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캄보디아

기사입력 : 2020년 01월 16일

새해벽두에 켑(Kep city)으로부터 신축중이던 7층 건축물의 붕괴 소식이 전해졌다. 사고 2일후인 5일 현재, 공사장 인부들과 유아와 어린이를 포함한 인부가족 등 30여명이 숨지고 30여명의 부상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속보로 전해왔다. 이 소식은 이미 28여명의 사망자와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지난해 6월 시하눅빌(Sihanoukville city)의 7층 신축건물 붕괴사고가 기억에서 채 가시기도 전이어서 충격과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A seven-storey building collapsed in Kep province

▲ 캄보디아 까엡 주 까엡 시 신축 중 건물 붕괴로 36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붕괴된 켑 건축물의 뼈대를 구성하는 재료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철근 콘크리트(Reinforced concrete)’인데, 콘크리트는 타설후 충분히 굳고 나면 기둥, 보, 바닥판(슬라브)이 일체화되는 특성이 있는 매우 안정적이고 견고한 구조재료이다. 돌과 같은 특성의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에 잘 저항하지만 당기는 힘(인장력)에 쉽게 부서질 수 있는데, 이 때 인장력을 받아 구조체를 질기게 만들어 주는 것이 철근의 역할이다. 따라서 적절한 강도의 콘크리트와 적정한 양의 철근을 제 위치에 배근한다면 국부적인 손상은 발생할지언정 붕괴사고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언론에 알려진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최상층 콘크리트 타설 몇 시간후에 3층기둥에 균열과 변형이 발생하면서 붕괴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는 해당위치의 기둥이 견딜 수 있는 극한범위를 넘어서는 외력이 가해졌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가장 하중을 많이 받는 최하층 기둥이 아닌 3층기둥에서 파괴가 발생했다는 것은 기둥에 구조설계도에서 요구한 품질규격에 미달하는 콘크리트 및 철근을 사용했거나, 국부적으로 개별부재가 파괴에 이르렀을 때 연쇄작용에 의한 붕괴를 방지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철근을 사용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크다. 부실공사에 의한 인재인 것이다.

Prime Minister Hun Sen visits a victim retrieved from the debris of a six-storey building collapse in Kep province.▲ 훈센 총리가 지난 5일 까엡 시 6층 신축 중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 방문하여 부상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P.P)

건축물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정확한 구조설계와 이에 따른 고품질 시공이다. 구조설계시에는 규준에 따라 충분한 안전율(safety factor)을 두고 부재사이즈 및 품질을 결정한다. 이 안전율은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또한 이 안전율을 무시하고 낮게 적용한다고 해서 당장에 큰 일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이런 낮은 안전율이 현장의 부실시공과 만나게 되면 이번과 같은 커다란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So far, seven people have died and 18 others injured in a six-story building collapse in the coastal province of Kep on Friday.

캄보디아는 아직까지 자체적으로 (한국의 KS와 같은)산업표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지의 영세한 건설회사는 도면 작성단계에서부터 부실이 발생한다. 즉, 누군가가 했던 비슷한 규모나 형상의 구조설계도를 경험에 비추어 적당히 각색하여 사용하거나 극히 단순화된 일반적인 수식을 기계적으로 대입하여 구조설계도를 작성한다. 이는 갈수록 고층화, 기둥간격의 장대화되는 신축건물의 특성상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고 뒤이은 사고를 부르게 된다. 또한 이렇게 작성이 된 도면은 관청에 제출이 되어 인허가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나라 공무원들이 관련 구조설계도의 적정성을 여부를 판단할만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

A rescue team searches for trapped workers at a collapsed building, which was under construction in Kep, Cambodia

한편, 현지 건축현장에서의 부실을 일으키는 큰 문제는 규격 미달 및 불량자재의 사용이다. 철근콘크리트구조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당연히 철근과 콘크리트이다. 이중 콘크리트는 현장반입시 적절한 품질시험(Slump test) 및 압축강도시험을 실시하여 최소한의 품질을 검증해야만 한다. 다만, 철근의 경우,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하는데 원산지국가마다 철근표면에 강도 및 규격을 표기하는 방법이 달라 외형만으로는 품질검사가 어렵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고강도 철근(SD390)’이 ‘저강도철근(SD295)’과 외형이 같아서 부실공사의 또다른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지의 영세한 건설사들이 고강도철근 대비 25%정도 강도가 낮지만, 가격이 싼 저강도철근을 사용하는 것이다.

1995년 6월 29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어 시민 1000여명이 사망하고 큰 부상을 입었다.▲ 1995년 6월 29일 서울시 서초구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어 시민 1000여명이 사망하고 큰 부상을 입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대한민국 안전불감증 및 전형적인 부실, 비리가 엮인 인재였다.

▲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대한민국 안전불감증 및 전형적인 부실, 비리가 엮인 인재였다.

우리나라도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같은 안전불감증에 의한 많은 사고를 경험하였다. 현재 캄보디아는 놀라운 경제성장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인식이 이를 따르고 있지 못하다. 아직은 각자도생해야만 하는 위험한 캄보디아이다./캄보디아 국립기술대학교(NPIC) 건축토목공학과 공학박사 박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