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예술 이야기] 여덟 째 이야기 – 창의성과 다양함을 강조하는 영국의 전인적 음악교육

기사입력 : 2020년 11월 10일

류기룡 타이틀

영국의 음악교육은 한마디로 생활 전반에 깊이 스며있어 악기를 배우거나 합창단에서 노래를 하며 크고 작은 연주회를 쫓아다니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일로 여겨진다. 일반 학교나 구청 음악교실에서 거의 모든 악기를 가르치고 있으므로 대개 한 두 가지 이상의 악기는 다루며 특히 학생의 생활 형편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악기를 즐길 수 있는 혜택이 큰 장점이다. 특히 바쁜 직장인들이 짬을 내어 여러 악기를 배우고, 크고 작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에서 연주를 즐기며 노인들까지 등급시험 준비에 열 올리는 걸 보면 도대체 어떤 음악 교육이 그들의 평생에 저토록 음악에 대한 열의를 갖게 해주는 지 호기심을 갖게 한다.

영국은 과거의 강대국 중 하나로 문화적인 부를 풍족히 누렸기 때문인지 오래 전부터 음악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과 관심이 매우 높다. 교육정도와 경제적 형편에 관계없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배움의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고 넓고 다양한 음악 인구 층을 위한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 음악교육이 대체로 잘 정립되어져있다. 정/재계, 교육계, 예술 문화계의 합작품 이라 할만큼 여러 기관의 지지를 단단히 받고 있고 일류 연주자들의 대부분이 교육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음악 교육의 장은 크게 일반 학교음악교육, 구청의 토요 음악 센터, 영재음악학교, 음악원 부속 주니어 스쿨, 예술, 문화단체의 음악교육, 개인레슨 등으로 나뉜다.

학교들과 개인레슨을 통해 이루어지는 영국의 음악 수업을 분석하면 다음의 특징들을 지닌다.

 

1. 음악은 연주 되어야 한다. – 실제 경험을 강조

영국 음악 교사들은 학생들이 직접 연주하고 청중 앞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물론 연주란 가족연주회, 생일 파티에서의 친구들과의 연주부터 학예회 등 소박하고 자연스런 기회를 얘기한다. 실로 매 수업 시간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사물을 묘사하는 악기연주 등을 하게 되므로 자연스레 익숙해지며 자신감도 쌓여간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그들의 연주 실력에 관계없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음악 수업에서 가장 비중이 큰 그룹 즉흥 연주는 리듬, 가락 타악기들을 주로 사용해 하나의 주제를 놓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토의하며 곡을 만들고 연주하는 과정을 거쳐 많은 걸 배우게 된다. 여기서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30분이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수업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 세세하게 계획하고 계속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며 수정해간다. 자유롭고 개성적인 표현을 유도하되 매 수업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요점들을 그들의 음악활동에 적절히 사용하며 익숙해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 간다.

 

2. 음악은 재미있어야 한다. – ‘타이타닉’ 사운드 트랙으로 리듬공부

작곡가 카발레프스키(Kabalevsky)는 “교사들은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흥미를 우선 불러 일으켜야하고 감정적으로 매혹시키며 음악을 향한 우리의 사랑을 학생들에게 전염 시키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얘기했듯이 영국의 음악교육은 어떤 테크닉이나 지식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기본 철학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많은 수업들이 일단 그들의 흥미를 끄는 것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즉,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택하고 재미있는 그림 등 시각적 효과를 이용하거나 음악게임을 많이 사용한다. 한 초등학교의 수업 중에 한참 인기있는 타이타닉 주제가를 들려주며 형식과 리듬을 설명했는데 아이들이 집중도 더 잘하고 훨씬 빨리 이해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흥미 위주 식이 아니라 전달할 주 목표가 무엇인가 하는 중심을 잃지 않는 게 그들의 기술이다. 교 내,외의 페스티발과 학예회에서 동물 분장을 한다든지 모차르트 시대의 복장을 해보는 등 학생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음악교육의 오락적 요소를 활발히 연구, 활용하고 있다.

 

3. 창의성과 다양성 강조

교사는 작곡과 즉흥연주 시간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스스로 원하는 음색을 찾아내고 개성적인 표현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골고루 접하도록 여러 시대의 클래식 음악, 전자음악, 재즈, 대중음악, 민요등은 물론 요즘은 비 서양 (non western music)음악도 많이 사용한다. 이미 어릴 때부터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인도음악 등 여러 민족의 악기와 음악을 공부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고 이런 경향은 세계화에 힘입어 더욱 활발해 지고 있다. 이를 위해 현지 음악인을 초빙해 교사를 위한 강좌와 워크샵이 많이 열고 있다.

 

4. ‘체르니 몇 번?’ 이 아닌 객관적 평가제도

우리는 피아노를 친다고 하면 체르니 몇 번 까지 배웠냐고 묻는게 보통이지만 영국인들은 몇 등급(Grade) 인지부터 물어온다. 이는 연주력 뿐 아니라 작곡, 청음, 이론, 초견능력 등 음악 전반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트리니티 등급시험은 120년이 넘었으며 매 학기 수천 명의 학생들이 향상된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시험을 본다. 등급을 올리려는 목표가 동기유발을 일으키고 시험을 위한 집중적 노력은 꾸준한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5. 언어 사용의 중요성과 음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강조

음악 교사들은 레슨 중 적절한 언어사용에 매우 신중하다. 그들의 표현에 따라 학생들의 상상력을 많이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에게 스타카토를 가르칠 때 “건반이 너무 뜨거우니 손 데지 않도록 빨리 떼야지” 하는 식의 비유를 자주 사용한다. 또 음악을 통한 교사와 학생간, 학생과 학생간, 학생과 음악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 음악은 또 우주적인 언어이며 말이 필요 없이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고 이는 음악 표현력과 이해력 뿐 아니라 사회성 발달에 크게 기여한다고 믿고 있다. 특히 음악 속 작곡가의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음악 표현법에 큰 도움이 되므로 연주하며 항상 작곡가와의 대화를 즐기라고 가르친다.

 

6. 시와 그림과 무용이 있는 음악교육 – 다른 과목과의 결합

최근 영국의 음악교육은 예술방면 뿐 아니라 역사, 지리 같은 과목과도 연계되어 상호 교육 효과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작년 위그모어 홀 (Wigmore Hall) 의 음악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들이 역사 시간에 빅토리아 시대에 대해 배운 후 빅토리아 시대의 옷을 입고 당시에 활동했던 작곡가들의 음악을 배우며 악극 등 그 당시의 오락을 연출해 보는 경험을 했다. 미술관에서 그 당시의 그림을 보는 것도. 또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미국의 지리와 문화를 배운 학생들에게 코플란드와 번스타인의 음악을 들려주고 인디언 춤을 가르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단히 호응을 얻었다. 학교 음악 수업에서도 시와 그림에 대한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하도록 하고 춤을 추며 리듬을 몸으로 직접 느끼며 익히도록 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7. 교사들의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

구태의연한 형식을 배제하는 영국의 음악 수업은 매 시간 각 교사의 능력과 태도에 따라 창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학생의 눈 높이에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하고 새로운 레파토리를 연구하며 꾸준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교사들의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가, 정보를 얻는다. 또 음악대학에서는 교사를 위한 다양한 장, 단기 코스를 열어 새로운 메소드를 가르치고 음악 교육 세미나도 자주 열리고 있어 자기 계발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기회가 제공된다. 이런 세미나에 가면, 많은 할머니 선생님들이 열심히 질문하고 꼼꼼히 필기하는 등 평생을 노력하는 그들의 깊은 교육 소신에 감탄하게 된다.

캄보디아에서 성장하고 있는 한국아이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과 이 땅의 캄보디아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가장 부러운 것 것은 음악교육에 대한 각계의 관심과 지지, 교사와 음악인들의 적극적인 가르침에의 열정이다.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방과 후 과정이 개설되기 시작한지도 벌써 몇년이 된 듯하지만 그 아이들이 발표회를 하는 무대에 대한 소식을 들어본 기억은 겨우 몇번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아직 캄보디아의 국, 공립학교들은 문화예술에 관련된 과목은 시행이 되지 않고 있다.

 

KakaoTalk_20201104_162859031▲ 캄보디아 학생들이 교실에서 음악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류기룡)

캄보디아 공립학교에서의 음악교육을 목표로 왕립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사의 자질을 찾아주고 갖출수 있도록 노력을 해온 것이 벌써 8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쌓여온 인재들과 함께 2019년에는 캄보디아 국가를 50년만에 새로운 버전으로 경상북도 도립교향악단 함께 협연으로 녹음을 하여 공식국가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교사양성, 교육개발, 보급이라는 단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학교 및 여러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회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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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룡 교수

경북대, 러시아국립차이코프스키음악원(석·박사)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 교수
성악가, 합창지휘자, 콘서트 프로듀서
NGO활동가로 동남아, 한국, 유럽에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