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도로와 운송 수단

기사입력 : 2017년 06월 02일

프놈펜 시내의 교통 체증이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다. 30분이면 프놈펜 시내 어디든지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한낮에도 막히는 곳이 있어서 차 안에서 발이 묶일 때가 많다. 승용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증가 속도도 차량 못지않다. 교통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도로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곳곳에 대단위 아파트와 연립주택, 플랫 하우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도로 확충은 날로 늘어나는 교통량을 따라가지 못한다.

프놈펜 시내의 간선 도로는 대개 왕복 4차선, 일반 도로는 2차선이다. 이렇게 좁은 도로를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가 함께 달려야 하니 자동차가 늘어나는 만큼 교통 체증이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보도는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온갖 장사치와 시설물 때문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가 없다. 특히 구시가지의 도로는 당장 확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불과 몇 년 안에 심각한 교통난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최근 신호등이나 분리대 등 도로 안전시설이 늘어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캄보디아에는 3년 전에 2개의 버스 노선이 생겼다. 그러나 아직 시험 운행중이라 이용자가 극히 적다. 그리고, 큰 도시를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일부 있지만 사람을 실어 나르는 데는 승합차가 더 많이 이용된다. 캄보디아에는 봉고나 그레이스 같은 한국의 중소형 중고 승합차들이 즐비한데 이것들이 승객 수송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12인승에 2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우고 거기에 짐까지 가득 실은 채 전국 곳곳을 누빈다. 대부분 에어컨도 잘 안 나오는 차량이지만 값싸게 탈 수 있어서 시골을 오가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중장거리 대중교통 수단이다.

화물 차량도 전체의 반수 이상은 한국의 중고차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소형 화물 차량은 대부분 현대나 기아에서 나온 것들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된 모델들도 있지만 여기서는 씽씽 잘 달린다. 한국의 자동차 기술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 와서 실감하게 된다. 중소형 승합차와 화물차 대부분이 한국 차인 반면 중형 승용차는 대부분 일본의 도요타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선호하는 RV 차량도 도요타가 대세다.

길에 나가 보면 굴러다닐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있어서 흥미롭기까지 한 곳이 프놈펜이다. 오토바이에 이것저것을 붙여서 다양한 운송 수단으로 쓴다. 뒤에 긴 짐칸을 단 르목이 가장 대표적인데 짐뿐만 아니라 여기에 사람을 20명 이상 태우고 달리기도 한다. 한 대가 한국의 마을버스 한 대 몫을 너끈히 해 내는 것이다. 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툭툭이도 있고, 옆이나 뒤에 진열장 같은 것을 단 다음 그 안에 음식이나 물건을 싣고 팔러 다니는 이동 오토바이도 있다. 캄보디아의 대중교통 수단은 단연 오토바이다.

길에는 손수레 행상도 아주 많다. 각종 음식이나 빵, 만두, 군고구마, 옥수수, 과일, 음료수 등을 싣고 다니며 손님을 찾는다. 길이 복잡하지 않을 때에는 소 두 마리가 끄는 달구지가 시내 도로를 지나가기도 한다. 각종 질그릇을 가득 싣고 차량과 오토바이 사이를 느긋느긋 지나는 풍경이 여간 정겹지가 않다. 바퀴가 달린 온갖 탈것들이 다 뒤섞여서 움직이는 도시 프놈펜, 길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좀 답답하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의외로 느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