영혼들과 삶의 무게와 존재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또 가여운 제 자신을 만납니다. 크게 말하면 우리 인간 존재의 가벼움을 느낍니다.
정말 우습게도 천방지축 같던 제가. 그곳에서 정말 우리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길레? 이렇게 거룩함과 허무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일까를 고민하고 심지어는 가벼운 좌절까지도 가진답니다. 그 안타까운 이 나라 사람의 삶에 대한 연민 때문에 말입니다.
아수라장 같은 현실에서 잠시만이라도 탈출해 제 자신을 다시 봅니다. 제가 더 많이 가지려 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베풀기를 바라면서요. 아직도 나는 속물 근성이 넘쳐 더 많이 챙기려고 자동적으로 노력을 합니다. 아무 것도 없으면서도요. 그 환상 같은 욕심 때문에. 그렇게 살지 말자 했으면서도요. 이게 본능이고 원죄죠. 그래서 우리가 죄 덩어리라고 하는 것인가요? 타인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하다가 타인의 아픔을 잊어버리는 그것. 그것이 우리 인간의 비극이고 배운 자의 아픔 같은 거죠.
넘치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약갼 부족한 듯한 삶이 더 좋죠. 재주가 승하면 삶이 괴롭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꼼꼼히 챙겨 볼 수 있는 그런 노인네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