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예술 이야기] 열번째 이야기 – 예술은 국경, 시대적 환경을 넘나든다.

기사입력 : 2020년 12월 14일

류기룡 타이틀

필자가 좋아하는 음악 중 한 곡인 뾰뜨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 I. Tchaikovsky)의 1812 Overture 라는 곡이 있다. 그 시작은 현악기로 연주되는 라르고(rargo) – 느리게 – 타입의 러시아 정교의 성가에서 발췌한 ‘신이 너를 보호 하신다’로 시작이 된다. 이는 러시아의 구원을 나타내는 기도이며, 이후에 오보에의 독주,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조금은 딱딱한 분위기의 선율이 대비되어 나온다. 이는 러시아 대중들의 신에 대한 기도와 나폴레옹에 대한 분노를 나타내며 이어서 국민동원력을 나타내는 듯 한 현악기와 바순의 저음연주가 이어진다.

ISSlxNiZFK73ZAx7JMXv97UkQX_w▲ 뾰뜨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ehaikovsky)는 낭만주의 시대의 러시아 제국의 작곡가, 지휘자이다.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비창 교향곡의 작곡가이다.

2부에 들어가서는 북의 울림과 팀파니등의 연주로 우군의 도착과 사열을 위해 정돈한 군대의 행진을 묘사한다. 음악의 템포도 빨라지기 시작하면서 ‘마르세예즈’ 멜로디가 호른에 의해 나오면서 모스크바의 위성도시인 노브이고로드(New City) 지방의 민요 발췌부분도 흘러 나온다. 이는 프랑스에 항거하는 모스크바 시민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군이 마지막 힘을 다해 공격하지만 음악은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대포가 포성을 터트리면서 프랑스군은 완전 격퇴되고 ‘마르세예즈’ 가락은 완전히 사라진다. 승리를 알리는 사원의 종이 울려 퍼지면서 곡의 시작부분에 나왔던 주제가 다시 반복되면서 장대하고 웅장한 관현악으로 발전한다. 러시아의 국가가 장중하게 연주되고 모든 사원의 종이 일제히 울리면서 마무리 된다.

이 곡은 모스크바 강가에 위치한 그리스도 구세주 대성당 재건을 추진하던 러시아의 짜르(황제) 알렉산더 2세가 자신의 즉위 25년을 기념하고 1882년 모스크바 예술 산업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차이코프스키에게 의뢰하여 작곡한 곡으로 1812년 프랑스 군대를 패배시킨 것을 기념하는 행사를 위하여 작곡된 곡이다.

차이코프스키는 작곡을 시작한지 6주만에 곡을 완성하였지만 ‘자신은 축제를 위한 곡을 작곡하는데 맞지 않으며, 이 곡은 너무 시끄럽고 야하고 예술적인 쓸모가 없다’며 넋두리를 하였다니 자기 자신의 작품을 예술가들은 혹평하기도 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어찌되었던 이 곡은 모스크바 대성당 앞에서 초연될 예정이었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실제 대포를 연주 중간에 넣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있었으나 1881년 3월 알렉산드르 2세 황제가 암살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1882년 모스크바 예술 산업박람회에서 <1812년 서곡>은 평범한 관현악 곡으로 편곡되어 실내에서 공연되었으며, 모스크바 그리스도 구세주 대성당은 이듬해인 1883년에 완공되었다. 또한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곡 중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이므로 본인과 후인들에게 부를 가져다 줄만하였지만, 이어졌던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금전적 이익은 돌아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오늘날 공산주의자들이 지적재산권을 훔쳐간 사례로 분류되고 있기도 한다.

unnamed▲ 미국 독립기념일에 터지는 성대한 불꽃놀이 광경(사진출처: 구글)

이렇게 역사적인 배경과 시대적 환경을 가지고 있는 P. I. Tchaikovsky의 1812 Overture는 국경과 시대를 넘어 오늘날 아이러니 하게도 역사적으로 가장 큰 대립관계에 있었던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로 일컫는 미국) 미국의 가장 큰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에 펼쳐지는 <July 4th 콘서트>에는 보스톤 팝스 오케스트라에 의해서 해마다 마지막은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이 연주되면서 불꽃놀이로 대미를 장식한다. 자신들의 독립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캄보디아의 중요한 국경일 중에는 100년이라는 긴 시간의 식민지 시대를 겪었던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기념일이 존재하고 있다. 그날 저녁에는 강변에서 거대한 불꽃놀이가 이루어 지고 많은 이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 속에서도 허전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한 컨텐츠가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까지 이 땅의 음악가들이 그 날을 기념하여 창작한 작품을 창작해내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것에 대한 아쉬움을 필자는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다. 종속의 기간을 벗어나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 낸 뜻 깊은 날을 축하하고 기념할 수 있는 이들만의 멋진 음악을 자신들의 정서가 담긴 선율로 작곡하고 캄보디아의 연주자들에 의해 울려 퍼지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기념비적일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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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룡 교수

경북대, 러시아국립차이코프스키음악원(석·박사)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 교수
성악가, 합창지휘자, 콘서트 프로듀서
NGO활동가로 동남아, 한국, 유럽에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