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비즈니스 인사이트 : 캄보디아에는 뭐가 있는데요?] 15화 스마트팜

기사입력 : 2021년 04월 12일

Phnom Penh Business Insight : 스마트팜

스마트팜04

이번 기고는 다시 농업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요즈음 한국의 농업 분야에서는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현대건설, GS건설 등 주요 건설 대기업들이 동사 사업 목적에 스마트팜 설치 및 운영 항목을 더하고 LG전자, 삼성전자 등 첨단 분야의 글로벌 한국 기업들도 스마트팜에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갈수록 인구의 이탈이 심해지는 농촌의 현실과 농업 인력 부족 등은 몇 년 동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주된 과제였습니다. 이런 상황 하에서 기술의 집약적인 발전과 언택트 문화, 소비 문화, 배달 문화, 식생활 변화 등 사회 전환이 같이 맞물려 지면서 농업 구조를 전반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서 스마트팜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스마트 팜이란?

스마트팜은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정보통신 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원격, 자동으로 농업환경을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농장을 이야기합니다. 크게 두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생산 측면에서는 생산자가 컴퓨터 시스템, 앱 시스템 등을 이용하여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농업 변수, 즉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일광, 비료와 농약의 공급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거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도 조정을 할 수 있는 농장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유통과 소비 측면에서는 생산지와 소비지까지, 생산된 농산물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농약, 비료 사용 등 생산 이력이나 생산자(농민)에 대한 확인 등 정보 활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요즘에는 농산물을 구매할 경우 포장재에 기재된 QR 코드를 찍으면 농산물이 생산된 농장의 모습과 재배 장면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농산물을 소비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먹는 농산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그 지역 농가에게는 어떠한 스토리가 있는지 등도 확인할 수 있어 먹는 재미와 더불어 보는 재미, 알아가는 재미도 더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한국에서는 농업 생태계를 전환시키기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으며 스마트팜을 하고자 하는 농민들에게도 많은 지원을 아끼고 있지 않습니다. 스마트팜 사업을 하고자 하는 농민의 경우, 투자 금액의 50%를 정부로부터 보조 받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 자부담 50% 중에서도 30%는 2% 저리에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이라는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융자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 스마트팜 투자에 필요한 금액은 전체 투자금 중 20%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캄보디아에서의 스마트 팜 사업

캄보디아에서는 엄밀한 의미의 스마트팜 사업자는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현지의 농업기업으로 유명한 몽리티사에서 스마트팜을 한다고 하여 찾아가 봤더니 스마트팜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소규모 ‘수경재배’에 불과하였습니다. 수경재배는 육상 식물을 토양 없이 양액 (영양배지를 첨가한 물)에서 키우는 방식을 의미하는데, 캄폿 주에 위치한 복고산 정상에서 SOKHA 그룹이 대규모 야채 재배 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스마트팜이 아닌 수경 재배 시설입니다. 무엇인가 컴퓨터 시스템으로 시설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생육 시스템에 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것을 기대하고 갔는데 그러한 것이 없어 다소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보적인 수준에서 실내에서 야채 재배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한 점은 고무적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이러한 시설 재배가 아닌, 휴대폰을 통한 수매 시스템을 개발한 한 회사와는 미팅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러시안 마켓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이스라엘 업체와의 미팅 당시, 바탐방 지역의 카사바 재배 농민들을 조합으로 묶어서 농민들이 휴대폰을 통하여 카사바 수확 시기와 예상 생산량을 기입을 하면 그 업체가 카사바 구매 업체에게 연락을 취하여 공급을 하던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녹록치 않는 캄보디아 농업 환경에서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막대한 야채 수입량과 스마트팜 투자에 대한 기회

캄보디아 농림부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하루에 약 150톤 이상의 야채를 수입하는 순수입국입니다. 85톤 정도가 베트남에서, 44톤 정도가 태국에서 수입되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프놈펜과 8개 주에서만 추정되는 숫자라고 하니 실제로 국경 지역에서 카운트되지 않는 물량까지 합치면 수입량은 더욱 큽니다. 농업 국가라고 알려진 캄보디아 입장에서는 참 서글픈 현실이지요. 작년 저희 회사가 한국으로 캄보디아 생야채류를 수출하기 시작했을 때 벵 사콘 농림부 장관께서 두 차례나 불러 고마움을 표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자국이 이웃 국가로부터 야채를 수입해야되는 현실을 매우 안타까워한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웃 국가와 자연 환경의 차이가 없음에도 본인들은 질좋은 야채를 생산하지 못해 이웃 국가로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야채를 수입해야된다고 토로했는데 이러한 현실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 3월, 한국-캄보디아 양국 정부가 캄보디아에서 한국식 스마트팜 개발에 서로 협력한다라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고 하니 조만간 한국형 스마트팜이 캄보디아에서 설치되면 많은 이슈를 불러 일으킬 것 같습니다.

비지니스 인사이트 관점에서 바라보면, 저는 캄보디아에서 스마트팜 설치를 통한 야채 재배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생산 측면에서는 노지 재배보다 3~10배의 생산 효율을 기대할 수 있고 소비 측면에서는 국민들의 소비 수준이 올라가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싼 식자재를 찾던 것에서 벗어나 안전한 식자재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점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베트남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매년 뉴스에는 베트남 농산물이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검출되었다고 보도될 정도로 문제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수입산 야채를 실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소비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농약, 비료의 사용 이력을 투명하게 밝히고 GAP (Good Agriculture Practice, 농산물 우수 관리제도) 등 농산물 생산 관련 국제인증을 받아서 생산한다면 내수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습니다.

 

글 이창훈 현대아그로 법인장 겸 현대종합상사 캄보디아 법인장 한캄상공회의소(KOCHAM) 청년위원

글 이창훈

전 현대아그로 법인장
현대코퍼레이션그룹 사업개발담당
블로그 : cambizinsight.blogsp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