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12화 캄보디아의 공식어: 크메르어의 특질

기사입력 : 2023년 01월 21일

크메르어는 캄보디아의 공식어이자 1600만 인구의 주류를 이루는 크메르인의 민족어이다. 역사적으로 인접국가와의 영토분쟁으로 소실되어 태국 남동부에서 거주하는 약 130만 명과 베트남 남부의 100만 명이상의 크메르인도 사용하는 언어이다. 프랑스 식민지(1863-1953) 이래 정치적 분쟁이나 내전 등으로 망명길에 올라서 전 세계에서 흩어져 살아가는 수많은 캄보디아인의 모국어이다. 그밖에 캄보디아에서 살아가는 참족, 베트남인, 중국인, 고산족(꾸이족, 프농족, 땀뿌안족, 스띠잉족 등의 소수민족) 등도 크메르어를 말한다.

 

❶ 언어의 계통

크메르어는 오스트로아시아어 그룹의 몬-크메르 어족에 속한다. ‘오스트로아시아(Austroasia)’라는 말은 라틴어로 “남쪽”과 “아시아”를 뜻하는 단어가 합쳐진 것으로 “남아시아”라는 뜻이다. 몬-크메르 어족에는 인도차이나반도의 베트남어(1940년대 이후 편입), 크메르어, 몬어, 바나르어, 모이어 등이 속한다. 주요특징은 음운적으로 베트남어를 제외하고는 성조를 갖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형태적으로 고립어이거나 굴절이 매우 적다. 통사적으로 ‘주어(S)-동사(V)-목적어(O)’를 기본 어순으로 전치사와 후치수식이 발달했다.

제112화_2▲ 오스트로아시아어 그룹의 몬-크메르 어족 분포도

 

❷ 문자상의 특질

크메르어는 남아시아에서 기원전 6~3세기경에 사용된 브라흐미계 아부기다 표음문자에서 유래했다. 자음 33자, 모음 24자, 독립모음 12자와 특수기호 10개로 구성한다. 자음은 홀로 표기되거나 좌우상하에 모음과 결합해서 적는다. 또한 겹자음의 표기를 위해 모든 자음은 별도의 이형태가 존재한다. 독립모음을 제외한 모든 모음은 반드시 자음과 결합해서 표기된다. 특수기호는 글자의 위 또는 우측에 붙어서 음가에 다양한 변화를 준다.

제112화_3▲ 자음에 따른 이형태(붉은색 글자)

 

 

❸ 음운상의 특질

자음은 자체적으로 모음 음가 [어] 또는 [오]를 포함하고 있다. 모음은 결합하는 자음이 [어]계열인지 또는 [오]계열인지에 따라 달리 발음한다. 또한 각 모음의 발음은 대부분 단순하지 않고 이중적이며 결합하는 자음의 특성과 맞물려서 음의 길이와 강세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모음 ‘ា ’는 [어]계열과 결합하면 자음과 함께 [ㅏ]를 길게 발음해야 하고, [오]계열이면 자음과 [ㅣ]를 강하게 읽으면서 짧게 [어]라고 연결하여 발음해야 한다. 종성에서는 한국어에서 없는 후음([h])이 실현되기 때문에 과학적이라는 한글이라도 발음을 필사할 수 없다.

제112화_4▲ 자음의 계열에 따른 모음의 발음 양상(제1계열=[어]계열, 제2계열=[오]계열)

 

 

❹ 어휘 및 형태상의 특질

보통의 캄보디아인이 사용하는 고유의 크메르어 어휘는 단음절 형태소를 근간으로 접두사, 접요사 및 접미사를 결합하여 다양한 파생어로 발달했다. 한편 크메르어 문자의 도입 초기에는 크메르어가 아닌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경전을 옮겨 적는 용도로 쓰임에 따라 왕실과 사원에서부터 관련 차용어가 성행했으며, 오늘날은 일상에서 격식적인 표현으로 두루 사용된다. 또한 주변국 언어와 식민지 시대는 프랑스어에서 차용된 흔적도 있다. 한국어 발음과 유사한 어휘는 30([쌈썹]), 400,000([싸에썹먼]), 얼른([으르은]), 꼬마([꼬마]), 빵([놈빵]) 등이 있다.

제112화_5▲ 크메르어 문자로 야자잎에 새긴 불교 경전

 

❺ 문법상의 특질

곡용이나 활용이 없는 고립어로서 단어가 문장 속에서 하는 기능은 어말의 형태가 아니라 문장의 어순(주어+동사+목적어, 피수식어+수식어)에 따라 결정된다. 즉, 주어와 목적어는 동사를 기준으로 어느 부분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구분되기 때문에 어순이 뒤바뀌면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다양한 문법적 관계는 전치사나 접사에 의한 파생어 조어법과 보조용언을 통해서 밝힌다. 높임이나 공손은 문법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대신에 왕족이나 승려에게는 특별한 낱말을 사용하는 경어법이 발달했다.

 

80-이영심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