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한 단계가 비어 있는 학교

기사입력 : 2025년 12월 19일

편집인 칼럼

이번호에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소식이 유난히 많이 담겨 있다. 각 단체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연이어 행사를 열었고, 새 임기로 위촉돼 활동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그러나 여러 ‘시작’의 소식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았던 프놈펜한국국제학교 고등학교 과정 승인 소식은 안타깝게도 이번 해에는 들을 수 없게 됐다.

프놈펜한국국제학교는 2019년 초등과정을 시작으로 2025년 첫 중등 과정을 개설하며 단계적으로 성장해 왔다. 이제 남은 것은 고등학교 과정뿐이었지만 이번 승인 신청은 반려됐다. 주요 사유는 학생 수 부족이다. 「재외국민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학생 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고 이는 고등학교 과정에 필요한 학생 수 확보가 불확실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올 초 고등학교 과정 개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학을 결정한 중학생 학부모들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특히 중학교 3학년 학부모들은 불과 몇 개월 안에 새로운 학교에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어 중심 수업 환경의 한국국제학교에서 국제학교로의 전학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은 더욱 크다. 중학교 1·2학년 학생들 역시 고등학교 과정 개설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진로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중·고등학교 과정이 갖춰져 있어야 초등학교부터 안심하고 아이를 보낼 수 있다. 반면 교육부의 입장은 일정한 학생 수가 확보돼야 고등학교 과정을 승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이 간극은 결국 고등학교 과정 승인 신청 반려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간극은 누구의 악의 때문이 아니다. 다만 그 사이에 놓인 아이들과 부모들의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고등학교 승인 반려는 행정 절차의 결과이지만 그 여파는 한 가정의 진로 계획을 통째로 흔들어 놓는다.

올 한 해 가장 기다렸던 ‘시작’의 소식이 끝내 무산되면서 연말의 시간은 예년보다 한층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이 칼럼은 뉴스브리핑캄보디아 2025년 12월 22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