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박카스와 카스

기사입력 : 2013년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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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만 해도 캄보디아의 대중 음료는 코카콜라와 레드불이었다. 캔에 두 마리 붉은 황소가 뿔을 맞대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레드불은 더위와 피로에 지친 남자들에게 특이 인기가 있는 음료였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왜 그리 레드불을 좋아하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맛을 보니 피로 회복제로 널리 알려져서 한국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사랑을 받아 온 박카스와 그 맛이 흡사했다. 한국에서 한때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박카스를 즐겨 마셨던 것처럼 캄보디아에서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애용하는 음료가 레드불이었다.

그런데, 불과 3년 전쯤부터 레드불이 시야에서 멀어졌다. 프놈펜 시내 곳곳에서 흔히 눈에 띄던 레드불 광고물이 크게 줄고 그 자리를 한국의 박카스가 차지하기 시작하더니 요즈음에는 시골 구석구석까지 박카스 광고가 즐비하게 걸려 있다. 수년간 캄보디아의 에너지 음료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지켜온 레드불을 따돌리고 불과 2,3년만에 바카스가 정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박카스의 대 캄보디아 수출액이 150억원을 초과할 정도로 박카스에 대한 캄보디아 사람들의 인기는 대단하다.

한국에서는 약으로 분류되어 약국에서나 살 수 있는 박카스를 캄보디아에서는 도회지는 물론 시골 구멍가게에서도 쉽게 사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작은 병에 담긴 것밖에 못 보았는데 캄보디아에서는 캔에 담겨서 팔린다. 맛은 병에 담긴 것과 약간 차이가 나는데 음료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차별화를 꾀한 것 같다. 박카스가 레드불을 이긴 또 하나의 요인은 캔에 있다고 생각한다. 레드불은 식혜 음료를 담은 캔처럼 낮고 퉁퉁한 반면 박카스 캔은 날렵하고 길쭉하다. 한 손으로 딱 잡히는 사이즈다. 더운 날씨에 얼음 통에서 꺼낸 박카스를 손에 움켜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청색이 주류를 이루는 색깔 디자인도 시원함을 더한다.(레드불은 금색 바탕에 붉은색 그림)

캄보디아의 대중적인 술은 단연 맥주다. 더운 나라라 그런지 독한 술보다는 맥주를 주로 마신다. 대형 슈퍼마켓의 주류 코너에 가 보면 이름이 알려진 세계 도처의 맥주들이 쫙 깔려 있다. 독일 등 유럽 맥주는 물론 중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라오스 필리핀 등의 맥주가 들어와 있고, 한국의 하이트와 카스도 끼여 있다. 그런데, 캄보디아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맥주는 외국의 유명 브랜드보다 자국산인 앙코르 맥주다. 외국인들도 이 맥주를 좋아한다. 이 맥주를 마시다가 카스 같은 한국 맥주를 마시면 싱겁고 밍밍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앙코르 맥주가 카스보다 알코르 도수가 조금 높기도 하지만 카스보다 맛이 깔끔하고 상쾌하다.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 한국 식당에서도 한국 맥주보다는 앙코르 맥주가 대세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주법도 특이하다. 유리잔에 맥주를 삼분지일쯤 붓고 얼음을 넣어 조금씩 천천히 마신다. 시간이 좀 지나면 얼음이 녹아 물 탄 맥주가 되어 나 같은 비주류(?)도 술맛이 나지 않는다. 물 탄 카스 맥주?…당연히 캄보디아 사람들의 입맛을 끌 수가 없다. 그러잖아도 맛이 없다고 불평이 자자한 한국 맥주가 외국에 나온들 별수 있겠는가? 맥주에 붙는 높은 세금 때문에 한국에서는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없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여부를 떠나 전보다 맥주 맛이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에서는 그렇더라도 외국에 나가는 맥주라면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박카스의 교훈을 카스가 배워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박카스를 캄보디아 대표 음료로 끌어올린 사람이 한국인이 아닌 캄보디아인이라는 사실, 캄보디아를 상대로 사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곱씹어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