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호의 국립소아병원에서 드리는 편지] 다섯 번째 편지 ‘프나엑 써싸이 브러싿 너으 쌀 에이’(신경과 병동)

기사입력 : 2023년 12월 19일

서정호 칼럼 메인33

캄보디아 교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오늘은 ‘‘국립소아병원 소아신경과 병동” 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다섯 번째 편지의 제목은 ‘프나엑 써싸이 브러싿 너으 쌀 에이’(신경과 병동) 입니다.

저희 병원에 처음 들어오시는 분들은 큰 규모에 놀라십니다.

아니 이렇게 큰 병원이 여기 있었나?

이 프놈펜 중심부 땅에 이렇게 큰 부지가 있었다니 하시면서 놀라십니다.

밖에서는 몰랐는데 들어와 보니 땅이 넓다고 하십니다.

병원이 크고 넓다 보니 병동을 분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캄보디아는 프랑스의 영향으로 법이나 의료 쪽에는 프랑스어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병동을 프랑스어인 Salle(‘쌀’로 발음)이라는 말을 써서 Salle A(쌀 아), Sall B(쌀 베), C(쎄), D(데) 이렇게 부릅니다.

저희 병원이 World Vision이라는 NGO에 의해 처음 병원 건물을 기증 받아서 지금도 Salle A는 월드비전이 기증해 주시고 캄보디아 왕실에서 리모델링 해 주신 니은 (L 자 모양) 자 모양의 건물입니다.

제가 처음 국립소아 병원 근무를 시작했을 때 발령 받은 곳이 Salle A이다보니 가장 정이 많이 가고 지나가면서 관심을 갖고 보게 됩니다.

여기는 신경과와 영양과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신경과(소아 신경과/정신과)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소아 신경과에 입원하는 아이들 중 가장 많은 경우는 열성 경련(febrile seizure) 때문입니다.

이는 아마 한국에서도 비슷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뇌는 아직 미성숙하여 고열이 나면 경련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5세 이하의 아이들이 열이 나면 해열제를 적극적으로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가 목이 붓고 아파서 고열이 나고 그러다가 경련을 하여 입원을 하는데, 다행히도 대개 입원 후에는 열도 떨어지고 경련도 더 하지 않아서 굳이 항경련제를 먹는 등의 지속적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곳 신경과에 Dr. Kao Sambath 교수님은 제가 아주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입니다.

이 분이 우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면서 신경학적 진찰을 하는 모습은 정말 예술입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는 방법 중에 신체 검진(Physical Examinatio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리도 들어보고(청진), 두드려 보고(타진), 만져 보고(촉진), 잘 관찰하고(시진) 하는 것들입니다.

이 중 가장 예술적인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신경과 진찰’이라고 감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의과대학 학생 때 응급실에서 신경과 선생님들이 환자를 진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질문을 하기도 하고, 환자에게 걸어 보라고도 하고, 망치로 무릎을 두드리기도 하고, 환자에게 글자를 써 보라고도 하고 하면서 신경과 선생님들은 병변의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합니다.

이를 국소화(localization), 편향화(lateralization) 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CT나 MRI를 찍어보면 예측한 위치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그런데 어린아이들 특히 말을 못하는 영유아라면 신경과 진찰은 더 어렵습니다.

아이를 뒤집어서 목은 잘 가누는지, 아이가 발을 딛는 힘은 어떤지, 손가락을 꽉 쥐는지, 눈동자는 어떤지, 잘 웃는지, 소리에 반응하는지 등등  관찰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모든 아이는 자라면서 때에 맞는 성장(growth) 과 발달(development)을 하는데 성장도 중요하지만 발달이 더딘 경우는 소아 신경과에 와야 합니다.

예를 들면 말을 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말을 잘 못하거나, 잘 걷지 못하거나, 지능이 떨어지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등의 경우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혹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뇌에 손상을 받아 평생 혼자 앉지도 못하고 팔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뇌성마비 아이들도 옵니다.

틱(Tic)이라고 하여 소리를 내거나 몸을 움직이는 등의 행동을 자기도 모르게 하는 아이들도 옵니다.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자폐 장애 아이들도 옵니다.

특히 캄보디아에는 맞벌이 하는 부모님들이 많아서 아이들을 주로 스마트폰을 보게 하며 혼자 놀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언어 발달, 집중력 발달이 더딘 아이들을 종종 봅니다.

우리가 흔히 ADHD로 알고 있는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도 와서 상담을 받습니다.

이때 Dr. Sambath 교수님은 먼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현재까지 상황을 자세히 묻고 시기마다 적절한 발달을 해 왔는지 체크하고 마지막으로 아이와 함께 놀면서 아이의 신경학적 발달 상황을 세심하게 관찰하십니다.

이 때 전공의 선생님들은 Dr. Sambath 교수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진찰 방법 하나하나를 눈을 반짝이며 보고 배웁니다.

진료실에는 아이가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들이 있고 분위기도 편안합니다.

교수님은 아이가 잘 못 걷는 경우에는 아이를 서게 하고 손을 잡고 걷게 하면서 이 아기가 물리치료를 통해 걸을 수 있는지 판단하십니다.

말을 못하는 아이라면 뇌발달 문제인지, 구강이나 성대 문제인지, 청력 문제인지 아니면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부족해서 생긴 심리적인 문제인지 진단하십니다.

Dr. Sambath 교수님의 진찰이 끝나면 대개 아이들은 약물과 함께 물리 치료 처방을 받습니다.

여기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국립소아병원은 캄보디아 소아를 위한 물리치료 시설이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물리치료사분들도 10분이 넘고 이 중에 한 분은 몇 년전 KOFIH (한국 국제 보건의료재단)에서 지원하여 한국의 국립재활원에 두 달간 연수를 다녀오신 분도 있습니다.

KOICA 지원을 받은 장애인 재활협회의 활동으로 기자재도 많이 확충이 되었습니다.

언어 치료실에는 호주 출신의 전문 언어 치료사 선생님도 계십니다. (치료시 예약 필수)

호주나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여러 NGO에서 지원을 와서 재능 기부를 해 주시기도 합니다.

한 선교사님이 도우시는 지방에 사는 아이 중에 뇌성마비로 안타깝게 누워서 지내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 어머니는 어렸을 때 무료 병원인 콘타보파 병원에서 아이를 치료 받게 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지방에서 프놈펜으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것은 여러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선교사님이 제게 협조요청을 하셨고 한국의 한 교회의 도움도 받으며 이 아이가 Dr. Sambath 교수님의 진찰을 받고 물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선교사님은 매주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를 차를 운전하여 아이를 데려오는 수고를 하십니다.

아이 어머니는 갓난 아이를 안고, 뇌성마비 아이를 멀리서 데리고 오느라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닌데도 힘든 내색 없이 아이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나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얼마 전에는 서는 연습도 하고 치료에 진전이 있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Dr. Sambath 교수님께도 이 아이가 서는 모습을 보여 드렸더니 기뻐하셨습니다.

제가 Dr. Sambath 교수님께 교수님 이야기를 한국 교민지에 쓰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글이 실리면 당신도 보고 싶으시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주위에 소아 신경과 진찰이 필요한 아이가 있으면 제게 연락해 주십시오.

제가 중간에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겠습니다.

오늘은 국립소아병원 소아 신경과(프나엑 써싸이 브러싿)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다음 번에는 ‘국립 소아 병원 Salle D 병동- 뎅기열’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국립 소아 병원이나 오늘 글 내용에 대한 문의가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캄보디아 KOICA 의사 서정호 올림 ( 011 944 511, yoyosuh77@ms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