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의 헬로 캄보디아] 캄보디아는 왜 미국달라를 쓰나요?

기사입력 : 2026년 0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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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캄보디아는 달러를 사용하는가?

캄보디아에 한번이라도 와 보신 분이라면 가지게 되는 의문. “캄보디아는 자국 화폐가 있는데 왜, 미국달라를 사용하는거지?”

오늘은 캄보디아가 미국달라를 쓰게된 배경, 그리고 지금에는 캄보디아에 경제에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 한번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캄보디아는 고유 통화인 ‘리엘(Riel, KHR)’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거리 노점상에서의 소액 결제부터 은행의 대규모 대출까지 미국 달러(USD)가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독특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달러리제이션(Dollarization)’ 현상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 캄보디아의 비극적인 현대사와 깊숙이 얽혀 있으며, 현재 캄보디아 경제의 명암을 가르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 현상의 역사적 배경을 추적하고, 현재 캄보디아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및 부정적 영향과 그 구조적 특징을 심층 분석하고자 합니다.

캄보디아의 달러리제이션은 역사적 필연이었는가, 아니면 경제적 선택이었는가? 그리고 이 독특한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모델인가?

 

역사적 배경: 상처와 혼란 속에서 뿌리내린 달러

1. 신뢰의 붕괴: 크메르 루주 정권의 화폐 폐지 (1975-1979)
캄보디아 달러리제이션의 기원은 1975년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주 정권의 집권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다. 크메르 루주는 극단적인 농업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는 망상 아래, 현대 문명의 상징들을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화폐 시스템의 완전한 폐지였죠. 크메르 루주는 수도 프놈펜을 점령한 직후 중앙은행 건물을 폭파하고, 화폐, 시장, 사유재산 제도를 모두 없애버렸고, 이로 인해 캄보디아 국민들은 자국 통화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이고 깊은 불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의 실패를 넘어, 국가가 국민의 자산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최소한의 믿음마저 앗아간 충격적인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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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달러의 유입: UN 평화유지 활동과 국제 원조 (1990년대 초)
1979년 베트남의 침공으로 크메르 루주 정권이 붕괴된 이후에도 캄보디아는 오랜 내전에 시달렸습니다. 1991년 파리 평화 협정 이후, 유엔은 캄보디아의 평화 정착과 재건을 돕기 위해 유엔 캄보디아 과도 통치기구(UNTAC)를 설립했고 1992년부터 1993년까지 활동한 UNTAC는 선거 관리, 인권 보호, 난민 송환 등 막대한 임무를 수행하며 대규모의 인력과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이때 UN 직원, 평화유지군, 그리고 각종 국제 구호 단체들이 활동 경비로 미국 달러를 사용하면서, 달러가 캄보디아 사회에 대량으로 유입되기 시작했으며, 당시 정치적, 경제적으로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리엘 화폐는 가치가 급변하는 휴지 조각에 가까웠지만, 달러는 안정적인 가치 저장 및 교환 수단으로 빠르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3. 달러리제이션의 고착화: 경제적 불안과 공급 측 요인
UNTAC의 활동이 끝난 후에도 달러리제이션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재건 과정에서 발생한 높은 인플레이션은 리엘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위협했고, 국민들은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달러를 선호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 수많은 비정부기구(NGO), 그리고 봉제업과 관광업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이 달러를 계속해서 공급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공급 측 요인’은 시장에 달러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었고, 은행 시스템마저 달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달러리제이션은 돌이킬 수 없는 구조로 고착화되었습니다.

 

양날의 검, 달러리제이션: 캄보디아 경제의 특별한 구조와 명암

달러리제이션은 캄보디아 경제에 안정과 성장이라는 ‘빛’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통화 주권 상실과 구조적 취약성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이는 캄보디아 경제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 캄보디아의 이중적 경제 구조
현재 캄보디아 경제는 달러와 리엘이 공존하는 독특한 이중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데, 이는 경제 부문과 지역에 따라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도시 vs 농촌: IMF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경제는 ‘두 개의 평행 세계’로 묘사되고있습니다. 수도 프놈펜을 중심으로 한 도시 경제는 관광, 봉제업 수출,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힘입어 달러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반면, 인구의 다수가 종사하는 농업 중심의 농촌 경제는 주로 리엘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금융 시스템: 캄보디아 금융 시스템의 달러 의존도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NBC)과 IMF 자료에 따르면, 은행 예금과 대출의 90% 이상이 미국 달러로 이루어진고 있으며, 이는 금융기관이 리엘의 가치 변동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과 기업 및 가계의 달러 선호가 맞물린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안정된 환율: 이 이중 통화 시스템이 혼란 없이 유지되는 배경에는 지난 20여 년간 1달러당 약 4,000~4,100 리엘 수준에서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온 환율이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고정된 교환 비율처럼 작동하며, 사람들이 두 통화를 큰 불편 없이 사용하게 하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1231323213213▲ 캄보디아 은행 시스템 내 통화별 예금 비중 (2020년대 초반 기준 추정치). 압도적인 달러 비중은 금융 부문의 높은 달러 의존도를 보여준다. 

2. 달러리제이션의 장점: 안정성과 성장 동력
거시경제 안정: 달러는 캄보디아 경제에서 사실상의 ‘명목 닻(nominal anchor)’ 역할을 수행하며, 만성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고 물가 안정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이는 국민들의 구매력을 보호하고 경제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투자 유치 촉진: 환율 변동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투자자들은 환차손 걱정 없이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었고, 이는 1990년대 후반부터 캄보디아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된 봉제업과 건설업, 관광업의 급성장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래 비용 절감: 국제 무역과 관광 산업에서 모든 거래가 달러로 이루어지므로 별도의 환전 과정이 필요 없어 거래 비용과 시간이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금융 위기 방파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주변국 통화 가치가 폭락할 때 캄보디아는 달러 기반 경제 덕분에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었습니다. 이는 달러리제이션이 외부 금융 충격에 대한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3. 달러리제이션의 단점: 상실된 통화 주권과 잠재적 위험
달러리제이션의 가장 큰 대가는 ‘통화 정책의 독립성 상실’이다. 이는 경제 위기 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자적 통화정책의 부재: 캄보디아 중앙은행(NBC)은 기준금리 조정이나 통화량 공급 조절과 같은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경제가 과열되거나 침체되어도,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할 능력이 극히 제한적 일 수 밖에 없지요.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기능 상실: 국내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중앙은행은 리엘은 발행할 수 있지만 위기의 근원인 달러를 무한정 공급할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이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데 큰 한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주조세(Seigniorage) 수입 상실: 주조세란 화폐 발행을 통해 정부가 얻는 이익(화폐의 액면가치 – 발행 비용)을 말한다. 캄보디아는 달러를 사용함으로써 이 수입을 미국에 넘겨주는 셈이 됩니다.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 캄보디아 경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캄보디아 내 달러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수입된 인플레이션(imported inflation)’을 유발하여 경제에 부담을 주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적 불평등 심화 가능성: 달러로 소득을 얻는 도시 근로자와 리엘로 소득을 얻는 농촌 주민 간의 실질 소득 격차가 환율 변동이나 물가 상승률 차이에 따라 벌어질 수 있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통화 주권 회복을 향한 여정: 환율 관리와 탈달러화 정책

캄보디아 정부와 중앙은행은 달러리제이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통화 주권을 점진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리엘화(Re-rielization)’ 정책으로 불리며, 강제적인 조치보다는 시장 친화적인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1. 환율 관리 방식: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관리변동환율제’
캄보디아는 환율을 시장에 완전히 맡기는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환율을 1달러당 약 4,100 리엘이라는 좁은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운용하고 있지요. 이 정책의 핵심 목표는 달러와 리엘 간의 교환 가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고, 이중 통화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막는 것이다. 안정적인 환율은 리엘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 점진적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정책: ‘리엘화(Re-rielization)’ 추진
캄보디아의 탈달러화 정책은 급진적이거나 강제적인 방식이 아닌, 시장의 수용성을 고려한 점진적 접근법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금융 인센티브 제공: 은행들이 리엘 예금을 더 많이 유치하고 리엘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 달러 예금에 비해 리엘 예금에 더 낮은 지급준비율을 적용한다. 이는 은행 입장에서 리엘을 취급하는 것이 더 유리하게 만드는 조치다.

리엘 사용 의무화 및 장려: 정부 기관의 모든 세금, 공과금, 서비스 수수료는 리엘로만 납부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대형마트, 호텔, 주유소 등에서 가격을 리엘로 우선 표시하도록 장려하여 일상생활에서 리엘의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

금융 인프라 개발: 리엘의 활용 범위를 단순 결제를 넘어 금융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 리엘 표시 국채를 발행하고, 은행 간 리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 장치(LPCO)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바콩(Bakong)’: 캄보디아 중앙은행이 2020년에 출시한 ‘바콩’은 탈달러화 정책의 가장 혁신적인 도구로 평가받는다. 블록체인 기반의 이 결제 시스템은 은행 계좌나 모바일 지갑을 연결하여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리엘 기반의 디지털 결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특히 바콩은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주변국과의 QR 결제 시스템 연동을 통해 리엘의 국제적 사용 가능성을 타진하며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565656565656▲ 1993년 UNTAC의 감시 하에 치러진 선거는 캄보디아 현대사의 전환점이었으며, 이 시기 대규모 달러 유입이 시작되었다.

3. 현실적 과제와 전망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달러화의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한 길입니다. 수십 년간 쌓여온 달러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신뢰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렵고, 특히 부동산 거래나 고가품 구매 등 거액의 자산 거래에서는 여전히 달러가 압도적으로 선호되고 있지요. 또한, 캄보디아 경제가 수출과 관광, 외국인 투자에 크게 의존하는 한, 달러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완전한 탈달러화는 매우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이며, 당분간 캄보디아는 달러가 주는 안정성과 리엘이 주는 통화 주권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달러와 리엘 사이, 캄보디아의 선택과 미래
캄보디아의 달러리제이션은 크메르 루주라는 비극적 역사에서 비롯된 깊은 트라우마의 산물이자, 내전 이후 경제 안정과 성장을 이끈 양날의 검입니다. 달러는 혼란기에 신뢰할 수 있는 피난처를 제공했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강력한 유인이 되었지만, 그 대가로 국가는 경제 위기에 대응할 핵심적인 무기인 ‘통화 주권’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이제 캄보디아는 과거의 유산인 달러에 의존하면서도, ‘바콩’과 같은 디지털 혁신을 무기 삼아 점진적으로 통화 주권을 회복하려는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는 강제적인 탈피가 아닌, 리엘의 매력과 편의성을 높여 시장이 스스로 선택하게 만드는 현명한 전략이며, 안정과 주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캄보디아의 이 미묘한 줄타기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있습니다. 캄보디아가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 경제 모델이 주목됩니다.

* 글쓴이 / 김혁 (아룬 캄보디아, 인포맥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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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김 혁 대표는 2007년부터 캄보디아에서 부동산, 호텔 개발 및 운영 사업을 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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