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호의 국립소아병원에서 드리는 편지] 두 번째 편지 ‘캄보디아 국가 백신 접종 계획, NISP’

기사입력 : 2023년 12월 19일

서정호 칼럼 메인33

존경하는 캄보디아 교민 여러분께 인사 드립니다.

쏙써바이떼?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죠?)

오늘은 지난 번 말씀 드린 대로 ‘국립소아병원에서 예방 접종’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두 번째 편지의 제목은 ‘캄보디아 국가 백신 접종 계획, NISP’입니다.

교민 분이든 캄보디아 분이든 저희 병원에 오시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소아 혹은 성인 백신 접종일 것입니다.

코로나-19가 한참 유행하던 때 캄보디아에서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어떻게 그렇게 효과적으로 이루어졌을까 궁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제가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캄보디아에서 국가 백신 접종 계획(National Immunization Program Strategic Plan, NIPSP)이 30년 전부터 5년마다 업그레이드 되어 잘 정비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한 교민분으로부터 독감 백신을 NPH(Natioanl Pediatric Hospital, 국립소아병원)에서 맞을 수 있는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독감 백신은 저도 잘 몰라서 고민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한 간호사님께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엄청난 대답이 돌아 왔습니다.

‘독감 백신은 국가 백신 접종 계획에 아직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놀라운 대답을 듣고 ‘아 그렇구나!’ 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국가 백신 접종 계획(가칭, NIPSP를 나름대로 번역한 말) 이라는 것이 있구나! 이 분은 NPH에서 운영되는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국가적인 정책의 틀 안에서 거시적으로(나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숲을 봄)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 분의 식견에 감탄하면서 국가 백신 접종 계획이라는 단어를 배우게 된 것에 감사하였습니다. 처음에는 Cambodia National Vaccine Plan이라고 구글에 입력했는데 NIPSP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찾아 보니 캄보디아 보건부(Ministry of Health) 에서 발간한 Cambodia National Immunization Program Strategic Plan라는 공문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아래 참고 문헌 링크 참조). 먼저 이 계획 안에는 UNICEF, WHO, GAVI 등의 국제적인 파트너들의 이름이 나와 있었습니다. 캄보디아 정부와 협력하여 국가 백신 접종 계획을 지원해 주고 있었습니다.

긴 문서라서 다 읽지는 못했지만 요약한 내용이 앞에 잘 나와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홍역(Measles), 소아마비(Poliomyelitis) 등은 백신 접종으로 이제는 캄보디아에서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또 출산 시에 산모와 아이에게 생길 수 있는 주산기 파상풍(Tetanus)도 백신 접종을 통해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제게 문의가 온 어떤 한국 아이가 열이 나고 피부에 반점이 나서 홍역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있었는데 이 자료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홍역은 공기 전파 되기 때문에 일단 한 번 생기면 겉잡을 수 없이 많은 감염이 일어나게 되고 폐에 후유증도 남기는 병입니다. 소아마비는 바이러스가 척수 신경에 침투하여 한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장애를 만드는 큰 부담을 주는 병이고요. 하지만 둘다 백신 접종을 하면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더이상 발생이 없다고 합니다.

참고로 저희 국립 소아 병원에서는 B형간염, BCG(결핵 예방 접종), DTP(우리나라에서는 DPT라고 하나 캄보디아에에서는 DTP라고 함,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폐렴구균(Pneumococcal Disease, PCV13), 일본뇌염, 소아마비(경구, 주사 모두 가능) 등도 접종합니다. 특이한 점은 우리 나라에서는 MMR(Measle, Mumps, Rubella: 홍역, 볼거리 풍진)이지만 여기 캄보디아에서는 볼거리가 빠진 MR (Measles, Rubella) 백신을 접종합니다. 볼거리 백신이 빠져서 아쉽지만 만일 한국에서처럼 MMR을 맞추고 싶다면 개인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합니다. 또 DTP-Hib-HepB (DTP백신,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 간염이 한 번으로 접종 가능) 백신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한 교민분으로부터 일본 뇌염 백신이 사백신(죽은 균으로 만든 백신)인지 생백신(균이 살아 있으나 약독화시켜 놓은 백신)인지 질문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확인해 보니 저희 병원에서 사용하는 일본 뇌염 백신은 생백신이고요. (생백신은 기초접종 2회, 사백신은 기초접종 3회 시행함) 이 점도 한국과 다릅니다.(한국에서는 사백신, 생백신 모두 사용하나 교차 접종 불가하므로 한국에서 사백신 맞은 경우는 계속 사백신을 맞추어야함)

마지막으로 코로나 19 백신에 관해서 짧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코로나 19백신은 현재 캄보디아의 정부 병원이나 Health Center(캄보디아어로는 몬두울 소커피읍이라고 하며 우리 나라 보건소나 보건 지소에 해당) 에서는 중국 Sinovac백신만을 접종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현재 화이자나 모더나 등 기타 백신은 정부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접종 중인 ‘2가 백신’은 한국에 가셔서 맞으셔야 할 듯 합니다.

두서 없이 여러 말씀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항상 저희 국립 소아 병원을 기억해 주시고 성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 드립니다.

다음 번에는 국립 소아 병원 내 봉사 활동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국립 소아 병원이나 오늘 글 내용에 대한 문의가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서정호 올림 ( 011 944 511, yoyosuh77@msn.com )

참고문헌: 1.캄보디아 국가 백신 접종 계획 문서 http://cdc-crdb.gov.kh/en/twg-jmi/sector_strategy/NIPSP_2016_2020.pdf 

2. WHO 홈페이지, 캄보디아 백신 스케줄 https://immunizationdata.who.int/pages/schedule-by-country/khm.html?DISEASECODE=&TARGETPOP_GENE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