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캄보디아 시골 풍경

기사입력 : 2013년 05월 06일

학생을 따라서 그의 시골 집 구경을 갔다 왔다. 캄보디아의 농촌 생활을 보고 싶던 차라 기대가 컸다. 3번 국도를 따라 70km쯤 내려가다가 오른쪽 소로로 차를 돌려 10여 분 달리니 그의 집이 나타났다. 갈대 잎을 엮어 지붕을 올리고 나무 기둥을 세워 2층에 방을 만든 전형적인 캄보디아 농가였다. 땅 바닥에 평상처럼 마루를 깐 아래층은 가족들의 공동생활 공간으로 함께 식사를 하거나 쉴 때 사용한다고 했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2층에는 거실과 방이 있는데, 벽이나 바닥이 숭숭 뚫려 있어서 바람이 잘 통하게 되어 있었다. 주거용 건물 한쪽에는 별채가 하나 또 있었다. 별채 아래층은 곡식이나 음식 재료, 농기구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고 위층은 조리용 공간으로 쓰고 있었다. 거실 겸 방에는 텔레비전이 한 대 있었는데 아직 전기가 안 들어오는 지역이라 배터리를 사용해서 잠깐씩 본다고 했다.

집 주변으로는 코코넛 나무와 망고 나무들이 집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꽤 오래 전에 터를 잡은 듯 밑둥이 굵은 나무들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어서 한낮에도 집을 다 덮을 정도로 그늘이 드리웠다. 코코넛이나 망고는 캄보디아에서 가장 흔하고 값싼 과일이다. 한국의 감나무나 밤나무처럼 캄보디아 시골 집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라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가장 친숙한 나무가 아닌가 한다. 별로 부유한 집이 아닌데도 집 곁에는 소가 세 마리나 있었다. 들판이 바짝 말라 있어서 풀밭 같은 것도 보이지 않는데 소들이 무엇으로 이 건기를 버텨 내는지 궁금했다. 집 주변은 개와 고양이, 거위, 닭들의 놀이터처럼 보였다. 돼지새끼도 제 맘대로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 이채롭게 보였다.

프놈펜에서 70여 km 내려가면서 양쪽에 펼쳐진 들판 어디에서도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내가 찾은 시골 집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우기를 기다려 1년에 한번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들판 한쪽에 야트막한 산자락이 길게 뻗어 있고 그 아래가 제법 큰 호수였지만 호수 대부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기에 호수로 쏟아져 들어온 물을 잘 이용하면 건기에도 일부 지역은 농사를 지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았다. 관개수로나 양수 시설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드넓은 농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농민 대다수가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캄보디아 농촌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귀한 손님이 왔다고 점심을 준비해 주었다. 돼지고기에 야채를 넣어 볶은 요리 한 가지와 야채 쌈, 그리고 밥이 전부였지만 성의를 생각해서 진수성찬인 양 맛있게 먹었다. 금방 나무에서 따낸 코코넛 음료는 기분을 한껏 상쾌하게 해 주었다. 대접을 잘 못했다고 미안해하는 학생의 부모들 표정을 보면서 어린 시절 우리의 시골에서 맛보던 순박한 인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집에서 한 해 농사로 얻는 소득은 쌀 1,000kg 정도. 이것으로 일곱 식구의 식량과 생활비를 해 왔는데, 얼마 전부터 자식 둘이 프놈펜에 나가 제 밥벌이를 해서 입을 더는 바람에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고 했다. 그나마 이 집은 붙여먹고 살 땅이라도 있으니 형편이 나은 편이다. 남의 땅을 얻어서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하루 세 끼를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돌아오려고 집을 나서려는데 이웃에 사는 학생의 이모가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자기의 딸인데 한국으로 시집을 보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자식 하나라도 가난에서 탈출시키려는 그 마음을 어찌 모르랴.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