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교수의 마음결 진단] 전쟁과 재난 속 마음의 상처 PTSD 이해하기

기사입력 : 2025년 10월 10일

photo_2025-10-10_13-38-24

전쟁과 재난은 인류의 삶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며 개인과 사회 전체의 마음을 무너뜨린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그 대표적인 예로, 크메르 루즈 시절 수백만 명이 학살과 기아, 강제노동으로 생을 마감했고 살아남은 이들 중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다. Documentation Center of Cambodia의 조사에 따르면 생존자의 약 14.2%가 PTSD를 앓고 있었고, 주요 우울증은 11.5%, 불안 장애는 40%에 달했다. 또 태국 난민캠프 Site 2에 거주한 생존자들의 약 3분의 1이 임상적 수준의 PTSD 증상을 보였다는 연구도 있다. 이는 PTSD의 유병률이 일반 인구보다 몇 배나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집단적 외상이 남기는 깊은 후유증을 증명한다.

최근에도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지역에서는 군사적 충돌과 긴장이 고조되어 폭발음과 총격 소리가 주민들의 일상을 흔들었고, 국경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공포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전쟁의 직접적 피해자뿐 아니라 접경지의 일반 주민들까지 경계심과 불면을 경험하는 상황은 PTSD 발병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PTSD는 DSM-5 기준에 따라 침습적 경험, 회피, 인지와 기분의 부정적 변화, 과각성 반응이라는 네 가지 증상군으로 정의된다. 악몽과 플래시백, 특정 장소와 사람을 피하려는 행동, 죄책감과 고립감, 분노와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가 대표적이며 이는 개인의 삶과 사회적 관계를 무너뜨린다. 전 세계적으로 PTSD의 평생 유병률은 약 3.9%이지만 외상 경험자에서는 5.6%, 전쟁과 무력 충돌을 직접 경험한 집단에서는 15% 이상으로 증가한다. 미국의 평생 유병률은 약 6.8%, 최근 1년 유병률은 3.6%로 보고되며 여성은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청소년의 경우 약 5%가 평생 한 번 이상 PTSD를 경험하고, 난민 및 실향민 집단에서는 30~40%까지 보고되기도 한다. 이처럼 전쟁과 재난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을 흔드는 구조적 위험 요인이다.

그러나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교민 사회 역시 PTSD와 무관하지 않다. 낯선 언어와 문화, 경제적 불안, 사회적 고립, 법적 지위의 불확실성은 장기적으로 누적되며 불안을 만들고, 이는 PTSD와 유사한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해외에서 범죄나 사고를 겪거나 주변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접할 때 두려움은 일상 속에 스며든다. 따라서 교민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건강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 이웃과의 대화 속에서 불안을 표현하고, 교회나 모임에서 경험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으며, 전문가 상담과 치료는 건강검진처럼 누구에게나 필요한 과정임을 인식해야 한다. 전쟁과 재난의 상처는 시간이 저절로 치유해 주지 않으며, 오히려 방치할수록 고립과 회피가 깊은 흔적으로 남는다. 교민들이 캄보디아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캄보디아의 킬링필드와 내전의 집단 트라우마 역사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진다. 둘째, 전쟁과 재난의 경험이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는 상처임을 인식한다. 셋째, PTSD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부끄러운 것이 아닌 치료와 공감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넷째, 교민 사회 안에서 캄보디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경험을 존중하고 경청한다. 다섯째, 마음결과 같은 디지털 정신건강 도구나 공동체 모임을 통해 함께 회복을 돕는 문화를 만들어간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비웨이브 주식회사의 대표로서 나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통해 디지털 기반 정신건강 진단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길은 단순히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고통과 상처 속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함께 어루만지기 위한 여정이라고 믿는다.

특히 캄보디아처럼 정신건강 의료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전문적 지원을 충분히 받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더 빠르고 넓게 정신건강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 제품 마음결은 개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지만, 그 본질은 단순한 숫자와 지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회복으로 이끄는 따뜻한 다리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마음결이 캄보디아 사회와 교민 공동체 속에서 마음의 짐을 덜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큰 변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작은 위로와 희망의 불씨가 되어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한 사람의 마음이 회복되면 그 회복은 가족과 공동체로 이어지고, 결국 사회 전체의 치유와 연결된다고 믿기에, 나는 의사이자 기업가로서의 사명을 잊지 않고 이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글 이승환
비웨이브(주) CEO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