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거꾸로 된 키워드

기사입력 : 2025년 10월 17일

편집인 칼럼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다루는 한국 언론의 제목들을 보면 단어 몇 개가 현실을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지 절실히 느끼게 된다. 문제는 단순한 과장이나 편집이 아니다. 사건의 성격을 완전히 뒤집는 키워드 설정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한국 대학생 사망 사건’이다.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면, 이는 ‘온라인 스캠 가담자 납치·피살 사건’에 가깝다. 하지만 언론은 ‘대학생’과 ‘사망’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피해자의 무고성을 강조하고 결과적으로 캄보디아 전체를 ‘외국인이 가면 위험한 나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또 “박람회 참석차 캄보디아에 여행 온 한국인”이라는 표현 역시 실제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구속된 인물의 소개로 방문한 사례였다. 그러나 언론의 제목 속에서는 이 맥락이 빠져버리고 마치 평범한 출장자나 관광객이 예고 없이 범죄에 휘말린 것처럼 포장된다.

그 결과, 지금 한국 사회에는 “캄보디아 = 납치·감금의 나라”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영상이 양산되고 있다. 그러나 재캄보디아 한인회에 의하면 지금까지 교민이나 순수 관광객이 납치·감금·살인을 당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범죄에 연루된 것은 대부분 ‘단기간 고수익 알바’라는 비상식적인 유혹에 연루된 경우다. 단언컨대 순수하게 앙코르와트를 보러 왔다가 납치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언론이 만들어낸 키워드다. ‘단기간’, ‘고수익’, ‘순수 피해자’, ‘납치’, ‘감금’ 같은 단어가 아무런 검증 없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현실을 오해하게 된다. 단순한 워딩의 차이가 사건의 본질을 바꾸고, 그 결과 한 나라의 이미지와 수많은 교민의 생업이 흔들린다.

대사관이 무능해서, 정부가 손 놓고 있어서, 캄보디아가 부패해서 생긴 일이라고 몰아가기 전에 언론은 먼저 ‘키워드’를 다시 써야 한다.

※이 칼럼은 뉴스브리핑캄보디아 2025년 10월 20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