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96화 캄보디아 새해에 관한 전설과 7천사

기사입력 : 2022년 06월 03일

캄보디아에서 새해는 크메르어로 ‘쫄 츠남 트마이(이하 쫄츠남)’라고 하며 ‘새해를 맞이하다’를 의미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쑤어 쓰다이 츠남 트마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인사말은 1월1일 양력 새해와 중국과 한국의 음력설에도 똑같이 사용한다. 쫄츠남은 매년 양력 4월13일 또는 14일인데, 이때 캄보디아인들은 새해의 천사가 세상과 사람들을 돌보러 온다고 믿는다. 이하에서는 캄보디아의 쫄츠남 전설을 소개하고 천사들의 초상도 확인하고자 한다.

옛날 옛적에 ‘톰마빨꼬마’라는 젊은이는 힌두교 경전을 통달하고 새의 언어까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에 천상계의 왕 ​​‘꼬벌머하뿌럼’은 톰마빨꼬마가 얼마나 영리한지 테스트하고자 세 가지 수수께끼를 7일 이내에 풀도록 주문했다. 만약 톰마빨꼬마가 수수께끼를 풀면 왕은 자신의 머리를 자르고, 풀지 못하면 톰마빨꼬마가 머리를 내놓아야 했다. 6일이 지나도록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톰마빨꼬마는 절망해서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숲으로 들어갔다.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느라 지친 톰마빨꼬마는 어느 큰 야자나무 아래에서 설핏 잠이 들었고 우연히 독수리 부부의 대화를 엿듣게 됐다. 암컷 독수리는 남편에게 내일 양식이 뭐냐고 물었고, 수컷 독수리는 톰마빨꼬마라는 청년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죽을 것이 뻔하므로 한동안은 그 청년의 살점을 먹으며 양식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독수리 부부는 꼬벌머하뿌럼 왕의 수수께끼와 해답에 대해서도 조잘조잘 떠들었다.

첫 번째 수수께끼 “아침은 사람의 어디에 있는가?”의 해답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세안을 하는 사람의 얼굴’이다. 두 번째 수수께끼 “정오는 사람의 어디에 있는가?”의 해답은 ‘오후의 더위에서 몸을 식히기 위해 목욕하는 사람의 가슴’이다. 세 번째 수수께끼 “저녁은 사람의 어디에 있는가?”의 해답은 ‘하루의 일을 마치고 발을 닦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사람의 발’이다. 이를 들은 톰마빨꼬마는 왕궁으로 달려가서 해답을 말했고 약속대로 꼬벌머하뿌럼 왕은 자신의 머리를 잘랐다.

 

96-01▲ 톰마빨꼬마라는 청년이 수수께끼를 풀었기 때문에 약속대로 꼬벌머하뿌럼 왕이 자신의 머리를 잘라서 접시에 얹는 모습

그전에 꼬벌머하뿌럼 왕은 일곱 딸을 불러서 자신의 머리가 땅이나 바다에 떨어지지 않아야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다고 알려줬다. 그의 머리는 접시위에 올려져 있어야 하며 딸들은 매년 새해마다 한 명씩 그 접시를 들고 메루산(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산) 주변을 빙빙 도는 행사를 거행하고는 카일라스산(고대 인도의 전설상의 산)에 안치했다. 이렇게 하면 세상이 복을 받고 날씨가 좋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에 따라 캄보디아인은 매년 새해 첫날에 새로운 천사가 메루산 주변을 도는 행사를 위해서 땅에 내려온다고 믿는다.

 

02▲ 새해마다 꼬벌머하뿌럼 왕의 딸이 왕의 머리를 얹힌 접시를 들고 메루산(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산) 주변을 빙빙 도는 행사를 거행하는 모습

매년 천사는 새해가 오는 요일에 따라 결정되며 각 천사는 머리장식, 무기, 선호하는 제물, 탈것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먼저 일요일을 관장하는 천사는 꼬벌머하뿌럼 왕의 큰 딸인 ‘똥싸떼위’이다. 그녀는 머리를 석류꽃으로 장식하고 오른손에는 원반, 왼손에는 소라껍데기를 잡았다. 무화과 열매를 좋아하고 탈것은 ‘가루다’라는 신조이다. 월요일의 천사 ‘꼬리억떼위’는 자스민꽃으로 장식하고 오른손에는 검, 왼손에는 지팡이를 잡았다. 그녀의 탈것은 호랑이이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식용유이다. 화요일의 천사 ‘리억싸떼위’는 연꽃으로 장식하고 오른손에 삼지창, 왼손에 활을 잡았다. 말을 타고 있고 피를 즐겨 마신다.

 

03▲ 새해 첫날의 요일에 따라 새해를 관장하는 여신들

수요일의 천사 ‘몬다떼위’는 쩜빠 꽃으로 장식하고 오른손에는 바늘, 왼손은 지팡이를 잡았다. 우유를 즐겨 마시고 당나귀를 타고 있다. 목요일의 천사 ‘께리나이떼위’는 목련꽃으로 장식하고 오른손에는 작살, 왼손에는 채찍을 잡았다. 콩과 참깨를 가장 좋아하고, 탈것은 코끼리이다. 금요일의 천사 ‘께미라떼위’는 바이올렛 꽃으로 장식하고 오른손에는 검, 왼손에는 하프를 잡았다. 바나나를 제물로 선호하고 물소를 타고 있다. 토요일의 천사 ‘머홋리어떼위’는 물달개비 꽃으로 장식하고 무기는 원반과 삼지창이다. 사슴 고기를 선호하고, 공작을 탄다.

새해 천사가 오는 시각은 매년 다르다. 2021년은 4월14일(수) 새벽 4시를 기해서 캄보디아 사람들은 제단에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며 새해 천사인 ‘몬다떼위’에게 건강과 행복 및 부를 기원할 예정이다. 새해 둘째, 셋째 날 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아침이나 밤에도 이와 같이 기도한다.

 

80-이영심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