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캄보디아 사람들의 위생 관념

기사입력 : 2017년 07월 26일

저녁 퇴근 무렵이 되면 프놈펜 시내 곳곳에서 노천 식당이 저녁 장사를 시작한다. 사람들 왕래가 잦은 길가 모퉁이나 대로변에 특히 많다. 차량과 오토바이가 뿜어내는 매연과 먼지 속에서 사람들은 길가에 앉아 음식을 시켜 먹거나 주문해서 싸 간다. 쟁반 위에는 여러 가지 음식들이 담겨 있지만 덮개가 덮여 있는 것은 보기 어렵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음식을 그대로 먹게 되는 것이다. 그 옆을 지날 때마다 좀 불결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음식을 만들거나 사 먹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건물 안에 있는 식당들이라고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냉방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캄보디아 재래 식당은 앞이 툭 터진 상태로 장사를 한다. 밖에까지 탁자를 놓고 손님을 받는 집도 흔하다. 노천이나 별 차이가 없는 곳에서 음식을 팔고 그런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점심이나 저녁 식사가 끝나면 식당 바닥은 손님들이 버린 휴지로 쓰레기장같이 변하기도 한다. 왜 휴지통 같은 것을 준비해 놓지 않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의 일이다. 중앙시장 근처를 지나다가 빵 생각이 나서 빵집 앞에 차를 세웠다. 마침 오토바이 뒤에 달린 수레에서 바게트빵을 내리고 있었다. 그것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나는 빵 사는 것을 포기했다. 이유는 이렇다. 오토바이 기사쯤 되는 젊은이가 맨손으로 빵을 집어서 팔뚝 위에 척척 얹은 다음 빵집 안으로 가져가곤 하는데 팔뚝에는 땀방울이 역력했다. 빵을 장작 다루듯이 했다. 씻거나 가공해서 먹는 식품 재료도 아닌 빵을 너무도 비위생적으로 다루는 것을 보고는 살 맘이 사라졌다. 물론 모든 빵집이 그와 같진 않을 것이다. 우연히 한 곳에서 그런 광경이 목격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든 식품을 운반하든 그것을 다루는 사람들의 위생 관념이 낮은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인이라면 캄보디아에서 화장실 때문에 곤란한 경우를 당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화장실에는 화장지가 없다. 그 대신에 변기 옆에 수도꼭지가 달려 있거나 한쪽에 따로 물과 물바가지가 준비되어 있다. 수동식 비데인 셈이다. 우리와 화장실 문화가 달라서 잠깐 당황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더 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제는 청결 상태다. 비교적 괜찮은 식당조차도 화장실은 엉망인 경우가 많다. 공중 화장실 대부분은 지저분하고 냄새가 난다. 비누나 수건이 비치되어 있는 곳도 별로 없다.

지방 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불편한 것이 화장실이다. 시골에 있는 주택 중에는 화장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 집도 많다고 한다. 현재 캄보디아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한국인에 비해 20년 정도 낮다. 영유아 사망률도 매우 높다. 영양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고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주요 요인이겠지만 사람들의 위생 관념이 낮은 것도 그 원인의 하나가 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런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 TV에서는 가끔 위생 계도 프로그램이 방송되기도 한다.

집 근처에 괜찮은 캄보디아 식당이 있어서 자주 찾는다. 이 식당이 가장 맘에 드는 이유는 음식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화장실이 무척 깨끗하다는 점이다. 물비누는 물론 손의 물기를 닦으라고 개인용 손수건까지 비치해 놓고 있다. 식당 내부의 청결 상태나 종업원들 옷매무새도 합격점이다. 요즘 이런 식당이나 카페가 자꾸 늘어나고 있다. 위생 관념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