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학교에 가고 싶어요!” 캄보디아 온라인 수업 현황

기사입력 : 2020년 05월 04일

“학교 안가면 좋을 줄 알았는데 이제 학교에 가고 싶어요..!” 잠시일 줄 알았던 온라인 수업의 장기화에 학생도 학부모도 지쳐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더믹 사태로 캄보디아에 전국 휴교령이 내린지 50일이 지났다. 갑작스런 휴교로 인해 온라인 수업에 무방비 상태였던 교육 기관, 학생, 학부모 모두 속수무책으로 기약 없는 장기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캄보디아 온라인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현황을 들여다봤다.

 

캄보디아 교육부가 운영하는 초등학교 2학년 수학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화면 캡쳐)▲ 캄보디아 교육청소년체육부는 매일 시간대에 따라 학년별로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라이브로 송출한다. 

캄보디아 교육부 유튜브▲ 교육청소년체육부 유튜브 공식채널 화면 캡쳐. 캄보디아 국영방송 TVK2를 통해서도 정규 교육방송을 증대하여 송출하고 있다.

캄보디아, 인터넷 인프라 부족으로 공평한 교육 기회 분배 불가
캄보디아 교육청소년체육부는 캄보디아 정규 교과과정 온라인 수업을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페이지(www.youtube.com/moeys)와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소년체육부가 시간대에 따라 학년별로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라이브로 송출하는데 동시 접속자 수가 약 70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 교육청소년체육부 공식 유튜브 페이지도 마찬가지다. 전체 구독자수는 1만 6천 남짓, 평균 조회수는 1,200회에 그친다. 교육청소년체육부가 발표한 2016-2017 공공 교육 통계 자료에 의하면 캄보디아 초, 중, 고 취학인구가 약 300백 만명인 것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수다. 열악한 인터넷 인프라로 인해 교육의 기회가 불균형하게 분배되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계 조작에 미숙한 학부모와 학생에게 온라인 수업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

 

온라인 수업▲ 국제학교 유치원 학생이 Zoom 프로그램을 통해 담임 선생님과 온라인 수업으로 알파벳을 배우고 있다.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은 부모의 도움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없어 부모의 부담이 가중된다. 

온라인 수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국제학교
대부분의 한인 자녀들이 다니는 국제학교의 상황은 캄보디아 공립학교와는 조금 다르다. 지난 3월 16일 전국 휴교령이 내린 직후 각 학교별로 온라인 수업 지침을 발표하고 실시 중이다. 일사분란하게 실시될 수 있는 데엔 캄보디아 공립학교에 비해 한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 비교적 관리가 쉽고 가정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이 갖춰진 점이 크게 작용한다. 국제학교는 Zoom, Google Class, Google Meet, Google Classroom, Google hangout, ClassDojo, Klassroom의 교육 플랫폼을 사용하여 학생들과 소통한다. 대다수의 초등과정은 일주일에 3회에서 매일 25-30분씩 교사, 학급 학생들과 화상 채팅을 통해 하루 과제를 받는 것으로 조회시간을 대체한다. 혹은 이메일, 교육 플랫폼 등을 통해 받은 과제를 그 날 다시 선생님에게 업로드해서 확인받는다.

프놈펜한국국제학교 한 학부모는 “캄보디아의 다른 국제학교와 달리 한국 과정을 따르는 우리 학교는 5월 4일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다. 아직 시작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학교측에서 한국 정부 수업 일수를 맞추기위해 캄보디아 정부와 지속적인 소통을 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안심이 됐다.”고 말하며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적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이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학비 감면을 비롯한 여러 불편한 점을 이해한다. 아이가 집에서 쉬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오히려 학업으로 인한 지나친 스트레스를 안 받고 불가피한 상황을 잘 이겨나가길 바란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평소에 관심을 갖지 못했던 아이들의 공부에 자의반 타의반 더욱 신경을 쓰게 되어 좋다는 의견도 있다. 바쁜 일상으로 단절되었던 가족간의 대화가 늘었고 저학년의 경우 절대적인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에 잘 살펴보지 못했던 학습 과정을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로고스 공고▲ 프놈펜 한 국제학교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월 16일 전국휴교령이 내린뒤 학교 폐쇄를 알리는 공지글을 올렸다. 이후 해당 학교는 2학년 새학기까지 임시 휴교를 발표했다. (페이스북 화면캡쳐)

중·고등 과정의 경우 기존에 컴퓨터로 과제를 해왔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피드백을 받는 시스템이 낯설지 않다는 분위기다. 수업은 오전 수업만 한다. 일반 수업에 비해 수업 시간이 20-25분 단축되기 때문이다. 25분이지만 수업에 집중 할 수 있고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습득해 나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학급 친구들과 협동 과제를 수행하거나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이 확실하지 않아 적잖은 혼란이 빚어진다. 프놈펜 호프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친구들과 공부나 활동을 함께 못하는 게 가장 아쉬워요. 온라인 수업이 학교 수업보다 짧은 건 좋은데 과제가 너무 많다는 단점이 있죠. 집에서 혼자 공부 하다 보니 집중도도 현저히 떨어져요.”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코로나19로 외출을 못하고 있어서 모자란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어린 동네 아이에게 온라인으로 공부를 도와주고 있어요. 어떤 친구들은 봉사 시간을 못 채우고 있어 걱정이 많아요.”라며 학습 이외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CIA▲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CIA First International School 학부모 100여명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게 된 것에 대해 학교측에 45% 학비 감면을 요청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 크메르타임즈)

각 학교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수업의 한계에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학비 동결이다. 최근 ZAMAN 국제학교에서 30% 감면 요구, CIA 국제학교 학부모는 45% 학비 감면 시위를 벌이는 등 학교와 학부모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다수의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 하였지만 교직원들은 정상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급식비 외의 학비 감면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학부모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음으로 인한 비용 감축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학비가 동결된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아직까지 캄보디아 내 국제학교 중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비를 감면한 경우는 없다.

학습량 부족 또한 큰 원인 중 하나다. 기존 수업이 50분이었는데 반해 온라인 수업은 20분으로 단축되었고 질문이 있을 경우 이메일이나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지만 현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차질이 생긴다. 예체능 수업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각 학교에서 유튜브 영상 활용, ZOOM 단체 체육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완하고자 시도하고 있으나 집중도가 떨어진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는 스스로 수업을 참가하거나 확인할 수 없어 부모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휴교령 언제까지 일어질지 몰라… 장기적 대책 마련 시급
캄보디아에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3주 넘게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5월 초 나가호텔 영업 재개를 시작으로 기타 기관들도 정상화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가운데 캄보디아 보건부의 입장은 아직 강경하다. 캄보디아 내 코로나19 위험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수업이 얼마나 더 장기화될지 모르는 시점에 각 국제학교는 임시휴교령에 맞춰 구색 맞추기식으로 내놓았던 온라인 수업 커리큘럼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저학년 학생들도 자립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도안을 만들어 학부모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오전 수업에 그치는 적은 수업 시간, 난이도가 낮아진 수업 내용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우들과 교류하며 사회성을 기르는 학교의 중요한 역할을 온라인 수업으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없는 시국에 자라나는 학생들이 최대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교육관계자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