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비싸고 위험한 교통수단

기사입력 : 2013년 05월 22일

식당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해서 전에 몇 개월 동안 데리고 일했던 사람을 불렀다. 한국 음식을 곧잘 하고 지금 하는 일이 없다고 해서 꼭 쓰고 싶은데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출퇴근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모토돕(오토바이 택시)을 타야 하는데 출근하는 데만 5,000리엘, 퇴근까지 하루에 모두 10,000리엘(2.5달러)이 드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혼자라면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할 수 있는데 남편 직장이 자기 집 근처라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쓰지 못했다. 월급은 100달러 남짓인데 출퇴근에 60달러 이상을 써야 하니 일을 해도 별로 남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놈펜에는 시내버스가 없다. 모토돕이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자신의 오토바이가 없는 사람들이 즐겨 타는 것이 모토돕인데 그 요금이 만만치 않다. 탔다 하면 짧은 거리라 해도 보통 1,000리엘 이상이 들고, 4,5km 이상 타고 가려면 4,000리엘(1달러) 이상을 요구한다. 이동 거리를 기준해서 비교를 해 보면 한국의 지하철이나 버스 요금보다 더 비싸다. 월급이 100달러도 안 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캄보디아 서민들의 형편에 비추어 볼 때 가히 살인적인 요금이 아닐 수 없다. 자기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서민이라면 매월 지출되는 생활비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교통 요금이다.

출퇴근 시간 무렵에 공장 지대 근처를 지나다 보면 노동자를 가득 싣고 달리는 차량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1톤 트럭 한 대에 보통 60여 명, 15인승 봉고차 한 대에 지붕까지 50여 명을 태운 채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드나든다. 버스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차량들이 콩나물시루같이 사람을 가득가득 싣고 대로를 질주할 때에는 아찔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차량끼리 부딪히거나 급정거 급회전이라도 하면 대형 사고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짐짝 같은 신세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방의 몇몇 큰 도시를 제외하고는 수도인 프놈펜과 연결되는 시외버스가 없다. 그런 곳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버스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소형 승합 차량들이다. 큰 시장 근처나 시내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국도 어귀에는 어김없이 승합 차량들이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린다. 이런 차량들은 손님이 다 차야 출발하는데 어떤 때에는 하루 종일 손님을 기다리기도 한다. 15인승 봉고차 한 대에 보통 30여 명의 손님과 갖가지 짐을 싣고 목적지로 출발한다. 보통 20여 년이 넘은 낡은 승합차들이지만 캄보디아에서는 여객과 화물 수송의 중추적인 역할을 이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버스 노선이 생긴다 해도 아직은 이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

프놈펜에서 승용차 없이 생활하자면 불편을 감수하고 안전을 포기해야 한다.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모토돕인데 요금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거의 보험에 들어 있지 않아서 사고가 나도 보호받을 길이 없다. 타고 가다가 더러 날치기를 당하는 일도 있어서 특히 여성들에게 위험하다. 프놈펜에 시내버스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현재 운행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몇 년 전에 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터 택시가 프놈펜에 등장해서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특별히 몇 번 이용해 봤는데 생각보다 요금이 비싸지 않고 서비스도 좋았다. 시내에서 웬만한 곳이라면 5달러가 넘지 않고, 시간 거리 병산제로 미터 요금이 나오니까 기사와 요금 흥정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도 어디서든지 어느 시간이든지 안심하고 탈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든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