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길 칼럼 - 사장님, AI가 합니다] 공문 한 장에 하루가 날아갑니다.

기사입력 : 2026년 09월 22일

번역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근거가 없어서입니다.

지난 회까지
1회. 지시를 문서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2회. 좋은 지시의 3요소는 역할·맥락·형식입니다.
3회. 한 줄 지시로 3개 국어 공지를 만들었습니다.
1~3회는 나가는 말이었습니다. 이번 회는 반대로, 들어오는 문서를 다룹니다.

크메르어 공문 두 장이 도착합니다.
기한이 적혀 있습니다.
읽을 수 있는 직원에게 먼저 보여줍니다.
그다음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겁니다.
저녁까지 답이 셋 옵니다.
셋이 서로 다릅니다.

많은 사장님이 이 하루를 압니다.
그리고 속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크메르어를 못 읽어서 생긴 일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번역이 아닙니다.

번역은 30분이면 끝납니다.

문장을 옮기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번역된 문장은 읽힙니다.
그런데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이 조항이 우리 회사에 적용되는지 모릅니다.
무엇을 언제까지 내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 근거는 공문 한 장에 없습니다.
법령과 지난 지침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겁니다.
아는 사람에게 묻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그런데 그 답에는 출처가 없습니다.
맞는지 틀린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틀려도 책임은 회사가 집니다.
다음 공문이 오면 또 처음부터 전화를 겁니다.

chok11▲전화로 받은 답에는 출처가 없다. 자료를 올려놓고 물으면 근거가 함께 나온다.

노트북엘엠은 이런 도구입니다.

구글이 만든 AI입니다.
기본 기능은 무료로 씁니다.
보통의 AI와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올린 자료 안에서만 답합니다.
자료에 없는 말은 지어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럴듯한 거짓말이 줄어듭니다.
이것을 할루시네이션이라고 부릅니다.
공문처럼 틀리면 안 되는 문서에 맞는 이유입니다.

올려놓고, 한국어로 묻습니다.

공문 한 장만 넣으면 번역기와 같습니다.
관련 법령과 지난 공문을 함께 올립니다.
지난 1년치면 충분합니다.
자료가 크메르어여도 질문은 한국어로 합니다.
답도 한국어로 나옵니다.
읽지 못하는 문서를, 읽는 언어로 물어봅니다.

Chok Chey▲공문을 통째로 번역한 화면. 문장은 읽히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남지 않는다.

빨라진 것이 아닙니다.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닙니다.
답마다 어느 문서 몇 쪽에서 나왔는지 표시됩니다.
그 표시를 누르면 원문이 바로 열립니다.
전화로 받은 답에는 이 표시가 없습니다.
이제 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을 열어보지 않은 답은 전화로 받은 답과 같습니다.
회의에서는 그 화면을 그대로 띄웁니다.
회계사에게도 출처와 함께 넘깁니다.

표로도, 슬라이드로도, 팟캐스트로도 나옵니다.

같은 자료로 결과물을 바꿔 낼 수 있습니다.
요구사항과 기한을 표 하나로 정리합니다.
회의용 슬라이드 초안으로도 만들어 줍니다.
오디오로도 만들어 줍니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팟캐스트처럼 들립니다.
운전하며, 걸으며 공문 내용을 듣습니다.

한 가지만 주의합니다.
스캔하거나 사진으로 찍은 공문은 그림입니다.
그대로 올리면 AI가 글자를 읽지 못합니다.
문자 인식(OCR)을 한 번 거쳐 올립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답이 비어 나옵니다.

따라하기 — 공문 읽기 3단계
1단계. 세무·인허가 문서를 한 폴더에 모읍니다. 지난 1년치면 충분합니다.
2단계. 노트북엘엠에 노트북을 하나 만들고 그 폴더를 통째로 올립니다.
3단계. 새 공문이 오면 그 노트북에 넣고 무엇을·언제까지·누가를 묻습니다.

묻는 방식은 2회에서 다룬 3요소 그대로입니다.
역할을 주고, 맥락을 주고, 형식을 정합니다.

이렇게 입력하세요 (프롬프트 예문)
너는 캄보디아 회사의 규제 대응 담당자다.
올려둔 자료는 이번에 받은 공문과 관련 법령이다. 나는 크메르어를 읽지 못한다. 이 자료로 사내 회의를 하고 회계사에게 넘길 것이다.
요구사항·근거 조항·기한·담당 부서를 열로 하는 표 하나로 정리하라. 표 아래에 확실하지 않은 항목을 따로 적고, 회계사에게 확인할 질문 세 개를 만들어라. 각 항목마다 어느 문서 몇 쪽에서 나온 내용인지 표시하라.

chokchey22▲자료를 올려놓고 물은 결과. 답마다 어느 문서 몇 쪽에서 나왔는지 붙는다.

판단까지 맡기지는 않습니다.
최종 확인은 회계사와 변호사가 합니다.
AI가 줄이는 것은 판단 시간이 아닙니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 준비 시간입니다.
하루가 반나절이 되고, 반나절이 30분이 됩니다.

한 번 만든 노트북은 계속 씁니다.
공문이 올 때마다 자료가 한 칸씩 쌓입니다.
비슷한 공문이 오면 지난 답을 먼저 엽니다.
회사의 판단 근거가 사장 머리 밖에 남습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근거는 남습니다.
직원이 문제가 아닙니다. 근거가 회사에 없던 것입니다.

점검 포인트

하나. 이번 공문의 기한을 문서로 확인했습니까.
둘. 답변의 출처를 원문에서 직접 열어봤습니까.
셋. 지난 공문과 답변이 회사에 남아 있습니까.

다음 회. 구두로 가르친 일은 퇴사와 함께 사라집니다. 반복 교육을 문서와 음성으로 남기는 방법을 다룹니다.

사장님, AI가 합니다-1

 

 

 

 

 

 

 

 

박천길
캄보디아 소액금융사 ChokChey Finance PLC 대표이사.
주캄보디아 한인상공회의소(KOCHAM) 부회장, 캄보디아 소액금융협회(CMA) 이사.
삼성카드·현대카드에서 금융 실무를 익혔고, 연세대 MBA를 마쳤다.
현재 270여명의 현지 직원과 함께 일하며,이 연재의 모든 방법을 회사에서 직접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