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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영사국장 주도 하에 조직적 비자 유출 1만 2천건…계좌만 375개
’1만 2천 장의 비자’가 스캠 단지로…캄보디아 외교부 전직 관료들의 ’3백만 달러’ 검은 거래
반부패국(ACU), 전직 외교부 영사국장 등 3명 기소…불법 비자 판매로 300만 달러 챙겨.
정부의 “스캠 단지 근절” 선언 뒤편에 도사린 공무원 유착 실태
캄보디아 외교부 고위 관료들이 조직적으로 국가 비자 스티커를 빼돌려 온라인 스캠(Scam·신종 사기) 조직에 불법 판매한 충격적인 사건이 적발됐다. 캄보디아 반부패국(ACU·Anti-Corruption Unit)은 지난 2026년 8월 29일 공식 발표를 통해 외교부 전직 고위 관료를 포함한 3명이 1만 2000장에 달하는 비자 양식을 빼돌려 스캠 단지 및 카지노 종사자들에게 판매하고 약 300만 달러(한화 약 40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캄보디아 정부가 대대적인 온라인 스캠 단속을 벌이는 와중에 터져 나와 범죄 조직과 현지 공무원 간의 깊은 유착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반부패국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몸통은 외교통상국제협력부 영사·국경사무국장을 지낸 토 삼낭(Tho Samnang) 전 고문이다. 그는 재외국민보호과 소속의 놉 라타(Nop Ratha), 계약직 직원인 요스 라네(Yos Rane)와 공모하여 자신들이 관리하던 1만 2000장의 C형(Type C) 및 CEX형 비자 스티커를 무단으로 유출했다. 이들은 정식 신청 절차나 증빙 서류 없이 불법으로 비자를 발급하거나 연장해 주는 대가로 1장당 최소 300달러에서 최대 6000달러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범행 규모와 대담함은 자금 세탁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반부패국은 수사 과정에서 토 삼낭이 7개 은행에 걸쳐 무려 375개의 개인 은행 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분산 관리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공범인 놉 라타는 2개 은행에 5개 계좌를, 요스 라네는 2개 은행에 11개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국은 이들이 세탁하려던 자금 중 토 삼낭의 계좌에서 98만 달러, 놉 라타의 계좌에서 25만 달러를 압수하고 법원에 자산 동결 및 국고 환수를 요청했다. 이들은 현재 직권남용, 횡령,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프놈펜 지방법원에 기소되어 구금된 상태다.
스캠 단지의 ‘생명줄’이 된 불법 비자
이번 사건이 단순한 공직 비리를 넘어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불법 유출된 비자의 행선지 때문이다. 반부패국은 이들이 유출한 비자 양식이 캄보디아 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온라인 스캠 조직원들과 카지노 노동자들에게 흘러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 위조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발급된 비자를 여권에 부착한 채 활동하던 외국인 200여 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온라인 스캠 조직은 수천 명의 인력을 컴퓨터 앞에 앉혀 두고 전 세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로맨스 스캠, 투자 사기 등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외국인 노동력의 원활한 수급과 체류 보장이다. 국제 사회는 그동안 캄보디아의 허술한 이민국 관리와 공무원 매수가 스캠 조직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고 비판해 왔다. 이번 사건은 그러한 의혹이 단순한 추측이 아닌 외교부 고위 관료가 직접 개입된 구조적 부패였음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
정부의 “스캠 단지 완전 박멸” 선언과 계속되는 의구심
이번 비자 스캔들은 캄보디아 정부가 대외적으로 “스캠 단지를 완전히 근절했다”고 선언한 시점과 맞물려 묘한 대조를 이룬다. 온라인스캠단속특별위원회(CCOS·Secretariat of the Ad-Hoc Commission for Combating Online Scams) 위원장인 차이 시나리스(Chhay Sinarith) 선임장관은 지난 2026년 08월 27일 외교 사절단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700곳 이상의 온라인 스캠 시설을 폐쇄하고 대규모 스캠 단지를 완전히 통제 하에 두었으며, 현재 캄보디아 내에 대형 스캠 단지는 단 한 곳도 남아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캄보디아 당국은 지난 2025년 7월부터 2026년 8월 20일까지 총 793곳의 의심 지역을 조사해 624곳을 급습했다. 이 과정에서 약 3만 명에 달하는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인신매매 등으로 갇혀 있던 외국인 5만 8266명을 구조해 본국으로 송환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고위 공직자와 사법경찰 15명도 포함되어 있어 정부 차원의 자정 노력이 진행 중임을 피력했다.
그러나 국제 사회와 인권 단체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의 몬세 페레르(Montse Ferrer) 부국장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스캠 산업이 캄보디아 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스캠 단지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주장은 매우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진정한 성공의 척도는 단순히 단지를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배후에 있는 핵심 운영자들을 조사하고 처벌해 재발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차이 시나리스 장관 역시 “범죄 조직들이 단속을 피해 아파트, 게스트하우스, 카페, 렌터카 등 소규모로 분산되어 은밀하게 활동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인정해, 스캠 범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하화·파편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 교민 사회가 주목해야 할 안전 수칙과 시사점
이번 사건은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우리 한인 교민 사회에도 적지 않은 경종을 울린다. 국가정보원(NIS·National Intelligence Service)은 지난 2025년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캄보디아 내 스캠 범죄 조직에 가담하고 있는 한국인 규모가 최대 2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고수익 알바라는 미끼에 속아 자발적 혹은 타의적으로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불법 비자 유출 사건은 교민들의 일상적인 비자 연장 업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정상적인 대행업체를 통하지 않고 지나치게 저렴하거나 비공식적인 경로로 비자를 연장할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부정 발급 비자’를 취득하게 될 위험이 존재한다. 만약 부정 비자로 적발될 경우, 고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 체류자로 분류되어 강제 추방 및 입국 금지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교민들은 비자 연장 시 반드시 공식 등록된 대행사를 이용하고 발급된 비자의 정상 등록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캄보디아 정부의 스캠 단속이 강화되고 공직 사회 내부의 비리까지 칼끝이 향하면서 당분간 현지 치안 및 행정 절차의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우리 교민들은 현지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는 한편 대사관의 안전 공지에 귀를 기울이고 불법적인 구인 광고나 비정상적인 비자 거래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