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아재의 펌프이야기] 캄보디아를 넘어 ASEAN으로, APF의 꿈

기사입력 : 2026년 06월 17일

펌프아이콘_칼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타이틀, ‘펌프아재’

사회를 살다 보니 의도치 않게 여러 직함을 달게 되었다. 조이풀에듀앤호프 지부장, 조이풀스쿨 부이사장(이사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XD) 등이 있는데,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타이틀은 바로 ‘펌프아재’다. 다른 칭호들은 너무 거창하고 부담스럽다. 필요에 의해 맡은 자리일 뿐, 내가 잘해서 맡은 것은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 펌프아재인 내 페이스북과 개인 인스타 프로필에 공통으로 들어간 내용은 “CPF Series Organizer”다. 내게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이 있고 자랑하고 싶은 것들도 있지만,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CPF, Cambodia Pump it Up Festival(캄보디아 펌프잇업 페스티벌)이다. 멘토님을 통해 생각지도 않게 2022년부터 시작한 이 대회가 어느새 내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되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내가 펌프를 좋아하는 것과 펌프 대회를 잘 준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나는 지극히 내향적인 사람이라 몇 명의 친한 친구들과 조용히 펌프를 즐기는 것이 더 편한 사람이다. 대회를 준비하려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각종 서류도 만들어야 하고, 길고 빡빡한 미팅에도 참석해야 한다. 특히 실무자들과 두세 시간에 걸쳐 영어로 긴 회의를 가져야 할 때는 ‘나는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디인가’ 싶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불편함과 어려움을 기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 팀 선수들의 세계관이 바뀌는 것을 목격하는 증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상금 없는 대회의 의미

CPF는 시작부터 특별한 대회였다. 우승자에게 상금을 주지 않고 그 돈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대회라니. 의아하게 들릴 수 있는 얘기지만, 펌프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서도 상금이 없으면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풍요 속의 빈곤이 느껴져 씁쓸하다. 그런데 ‘우승자의 명의로 기부합니다’라고 선언한 대회에 기꺼이 참가하여 땀과 노력을 쏟아내는 우리 선수들을 보면 언제나 고마운 마음이 든다.

물론, 일부 선수들은 단순히 친목을 즐기기 위해 참가하는 경우도 있고, 이웃의 삶을 돌보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몇몇 선수들, 특히 대회를 준비하는 운영진 중 몇 명의 삶이 바뀌는 것을 볼 때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변화의 순간을 목격하다

이번에도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첫 미팅을 잡았는데, 운영진들이 날짜를 조금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베트남이나 라오스 같은 인근 아세안 국가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이어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내용을 보고 많이 놀랐다. 대만에서 의료봉사를 위해 방문한 로타리클럽의 통역봉사를 위해 시골 지역에 내려가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운영진 중 크메르어, 영어, 중국어가 가능한 능력자들이 자진해서 시골로 내려가 봉사에 나선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몹시 기쁜 마음으로 미팅에 나갔다. 만나자마자 인스타를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 친구는 매우 담담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이에 비해 책임감도 있고 성실해서 운영진으로 함께하게 된 친구였는데, 어느새 내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었다.

초심을 되찾다

그 미팅을 마치고 나서 대회 준비의 여러 어려움으로 인한 고민들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나누기 위해 시작한 대회라는 초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친구들이 10년 뒤, 20년 뒤에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때, 어려운 이웃을 먼저 돌아보고 손 내미는 어른이 된다면, 캄보디아의 미래는 분명히 밝아질 것이라는 소망을 다시금 회복할 수 있었다.

성황리에 개최된 대회

정말 감사하게도 이번 대회에도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참가해 주었다. 가깝게는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물론, 멀리 영국과 페루, 멕시코에서도 먼 길을 날아와 주었다. 물론 한국에서 오신 유명한 플레이어를 만나기 위해 참가한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CPF가 상금을 주지 않는 대회임을 알고 참가한 것이고, 대회의 취지에 공감해 주신 분들임을 기억한다. 올해 대회와 기부 행사에 크게 감명받은 몇몇 선수들이 ‘내년에 반드시 다시 참가하겠다’고 약속해 준 것도 큰 기쁨이었다.

APF를 향한 첫걸음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이제 CPF에서 APF, ASEAN Pump it Up Festival로 발걸음을 내딛길 바란다. 캄보디아에서만 자선 대회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아세안의 다른 국가들에서도 취지에 공감하여 공동으로 대회를 개최하고, 서로가 서로를 후원하며, 개최국의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초국가적 이벤트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기에, 대회의 규모가 커진다면 분명 많은 난관에 봉착하겠지만,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과 첫발을 내딛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이미 2025년 CPF2025에서 APF Series의 첫걸음을 내디뎠고, 올해 CPF2026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곳에, 더 많은 나눔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들과 함께 더 놀라운 일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함께 꾸는 꿈

“Dream is free, but the journey is not.”

이 글을 쓰면서 이 말이 떠올랐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그 여정은 분명히 쉽지 않을 것이다. 국경을 넘어선 협력에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 행정적 장벽, 재정적 부담 등 수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CPF를 통해 우리는 이미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을 해내고 있다. 상금 없는 대회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고, 젊은 운영진들의 삶이 변화하는 것을 목격했으며, 국경을 넘어 나눔의 정신에 동참하는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이미 참가 선수 명단만 놓고 보면 CPF는 이미 국제대회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CPF의 정신에 동의하여 이웃과 나누는 대회를 개최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대회를 준비하고 알려나가려 한다. 한 걸음씩, 한 사람씩, 한 나라씩.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간다면, 아세안 전역에서 펌프잇업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계속 꿈꾸고, 계속 걸어갈 것이다.

 

글 이재호
사단법인 조이풀에듀앤호프 캄보디아 지부장
CPF Series(Cambodia Pump it Up Festival) Organi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