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예술 이야기] 제27화 하늘에 계신 나의 사부를 기억하며 ③

기사입력 : 2022년 03월 18일

류기룡 타이틀

 

하늘에 계신 나의 사부를 기억하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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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잦은 해외연주 기간 동안 나에게는 새로운 미션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학부생 1, 석사과정 1 이렇게 두 명(사부는 1년에 세명의 학생만 받는다)의 수업을 맡아서 가르쳐 보라는 것이었다. 학교 측에는 이미 이야기를 해두었으니 어시스턴트를 병행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별로 좋지도 않은 관계에서 이런 기회를 외국인 학생인 나에게 준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쳐 볼 기회를 가진다는 것에 마음은 들뜨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혼돈이 생기기도 하는 날들이 지나고 드디어 첫 수업을 하기로 한 날은 왔다. 하지만 첫날부터 여기에는 삐걱거리는 일이 생겼다. 내가 학교에 가면 학생이 안 오고, 학생이 나오면 내가 안가는 현상이 반복하여 생겼고 마침내 학교 사무실로 항의가 들어가는 일이 생겼다. 사부가 해외 연주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안 그래도 별로 좋지 않았던 나와 사부의 관계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나에게 온갖 안 좋은 소리도 해가며.

나는 나름대로 설명을 하였다. 분명히 약속된 날에 수업을 하러 학교를 갔지만 학부생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가지 않은 날에 학부생은 학교에 나왔다고 한다. 나는 이 스케쥴 조정을 분명히 반주자와 상의를 했었다 라고..

이런 사태가 발생 난 후 나는 억울했지만 어시스턴트 자격을 잃어버렸다 그렇지만 결국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원인도 밝혀졌다. 학생과 나 사이에서 각 교수마다 학교에서 배정해주는 피아노 반주자가 있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수준 높은 교육과 반주 경험을 가지고 있어 그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나의 사부에게 배정되어 있던 반주자가 그동안 나와 학부생 사이에서 거짓말을 하면서 수업 시간을 계속 엇갈리게 만들고 내가 수업하는 것을 방해했던 것이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게도 내가 가르쳐야 할 학부생과 선생의 입장에 있는 반주자는 연인 관계였었다. 당시 졸업반이었던 남자 친구가 나에게 배우는 것이 못마땅했던지 아니면 일 년 후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어시스턴트 기회를 주고 싶었던 건지 두 명의 학생과 나에게 에게 계속해서 엉터리 정보를 주어서 약속이 어긋나게 만들었던 것이다.

여하튼 모든 일에 있어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난 후 미안함 때문이었던지 하루는 사부께서 늦은 레슨을 마치고 나에게 맥주 한잔하자고 제안을 했다. 두 사람은 멀리 갈 필요 없이 음악원 입구에 있는 까페의 야외자리에 앉았고 주문을 하였다. 하지만 이것도 우리는 의견이 맞지 않았다. 나는 날씨도 더운데 냉장고에 든 시원한 맥주를 사부는 목에 부담을 줄인다는 뜻으로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은 미지근한 맥주를 주문했다.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사제지간. 우리는 외모도 사부는 107kg 당시 나는 54kg.

이렇게 두 사람이 수업 외 시간에 한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처음이었으니 안 봐도 그렇게 즐거운 자리가 아닐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우리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은 근처에 차마 와서 사부에게 인사를 하거나 아는 척을 하지 못하고 그저 멀찍이 떨어져서 우리를 보며 수군거리는데 마치 나에 대한 험담을 하는 듯 하여 못내 불편하기만 하였고, 그나마 음악원의 교수님들이나 나이가 있는 분들은 다가와서 사부와 인사를 하며 안부를 묻곤 했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말, 함께 있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걸 왜 물어보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부의 답변은 ‘내 학생입니다. 테너이고 현재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말이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몇 번 같은 상황이 진행되고 나서야 나는 사부의 얼굴을 바로 쳐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정말 내가 당신의 학생이 맞나요?라고 묻고 싶은 눈으로 한동안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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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룡 교수

경북대, 러시아국립차이코프스키음악원(석·박사)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 교수
성악가, 합창지휘자, 콘서트 프로듀서
NGO활동가로 동남아, 한국, 유럽에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