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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길의 캄보디아 경제 리포트] 태국 분쟁 여파로 본 캄보디아 경제의 변곡점과 우리의 대응 전략… 75만 귀환 노동자, 위기인가 기회인가?
갑작스러운 변화의 바람
지난 7월, 프놈펜 거리를 걷다 보면 뭔가 다른 분위기를 느끼셨을 겁니다. 평소보다 시장이 붐비고,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이 “태국에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려줍니다. 바로 태국과의 국경 분쟁으로 인해 무려 75만 명이 넘는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갑작스럽게 고향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큰지 감이 오시나요? 캄보디아 전체 인구가 1,700만 명 정도이니, 거의 20명 중 1명꼴로 해외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돌아온 셈입니다. 마치 우리나라로 치면 250만 명의 해외 거주자가 동시에 귀국하는 것과 같은 충격이죠.
이 엄청난 인구 이동이 캄보디아 경제에, 그리고 우리 교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숫자로 보는 경제 충격의 실체
먼저 차가운 숫자부터 살펴보죠. 태국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보내오던 송금액은 연간 15억~19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캄보디아 전체 GDP의 1~2%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들은 태국에서 월평균 400달러를 벌었는데, 이는 당시 캄보디아 최저임금 250달러보다 1.5배나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94%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태이고,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마저 85%가 “소득이 훨씬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빚입니다. 귀환 노동자의 46%가 이미 부채를 안고 있었는데, 평균 부채액이 12,000달러에 달합니다. 이 중 7,800달러는 은행이나 마이크로파이낸스(MFI) 같은 정식 금융기관 빚이고, 2,400달러는 사채입니다. 소득은 끊겼는데 갚을 돈은 그대로 남아있으니, 이들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 짐작이 가시죠?
한국 금융기관, 폭풍의 중심에 서다
우리 한국계 금융기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농촌과 지방에 진출한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들 말입니다.
귀환 노동자들의 평균 공식 부채 7,800달러는 바로 이런 MFI들의 핵심 고객층에 해당합니다. 이들이 대규모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면, 부실채권(NPL)이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무서운 건 연쇄 효과입니다. 금융기관들이 채권 회수를 위해 농촌 토지를 담보로 잡힌 자산들을 한꺼번에 매각하려 들면, 해당 지역 땅값이 폭락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직 멀쩡한 다른 대출들의 담보 가치까지 함께 떨어지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죠.
하지만 절망적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현명한 대응 방법이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상환 유예나 이자 감면 정책에 적극 협력하는 거죠.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들을 잃지 않고 신뢰를 쌓는 전략적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2027년쯤 이들이 다시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 그때 충성도 높은 우량 고객으로 돌아올 테니까요.
교민 자영업, 이중고에 시달리다
우리 교민 자영업자들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연간 15억 달러의 송금이 끊기면서 캄보디아 내수 시장 전체가 얼어붙었거든요.
특히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농촌이나 공장 지대 주변의 식당이나 소매점입니다. 노동자들이 대거 돌아오면서 기존 공장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건설 현장도 활동이 줄어들어 이 지역 매출이 급감할 수 있습니다.
둘째, 프놈펜의 중간 가격대 서비스업입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바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소비입니다. 교민들이 많이 운영하는 카페나 중가 레스토랑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죠.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우선 현금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고정비를 최대한 줄이고, 당분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리고 시장 포지셔닝을 재조정해야 합니다. 애매한 중간 가격대보다는, 아예 고급 프리미엄 서비스로 올라가거나 극도로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중간층이 가장 먼저 사라지거든요.
91억 달러의 희망, 그리고 한국형 DNA의 힘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유안타증권 캄보디아의 분석에 따르면, 이 위기가 오히려 캄보디아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합니다.
75만 명의 귀환 노동자들을 국내 경제에 성공적으로 흡수할 경우, 연간 91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는 2030년 예상 GDP의 11.5%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죠. 더 고무적인 건, 이들 중 단 20%(15만 명)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해도 잃어버린 송금액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캄보디아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입니다. 정부는 즉시 25만 개의 일자리가 있다고 발표했고, 올해 상반기 승인된 투자 프로젝트만으로도 25만 5천 개의 새 일자리가 생길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일자리 정보를 얻었다는 노동자는 44%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83%가 페이스북이나 지인을 통한 비공식 루트였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일자리가 있다고 해도,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거죠.
바로 여기서 한국형 DNA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우리가 6.25 전쟁 폐허에서 일어나고,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보여준 그 저력 말입니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 국민이 하나 되어 현실을 직시하고,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DNA죠.
캄보디아에게 지금 필요한 건 몇 가지입니다. 첫째, 태국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RPL: Recognition of Prior Learning)를 빨리 만드는 것. 둘째, 중소기업이 귀환 노동자를 고용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인센티브 제도. 셋째, 단기적으로는 도로 보수나 환경 정화 같은 공공근로 사업으로 생계를 지원하는 것. 마지막으로 미래 산업에 맞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산업구조의 근본적 전환입니다. 지금까지 캄보디아는 주로 외국에서 만든 제품을 수입해서 파는 ‘중개무역’ 구조에 의존해왔습니다. 하지만 75만 명의 숙련된 노동력이 돌아온 지금이야말로, 소비재를 직접 만들어 팔 수 있는 제조업 기반을 구축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실제로 이런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인과 캄보디아 파트너가 힘을 합쳐 만든 크메르 하우스홀드 헬스케어 캄보디아(Khmer Household Healthcare Cambodia)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회사가 만든 ‘Klen’ 샴푸는 이제 캄보디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현지 브랜드 중 하나가 됐습니다.
외국산 샴푸를 수입해서 파는 대신,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 현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내놓은 거죠. 한국의 기술력과 캄보디아의 노동력, 그리고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만나니 이런 멋진 결과가 나온 겁니다. 이런 모델이야말로 75만 귀환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수입 대체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해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2027년을 기다리며
과연 캄보디아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처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정부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캄보디아 국민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젊은 노동력의 활력을 믿어볼 만합니다. 75만 명의 귀환자들은 그저 실업자가 아니라, 태국에서 월 400달러를 벌어온 검증된 인력들입니다. 이들이 다시 일할 기회만 제대로 주어진다면, 캄보디아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연구 보고서는 노동력 통합이 성공할 경우 2027년부터 연 7% 이상의 고성장기로 복귀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우리 교민들도 단기적인 어려움에 굴복하지 말고,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올라탈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지금은 현금을 꽉 쥐고 버티는 시기지만, 2027년쯤에는 75만 명의 새로운 소비자들이 시장에 나타날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 그게 바로 진정한 한국형 DNA가 아닐까요?
캄보디아의 미래는 결국 이들 75만 명의 귀환자들을 얼마나 잘 품어 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도 이 역사적 변화의 동반자로서,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글 박천길
現 CHOKCHEY FINANCE
Micro-Finance 대표.
한신공영㈜ 전무
삼성/현대/CJ에서 마케팅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