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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사랑하는 까로나 선생님의 ‘이것저것’]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 모두가 ChatGPT, Gemini, Claude.. 등 AI를 사용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번쯤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다른 사람들은 AI를 언제, 어떻게 쓰고 있을까? 필자도 문득 궁금해져서 관련 자료를 좀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생각과 많이 달랐습니다.
일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가 2025년 9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가 하나 있습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과 듀크대 경영대학원 연구진이 오픈AI와 공동으로, 2022년 11월 서비스 출시부터 2025년 7월까지, 실제 챗GPT 대화 100만 건을 무작위로 뽑아 분석한 자료입니다. 2024년 6월만 해도 전체 대화의 53%가 업무와 무관한 대화였는데, 불과 1년 만인 2025년 6월에는 그 비중이 73%까지 올라갔습니다. 사람들이 AI를 업무보다 개인적인 용도로 더 많이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필자는 요즘 바이브 코딩을 꽤 많이 하는 편이라 ‘코딩’관련 비중이 높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주제의 대화는 4.2%에 불과했습니다.
대화 주제 1위는 ‘심리 상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3년째 이어오고 있는 조사가 있습니다. 약 1만 3천 건의 실제 AI 사용 사례를 분석했더니, 1위가 2년 연속 ‘심리 상담과 정서적 지지’였습니다. 비중도 2년 사이 5%에서 11%로 늘었습니다. 사람들이 불안한 마음을 좀 가라앉히려고 AI를 찾고 있었습니다. 마치 말동무처럼 말입니다. ‘사춘기 아이와 크게 다투고 나서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직장 상사가 나에게 한 말이 어떤 의미인가’와 같은 고민상담을 하거나 잠이 안 오는 새벽에 그냥 답답한 마음을 길게 늘어놓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무엇인가 답을 얻기위한 목적도 있지만, 그저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한 것에 가깝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살아가는 저희도 공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한국말로 속을 털어놓을 사람들이 적고, 또 교민사회는 매우 좁은 사회라 어디 가서 무슨 말을 하기도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민사회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AI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필자가 최근 만난 일부 교민들도 ‘캄보디아에 진출한 자신의 결정이 후회스럽다’ , ‘나의 업무 분야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어느 누구에게 털어놓기 어려운데 AI가 좋은 상대가 된다’라는 말들을 종종 나누곤 하십니다.
미국 KFF 조사를 보면 건강 정보를 어디서 얻는지 물었을 때 병원 등 의료 전문가가 80%, 인터넷 검색이 68%였습니다. 그리고 AI가 32%로, 소셜미디어(29%)보다도 높게 나왔습니다. AI에게 의료 질문을 하는 행동이 인터넷 검색을 대체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만큼 흔한 건강 정보 창구가 되었습니다. AI에 건강을 물어본 사람 중 41%는 검사 결과지나 의사소견서 같은 개인 의료 기록을 직접 올려서 AI와 상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일반적인 건강 상식을 검색하는 수준을 넘어, 내 몸의 데이터를 통째로 보여주고 해석을 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필자도 그 41% 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는데 성인병 쪽으로 적신호가 몇 개 켜져 있더군요. 그래서 건강검진 결과를 제미나이에게 통째로 올린 후 식단 지도를 받아가며 식단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점심에 뭘 먹으면 좋을지, 이 수치를 낮추려면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물어보면 꽤 구체적으로 짚어줍니다. 캄보디아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알려주고 물어보면 그에 맞춰 답을 주니 더 좋고요. 다만 AI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고 다른 자료들과의 교차 검증은 필수입니다.
필자가 흥미롭게 생각한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헬스에 실린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입니다. 109개 국가에서 오간 건강 관련 AI 대화 170만 건을 분석했더니, 건강 질문의 비중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지표는 그 나라의 소득 수준도, 인터넷 보급률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병원에 대한 신뢰도’였습니다. 병원을 믿는다는 사람이 적은 나라일수록, AI에 건강을 묻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 주변에서도 AI에 건강을 묻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KLC 선생님들만 해도 육아 고민이 생기거나 아이가 아프면 제일 먼저 여는 게 AI 앱입니다. 예전 같으면 선배들에게 물어봤을 일인데 말이죠.
24시간 속사정을 물을 수 있는 AI
심리, 건강…. 사람들이 AI에게 묻는 것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돈이 거의 안 들고, 24시간 물어볼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판단하는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 그래서 심리상담에서 AI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신과 문을 밀고 들어가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AI에게는 그냥 물어보면 되니까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경기연구원이 수도권 1,000명을 조사했더니, 일반인의 AI 상담 이용률은 27%였는데 우울증 고위험군은 53%였습니다. 이용자들이 꼽은 장점도 ‘접근이 쉽다’, 그리고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였습니다.
사람들이 AI에서 구하는 건 정보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은 “저 괜찮은 걸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안심이 아닐까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AI는 안심 시키는 데 아주 능합니다. 그래서 종종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사용자를 안심시키는 답변을 내놓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가진 사람이 안심을 얻고 나면, 굳이 병원까지 갈 이유가 사라집니다. 신체 건강을 AI에 물어본 사람의 42%, 정신 건강을 물어본 사람의 58%가 그 뒤로 사람 전문가를 찾지 않았습니다. 정작 AI 스스로도 ‘답변이 부정확할 수 있으니 전문가나 병원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필자가 이 칼럼에서 드리는 말씀을 오늘도 반복하겠습니다. AI가 편리하고 좋은 문명은 맞습니다만, 맹신은 금물입니다. 특히 자신의 마음과 몸 관련된 일에서는 말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는 예습과 복습에만 쓰도록 하세요. 진료 전에 증상을 정리하고 물어볼 것을 추려두는 용도, 진료 후에 못 알아들은 말을 풀어보는 용도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AI에게 최종 해결책까지 맡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또한 AI와 대화할 때 “다른 시각으로도 말해줘”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세요. AI는 기본적으로 내 편만 들어주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균형적인 답변을 얻고 판단하도록 합시다.
글 정인휴
KLC한국어전문학교 원장
유튜버 (까로나C)
재캄보디아한인회 교육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