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아재의 펌프이야기] 함께 가요 Let’s go, Together

기사입력 : 2025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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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펌프잇업 페스티벌(CPF)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 최초로 100% 자선을 목적으로 하는 e-스포츠 대회라는 점이다. 펌프의 종주국인 한국에서도 상금이 없으면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다고 하니, CPF의 자선대회 개최는 대단히 모험적인 시도였다. 상금에 연연하지 않고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 또한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선대회에 대한 인식이 낙관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6년 전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캄보디아 정유회사 회장의 비서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이 나라의 부자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돋보이게 하는 것, 그리고 현세와 내세의 복을 받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회장은 자신이 출석하는 절에서 50만 달러짜리 불탑을 지어야 한다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로 현찰로 헌금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대학생의 한 학기 등록금 200~300달러 장학금을 요청받으면 손을 바들바들 떨며 어떻게든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캄보디아 부자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이번 CPF2025 이후 메인 스폰서와의 식사에서 나눈 대화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캄보디아 교육발전에 관심이 많은 그 스폰서는 부자들을 만날 때마다 “캄보디아 교육을 위해 투자해야 합니다”라고 말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예외 없이 “내 자녀는 해외에서 잘 공부하고 있으니 괜찮다”였다고 한다.

솔직히 나 또한 캄보디아 1세대 부자들의 인식 개선에는 회의적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미 생각이 굳어져 버렸기에, 그들이 타인의 어려움을 돌아볼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들을 설득할 자신도, 능력도 없다.

하지만 CPF를 통해 함께하는 선수들, 캄보디아의 10대와 20대가 인식을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희망적이라고 답하겠다. 내가 직접 그들 옆에서 그들의 생각과 세계관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선수들이 기부에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대회는 자선대회다”라고 말했을 때, “그래도 따로 뒤로 챙겨주는 게 있겠지”라고 기대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래서 1회 대회가 끝난 후 2등과 3등은 기부행사에 불참했다. 상금을 주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어쩌면 참가 선수가 없어서 2회 대회가 무산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말 감사하게도, 당시 1등이 기부행사에 동참했고, 자신의 손으로 쌀과 과자를 나누어주는 행복을 경험한 후 “상금을 주지 않으면 불참하겠다”던 선수들을 설득해주어 2회 대회가 성사될 수 있었다.

2회 대회의 기부행사를 모두 마친 후 뒷풀이 자리에서, 1등을 한 친구가 내게 공개 사과를 했다.

“솔직히 상금을 주지 않아 섭섭했다. 내게 1등 상금 500달러는 큰 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와서 내 이름으로 쌀과 과자를 그들과 함께 나눌 때, 돈을 받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년 대회에도 꼭 우승해서 이 자리에 다시 오고 싶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 친구는 다음 대회에서도 우승하여 약속을 지켰고, 그때는 더 많은 분들의 후원에 힘입어 더 많이 나누고 올 수 있었다.

더욱 감사한 것은 대회가 거듭될수록 대회의 취지에 공감하고 손을 보태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3회 대회 때는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이, 4회 대회에는 현대자동차가 메인 스폰서가 되어주셨다. 솔직히 자동차 회사나 은행에서 게임대회를 후원해서 무슨 이득이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인 스폰서가 되어주신 덕분에 대회가 공신력을 얻었고, 더 많은 분들께 자신 있게 대회를 소개할 수 있었으며, 해가 갈수록 더 많이 나누고 올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우리의 큰 기쁨이자 자랑이다.

메인 스폰서가 “대회를 통해 수익을 얼마나 남기세요?”라고 물어보셨을 때, “저희는 수익을 남기지 않습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스폰서님도 몹시 기뻐하셨다. 수익을 남기지 않는 대회이기에, 더 많이 후원받으면 더 많이 나누는 것이 우리의 철칙이다. 여유자금 없이 받는 족족 모든 것을 후원에 쓰면 대회 운영에 차질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것이 우리를 믿고 후원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며, 세상과는 다른 방법으로 이웃과 나누려는 우리의 시도이기도 하다.

얼마나 더 이 대회를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나눔의 기쁨을 함께 경험한 캄보디아의 젊은 세대가 사회의 주역이 되어 활약할 때, 자신들의 손으로 캄보디아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주저하지 않고 손을 내미는 멋진 부자가 되는 것이다.

어쨌든 펌프를 통해 함께 걷는 것의 중요함을 우리는 오늘도 배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 걸을 것이다.

Let’s go, together

글 이재호
사단법인 조이풀에듀앤호프 캄보디아 지부장
CPF Series(Cambodia Pump it Up Festival) Organi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