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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길의 캄보디아 경제 리포트]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은 캄보디아, 코로나19가 가르쳐준 교훈
20년간 연평균 7.7% 성장의 비밀과 함정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1998년부터 2019년까지 캄보디아를 수식하던 화려한 별명이다. 연평균 7.7%라는 경이로운 성장률로 2015년 저중소득국가 반열에 올라선 캄보디아의 성공 스토리는 분명 눈부셨다.
이 놀라운 성장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1970년대부터 이어진 내전이 끝나면서 찾아온 정치적 안정이 있었다. 여기에 젊고 저렴한 노동력, 외국 기업에 우호적인 정책, 그리고 무엇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시장에 대한 특혜 무역혜택이 더해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앞세운 관광업도 성장을 이끄는 또 하나의 엔진이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성장 뒤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숨어 있었다. 바로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은’ 것과 같은 위험한 경제 구조였다. 캄보디아 경제는 의류·섬유·신발 제조업, 관광업, 건설업 단 세 개 분야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직전 이 세 분야가 전체 경제 성장의 70%, 일자리의 40%를 차지할 정도였다.
투자와 수출 역시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외국인 투자의 60% 이상이 중국(홍콩 포함)에서 들어왔고, 수출의 56%는 EU와 미국에 의존했다. 마치 외줄타기를 하는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던 셈이다.
숨겨진 구조적 문제들
캄보디아 경제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더 깊은 문제들이 있었다.
첫째, 기술 부족 문제였다. 캄보디아는 저임금을 무기로 성장했지만, 숙련된 기술자가 부족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더 비싼 제품을 만들기 어려웠다. 단순히 ‘값싸게 많이’ 만드는 것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둘째, 비용 상승 압박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임금은 오르고 전기료와 물류비도 계속 증가했다. 하지만 생산성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었다.
셋째, 불공정한 경쟁 환경이었다. 규제가 일관성 없이 적용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기업들이 제대로 된 경쟁력을 기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광범위한 비공식 경제였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정부에 제대로 등록하지 않은 채 ‘그림자 경제’ 속에서 영업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금도 내지 않고 각종 혜택에서도 소외된 채 낮은 생산성에 머물러 있었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민낯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캄보디아의 취약점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봉쇄 조치와 국경 폐쇄로 의류 수출과 관광업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제는 -3.1%라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20년 넘게 이어온 성장 신화가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지원책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지급 같은 구제 정책은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기업과 근로자들에게만 적용될 수 있었다. 특히 비공식 부문 비중이 높은 관광업계는 정부 지원에서 완전히 소외되었다. 위기 상황에서 ‘그림자 경제’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 위기를 기회로, 구조개혁의 시작
캄보디아 정부는 이번 위기를 오히려 경제 체질을 바꿀 기회로 삼았다. 기존의 저비용 노동집약적 모델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양화하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산업 다각화가 첫 번째 과제다. 산업개발정책을 통해 의류 외에 자전거, 전자 부품, 자동차 조립 등 새로운 제조업 분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더 이상 의류 한 분야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투자 환경 개선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1년 새로운 투자법을 만들어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공정경쟁법을 도입해 기업들이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에도 본격 나섰다. 2020년 중소기업 전용 은행을 설립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크메르 엔터프라이즈’라는 혁신 스타트업 지원 기구도 만들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공공 서비스를 디지털화해 부패의 소지를 줄이고 기업들이 더 쉽게 사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3층 구조 개혁 전략
캄보디아 정부는 경제를 3개 층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상층(주력 산업)은 다각화(Diversify)가 목표다. 기존 의류·관광·건설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 분야로 확장하는 것이다.
중층(공식 경제)은 확장(Expand)이 핵심이다. 제대로 등록된 기업들의 규모와 역할을 키워 경제의 중추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층(비공식 중소기업)은 업그레이드와 공식화(Upgrade)가 관건이다. 그림자 경제에 머물러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공식 경제로 끌어들여 생산성을 높이고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게임 체인저가 된 트럼프 관세: 위기 상황 분석
2025년 7월, 캄보디아 경제에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변화가 찾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과 함께 시작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캄보디아를 직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마치 순풍을 타고 항해하던 배가 갑작스러운 폭풍을 만난 것과 같은 상황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숫자로 파악해보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고율 관세 대상국 명단에 캄보디아가 포함되면서, 이제 이것은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미국은 캄보디아 수출의 21%를 책임지는 핵심 고객이다. 특히 캄보디아의 주력 상품인 의류·신발 분야에서는 35% 이상이 미국으로 향한다.
예상 관세율 15~35%가 적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순 계산으로도 캄보디아 제품의 미국 내 판매가격이 최소 15% 이상 오르게 된다. 이는 가격에 민감한 패스트패션 시장에서는 사실상 경쟁력 상실을 의미한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H&M 같은 메가 브랜드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일환으로 캄보디아를 활용해왔지만, 이제는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 같은 대안 국가들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캄보디아는 더 이상 ‘저비용 고효율’ 옵션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위기 대응 매뉴얼: 3단계 포트폴리오 재구성 전략
하지만 모든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캄보디아가 지금 직면한 상황은 오히려 구조적 전환을 가속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핵심은 위험 분산의 기본 원칙을 국가 차원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1단계: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 (Market Diversification)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다행히 캄보디아에는 활용 가능한 카드들이 있다.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회원국 지위를 적극 활용하여 일본, 한국, 호주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 또한 ASEAN 역내 무역 확대를 통해 인도네시아같은 대형 소비 시장에도 접근할 수 있다.
2단계: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 (Product Upgrade)
저부가가치 의류 중심에서 벗어나 중간재 제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전자부품, 자동차 부품, 의료기기 같은 분야는 관세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더 높은 마진을 보장한다. 이는 단순히 ‘더 비싼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체하기 어려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3단계: 가치사슬 내 위치 업그레이드 (Value Chain Repositioning)
기존의 단순 제조(OEM)에서 벗어나 설계·개발 단계까지 담당하는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으로 진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자체 브랜드 개발(OBM)까지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단순한 ‘비용 기반 경쟁’에서 ‘가치 기반 경쟁’으로 게임의 룰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성공 사례에서 배우는 실전 전략
캄보디아가 참고할 만한 롤모델이 있다. 바로 싱가포르의 헤징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싱가포르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양쪽 모두와 실익을 추구하는 길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동남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투자와 미국의 시장 접근 사이에서 제로섬 게임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다자간 협력의 허브가 되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이다.
2030년 로드맵: 위기를 성장 동력으로 전환
결국 트럼프 관세는 캄보디아에게 ‘선택의 순간’을 앞당겼다. 계속해서 저비용 제조업 기지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혁신 기반의 가치 창출 경제로 도약할 것인가?
성공의 핵심 지표들을 명확히 설정해보자:
- 대미 수출 의존도를 현재 21%에서 2030년 15% 이하로 감소
- 비의류 제조업 수출 비중을 30%에서 50% 이상으로 확대
- 중간재 및 부품 수출 비중 25% 달성
- 자체 브랜드 보유 기업 수 300% 증가
이런 목표들이 달성된다면, 캄보디아는 단순히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는 차원을 넘어서 훨씬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를 갖게 될 것이다.
위기 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한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의 기본 원칙이 이제 국가 경제 전략의 핵심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첫 번째 경고였다면, 트럼프 관세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가장 큰 위기 속에서 가장 극적인 성장이 탄생했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재벌 중심에서 벤처 생태계 중심으로 전환한 것처럼, 캄보디아도 이번 위기를 통해 경제 DNA 자체를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맞았다.
향후 5년간 캄보디아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2030년 상위 중소득국가 달성은 물론 그 이후의 성장 가능성까지 결정될 것이다. 위기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내는 캄보디아의 도전이, 개발도상국 경제발전의 새로운 벤치마크가 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글 박천길
現 CHOKCHEY FINANCE
Micro-Finance 대표.
한신공영㈜ 전무
삼성/현대/CJ에서 마케팅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