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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209화 더 잘 살고 싶은 캄보디아 사람들
요즘 들어 6~7년 전에 중국어를 함께 공부했던 캄보디아인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낡은 오토바이로 혼잡한 길을 뚫고 당시 막 지은 고가다리를 달리면서 “두고 봐라! 앞으로 더 좋아질 거다!”라고 말했다. 그때 길옆으로는 중국인들이 이미 다 사들였다고 알려진 콘도형 아파트들이 삐까뻔쩍하게 즐비해 있었다. 외양이 다가 아님을 안다고 해도 그때 그 친구의 말은 깊고 오래된 바람을 싣고 있어서 듣는 한국인을 숙연하게 했다.
그맘때 캄보디아왕립아카데미(RAC)에서 커피 한잔할 때면 프놈펜 외곽의 땅문서부터 두메산골 격인 뿌레아위히어주의 지적도까지 펼쳐 놓으며 땅을 팔던 소위 학자라 불리는 연구원들이 말을 걸곤 했었다. 쥐뿔도 없는 사람인데 뭘 보고 이러시나 싶었지만, 땅뙈기 하나 박아둘 수 없는 자질이 못내 쓰리기도 했다. 당시에 왕립프놈펜대학교(RUPP)에서 한국어과를 졸업한 제자들이나 현지인 교수진도 부동산 딜러가 되어서 “땅” 보러 지방 간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처럼 투기에 가담한 현지인 개미 투자자들은 저리의 은행 빚을 겁도 없이 내고 있었다.
당시 부동산 거품의 주역인 중국 자본은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구상에 따라 2018년 무렵 폭발적으로 밀려들었다. 프놈펜이나 시하눅빌의 야경이 중국인가 싶게 탈바꿈했다. 그러던 캄보디아가 경제성장률 7%를 찍었을 2019년에는 시아눅빌의 중국인 폭력배와 도박단을 쳐내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하필 이듬해 경제불황과 코로나19 전염병이 발발하면서 수도 프놈펜도 유령 도시가 되었다. 전염병 통제가 완화된 2022년에 한국에서 입국해서 공항에서 택시를 탔는데, 그때 택시를 몰던 기사는 “중국인은 떠났지만, 캄보디아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기에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말 같지만 사실 캄보디아인은 일관성이 없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말이 같지 않기에 장기적인 전망을 두고 가치부여를 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떵떵거리며 살고 싶다는 열망은 캄보디아 사람들의 꿈이다. 이러한 꿈을 지지하고 북돋운 사람은 바로 훈센 총리이다. 그러나 생계 문제를 최대 현안으로 두고 그 밖의 인권이나 법치, 양심과 정의, 반대의 목소리를 부차적으로 치부하고 심지어 묵살한 태도는 지난 국가 수장의 한계점이다. 이에 따라 8월 22일부로 들어선 새 정부는 이전 정부의 한계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일부 보인다. 이를테면 새롭게 구성되는 정부 자문위원회(SCC)에 모든 야당도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소식은 뜻밖이었다. 공무원임용시험을 개혁하겠다고 채용계획을 중단한 소식과 함께 그동안 범죄 이력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게 자리를 꿰찬 공직자들이 해고되고 있다. 훈센 전 총리가 하야 전에 아들에게 기존의 공직자가 부당하게 잘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던 훈수는 자신의 눈을 가리고 아웅 한 셈이다.
엊그제는 써켕 전 내무부 장관이 현역 장관인 양 “평화”의 망령을 끄집어냈다. 아마도 야당 계열의 누군가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부 또는 여당을 비방하는 게시를 했던 모양이다. 이에 대고 사회 경제적 발전을 방해하고 대중을 혼란스럽게 해서 평화를 위협한다고 쏘아붙였다. 써켕 전 장관을 비롯한 노장들은 이처럼 캄보디아 대중을 우매하고 하찮은 존재로 취급해서 천덕꾸러기쯤으로 여긴다. 코로나19 전염병을 통제하기 위해서 확진자를 올가미로 포획하지를 않나, 장대 같은 회초리를 휘두르며 시민들을 위협했던 경찰과 군인들의 수장이다.
그나마 훈센 전 총리는 발언을 많이 아끼는 모습이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으나 취임 후 100일은 공식적으로 훈마넷 총리에게 시험대이다. 지금까지 훈센 전 총리는 아들이 자신을 닮아서 승승장구하리라는 지지를 간헐적으로 언급하는 선에서 ‘부정(父情)’을 보이는 듯하다. 신임 총리 취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퇴임 후에 국가가 ‘위태로운 상황’에 봉착할 시 1997년처럼 쿠데타라도 일으킬 심산임을 띄웠던 강경한 모습은 자제하는 듯하다. 캄보디아는 지금 훈마넷 총리가 물가에 내놓은 어린 자식이 아닐진대 신임 총리 인큐베이팅이 한창이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