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11화 지붕 형태에 따른 크메르 전통 가옥의 유형

기사입력 : 2023년 01월 21일

캄보디아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 부, 선호도 및 지리적 위치에 따라 집을 다르게 짓는다. 프놈펜은 현대적인 건축공법과 외국 건물 디자인의 유행으로 전통적인 캄보디아 건축양식이 도태된 듯하다. 그렇지만 도심을 벗어나면 자연과 어우러진 캄보디아인의 전통주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고대부터 크메르인은 땅이나 물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나무와 나뭇잎으로 집을 만들어서 올렸다. 이로써 우기철 빈발하는 홍수사태에서 집이 잠기는 것을 방지하고 위험한 동물의 난입을 막아서 곡식이나 식량을 지켰다.

캄보디아 최초의 역사인 ‘푸난 시대(68-627AD)’의 기록에 따르면 서민의 집은 초가지붕을 특징으로 하고 부유한 집은 구운 점토로 타일을 만들어서 지붕을 덮었다. 이처럼 위계와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크메르 스타일의 가옥이 지어졌다. 그 가운데 서민의 전통 가옥은 지붕의 형태에 따라 “①프떼아뻿, ②프떼아껀땅, ③프떼아크마에, ④프떼아롱다올, ⑤프떼아롱드엉”으로 대표된다. 이러한 집은 전통적으로 번영을 되찾고 태양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동쪽을 향해 지었다.

111-1▲ 크메르 가옥의 전통적인 5가지 유형

프떼아뻿(Pet House)은 지역에 따라서 “프떼아쫌” 또는 “프떼아끄러쫌”으로 불리며 한국식으로 ‘우진각집’ 또는 ‘모임지붕집’이다. 즉, 지붕이 네 면에 모두 있고 용마루와 추녀마루로 구성되어 있다. 전후 지붕면은 사다리꼴이고 양측 지붕면은 삼각형이다. 일반적으로 면적이 가장 큰 벽의 중앙에 문이 있다. 지붕을 추가해서 다양한 형태로 확장할 수 있다. 용마루의 장식은 “멧(Met)”, 추녀마루의 장식은 “껀또이모안(chicken tail)”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식민지 때 국왕이 백성들로 하여금 작은 지붕의 집을 짓고 살게 하고자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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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떼아껀땅(Kantaing House)은 건물 앞뒤에서만 지붕면이 보이고 추녀가 없으며 용마루와 내림마루로 구성된 집이다. 책을 엎어놓은 듯한 형태로 한국식 ‘맞배지붕집’ 또는 ‘박공지붕집’이다. 이러한 유형의 집은 12세기 건립된 바이욘 사원(Bayon)의 다양한 조각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랫동안 존재했다. 비교적 건설하기 쉬운데다가 지붕 아래에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선반을 제작할 수 있어서 캄보디아인들이 선호하는 유형이다. 박공 아래에 날개 지붕을 달아서 햇살이나 비바람이 들이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깜뽕짬과 끄라쩨주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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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떼아크마에(Khmer House)는 두 개의 지붕이 있어서 프랑스식 ‘맨사드(Mansard) 지붕’과 유사한데, 윗지붕과 아랫지붕 간의 꺾임이 또렷하게 발생하고 다락 공간이 프떼아껀땅(박공지붕집)보다 넓은 편이다. 박공은 대부분 화려하고 세련된 문양으로 장식해서 고급스러움을 연출한다. 집을 짓는 소재도 길고 단단한 기둥이 4줄이나 소요됨에 따라 가난한 서민은 짓기 어렵다. 주로 사원과 왕실의 구성원이나 고위 관리가 개인적인 주거를 위해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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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떼아롱다올(Rong Daol House)은 기둥을 세 줄로 세우고 가장 높은 중심 기둥을 따라 맞배지붕을 얹는다. 다음으로 한쪽 박공을 작게 만들고 가장자리 기둥부터 지붕을 넓게 덧대서 처마를 조성하는 형태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지붕을 추가하여 공간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이름에서 보이는 “롱(Rong)”은 연회장을 방불케 하는 넓은 공간을 뜻한다. 따라서 벽을 만들지 않으면 정자로 조성할 수 있고 결혼식이나 다양한 축제의 장으로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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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떼아롱드엉(Rong Doeung House)은 한국식으로 합각지붕 혹은 팔작지붕과 유사하다. 맞배지붕을 올린 다음 양쪽의 박공을 작게 하고 지붕을 덧대서 처마를 조성하는 형태이다. 프떼아롱다올이 확장된 형태로 공간 활용도 그와 유사하다. 프놈펜 왓보똠 사원의 해당 건축물은 기둥을 4줄로 하고 지붕도 겹겹이 얹어 외관이 웅장하고 호화스럽다. 이처럼 사원의 법당이나 지방의 주청사로 지어지지만 여염집의 주택에서도 볼 수 있는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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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이영심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