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캄보디아의 교통수단

기사입력 : 2012년 12월 12일

 

버스를 이용해서 지방에 갔다 오면서 황당한 꼴을 당했다. 출발할 때와 같은 버스 터미널이 종점인 줄 알고 돌아왔는데 내려 준 곳은 터미널이 아닌 그 회사의 차고지. 버스 터미널에서 기다리던 기사가 차고지를 찾아오는 데 40여 분이나 걸리는 바람에 땀깨나 흘리며 기다려야 했다. 9개월 전에도 같은 회사의 같은 코스의 버스를 이용했는데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 곳이어서 별 문제가 없었었다. 캄보디아 승객들이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캄보디아에서 버스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여행을 하려면 이것저것 무척 신경을 써야 한다. 버스 회사마다 대부분 터미널이 달라서 버스 노선이나 시간을 확인하려면 일일이 해당 버스 회사 터미널을 찾아다녀야 한다. 프놈펜 시내만 하더라도 여기저기에 버스 터미널이 흩어져 있다. 이런 사정은 지방도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마중을 나오는 사람이 있을 경우라면 그 버스가 어디에서 승객을 내려 주는지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버스 회사별로 서비스나 운행 방법도 가지가지다. 어떤 버스는 이곳저곳에서 손님을 태우는 바람에 프놈펜 시내를 벗어나는 데 한 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하고, 달리다가 아무데서나 정차해서 손님을 태우거나 내려 주기도 한다. 보통 5시간 반 정도 걸리는 프놈펜에서 시엠립까지 어떤 버스는 8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장거리 여행을 하다 보면 버스가 가끔 휴게소에 서는데 버스 회사별로 휴게소가 다르다. 프놈펜에서 시엠립으로 이어지는 국도상에는 휴게소가 10개 이상 있는데, 몇 년 사이에 휴게소가 두 배 정도로 늘어났다. 서너 개의 휴게소가 연달아 붙어 있는 곳도 있다. 버스 회사가 휴게소를 직접 운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손님은 자신들이 지정한 휴게소만 이용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듯하다. 어떤 곳은 휴게소가 너무 초라하고 음식이나 간식거리가 너무 단출해서 특히 외국인은 끼니조차 때우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손 씻을 곳도 없고 물 한 바가지로 뒤처리를 해야 하는 화장실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프놈펜에서 몇몇 큰 도시 사이까지는 노선버스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시내를 둘러보거나 인근 지역에 나가려면 개인영업 택시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야 한다. 부르는 요금이 들쭉날쭉해서 타기 전에 요금 흥정을 하는 것은 필수다. 외국인이라면 캄보디아 사람보다 훨씬 많은 돈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무리 흥정을 잘 해도 더 낼 수밖에 없다. 먼 거리를 가려면 개인영업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터미널에 내리면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혼자 타면 문제가 없지만 합승을 하려면 손님이 다 찰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뒷좌석에는 보통 네댓 명을 태우고 운전석 옆 좌석에도 두 명을 태운다. 좀 편하게 가려면 앞좌석에 혼자 타면 되는데 뒷좌석보다 요금이 두세 배 비싸다.

지방 여행을 하다 보면 교통편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자주 있다. 프놈펜에서 시엠립이나 바탕방, 시아누크빌 같은 도시까지는 버스가 있어서 5~10달러면 갈 수 있지만, 거기에 내려서 시내를 둘러보거나 인근 지역에 나가려면 이보다 몇 배의 교통 요금을 감수해야 한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캄보디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동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서민을 위한 교통수단이 취약해서 그렇다. 곧 프놈펜에 시내버스가 도입된다고 한다.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경제 활동을 진작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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