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충돌 따른 인도지원 집중 위해 결정… 캄보디아, 올해 물 축제 보트경주 취소

기사입력 : 2025년 11월 03일

430만_명의_관광객을_기록한_지난해_프놈펜_물축제_현장▲ 430만 명의 관광객을 기록한 지난해 프놈펜 물축제 현장

캄보디아 정부가 올해 수도 프놈펜에서 열릴 예정이던 물 축제(본 옴뚝) 보트경주를 전격 취소했다. 당초 물 축제는 오는 11월 4일부터 6일까지 프놈펜 똔레삽 강변에서 성대하게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10월 말 공공 안전과 국경 분쟁 대응 등을 이유로 수도 행사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본 옴뚝에서 ‘본(Bon)’은 ‘행사’, ‘옴뚝(Om Touk)’은 ‘배를 젓다’라는 뜻으로 직역하면 ‘보트 경주 축제’라 할 수 있다. 이 행사는 12세기에 처음 거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캄보디아를 침범했던 참파국과의 해전에서 승리를 기념하고 크메르 해군의 용맹함을 드높이기 위해 시작됐다. 오늘날에는 축제 한 달 전부터 캄보디아 전역의 주요 강가마다 프놈펜 본선에 출전할 400여 개 팀을 선발하기 위한 지역 예선전이 열린다.

매년 프놈펜 도심을 흐르는 톤레삽 강변에는 수십 척의 전통 용선이 펼치는 보트 경주를 보려고 수백만 관중이 몰려들곤 했다. 지난해에도 프놈펜에만 620만 명의 인파가 운집할 만큼 성황을 이뤘다. 축제 기간 밤에는 강 위를 유영하는 유등과 불꽃놀이가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광경을 수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물 축제는 비교적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중단된 바 있다. 이후 2023년에 4년 만에 재개되며 프놈펜 전역이 오랜만에 축제 열기로 들썩였으나, 불과 2년 뒤인 올해 2025년 다시 한 번 중단을 맞게 됐다.

지난 7월 말부터 태국과의 국경 지역인 반띠어이미은쩌이 주 등을 중심으로 산발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피란길에 오르고 태국에 있던 캄보디아인 노동자들도 대거 귀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러한 국경 분쟁으로 인한 치안 불안과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대규모 축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현재 캄보디아-태국 접경 상황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으며 특히 피난민과 태국에서 돌아온 귀국 노동자들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올해 축제를 취소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축제 대신 국경 분쟁 피해 주민들에게 식량·주거·의료 지원을 강화하고 귀국 노동자들의 재취업을 돕는 데 행정력을 우선 투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물가 안정, 국내 생산지원 등 경제 여건을 다잡고 홍수 등 재난 대비 태세도 강화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

프놈펜 행사는 취소됐지만 지방의 물 축제까지 멈추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수도 외 지역에서는 전통과 실정에 따라 보트 경주, 뗏목 유등 행렬, 만월 축제 등 행사를 정상적으로 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시엠립에서는 프놈펜의 보트 행사가 취소된 데 따라 시엠립 주 정부와 청년연합이 11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마이홈’ 친선 소형 보트경주(5인승)와 전통 손북 공연, 크메르 권투 시합, 락콘 바삭 전통극 등 다채로운 문화 축제를 열 계획이다.

또 바탐방 등 다른 지방 도시들도 자체적으로 강변 보트 경주와 유등 띄우기, 보름달 제례 등을 이어갈 예정이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 맞을 채비에 들어갔다./문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