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8화 캄보디아의 상호부조 문화, 결혼식 축의금

기사입력 : 2019년 09월 10일

캄보디아의 전통 결혼식은 보통 약혼식을 치른 다음해에 하루 내지 일주일 동안 치러진다. 그리고 결혼식의 마지막날 저녁에는 현대적인 웨딩마치로 마무리하는데 주로 호텔이나 예식홀 또는 신부집앞 길가의 대형천막에서 치른다. 이날 신랑신부의 학교 은사, 동창과 후배, 직장 상사 및 동료, 제자 또는 거래처 사람들이 소정의 축의금을 준비해서 하객으로서 만찬에 참석한다. 이때 외국인이든 캄보디아인이든 신랑신부와의 관계 정도에 따라 축의금액을 고민한다.

▲ 캄보디아 결혼식 초대장과 축의금 봉투

대개 대도시의 보통 사람들의 결혼이라면 일반인 하객의 축의금 최저금액은 2019년 현재 대략 30불이다. 10년전에는 20불, 5년전에는 25불정도였으니 매년 1불가량 오른다고 추산할 수 있다. 그리고 외국인 하객이라면 상급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적어도 50불이상을 축의금 봉투에 넣는 것이 캄보디아인의 기대심리에 부합하는 편이다. 게다가 하객의 이름자와 축의금액을 기재하는 장부에 기록된다는 점에서 염치와 체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축의금의 최저금액을 산정할 때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결혼식에서 하객들에게 제공되는 만찬에 있다. 최근 결혼식을 치른 주변인들에 따르면, 2019년 현재 평범한 사람들의 결혼식에서 10명이 착석하는 만찬 테이블 한 개 값은 지방의 경우 80불내지 150불, 대도시의 경우 150불내지 200불이다. 이렇듯 지역에 따라서 만찬의 질적 수준은 차이가 나는데, 이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신부측의 경제력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하객들이 참석하기 부담스럽지 않는 선에서 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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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인 하객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축의금액을 어느정도 감안하고 결혼식에 참석할 것을 결정한다. 그리고 축의금을 내는 순간은 결혼식장에 입장할 때가 아니고 결혼식 만찬이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쯤이다. 만찬의 마지막 코스인 디저트가 나올 때쯤에 여기저기서 어느정도 깔끔한 지폐들을 지갑에서 주섬주섬 꺼내서 축의금 봉투에 밀어넣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즉, 음식을 다 먹어보고 행사를 전반적으로 감상한 뒤에 종합적으로 축의금액을 결정하는 것이다.

결혼식 만찬 음식은 평소 맛보기 힘든 산해진미인 것은 분명하다. 외식업체가 대략 15가지 정도의 음식을 웨딩의 식순에 따라 시간차를 두고 테이블마다 제공한다. 대체로 첫번째 코스는 식전음식으로서 닭가슴살과 샐러리찜, 어육 튀김, 메추라기 구이, 스프링롤 튀김과 캐슈넛이 제공된다. 본 코스는 게살 스프, 왕새우 구이, 해삼과 야채 스튜, 튀긴 도미 요리, 오골계탕, 볶음면, 볶음밥, 흰밥이 제공된다. 그리고 마지막 코스로 달콤한 디저트가 다채롭게 제공된다. 물론 술과 음료는 기본 세팅으로서 무한리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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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 만찬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과 음료의 모습

캄보디아에서 결혼식은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건기철에 치러진다. 결혼식이 있기 대략 보름 전부터 청첩장이 돌려지고 웨딩마치가 있는 당일에는 결혼식 하객들도 멋을 한껏 내느라 분주하다. 또한 사회생활에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하는 동창들을 만나는 계기이고 신랑신부의 관계망에 따라 새로운 인맥을 구축하는 자연스러운 장이 되기도 한다. 한 끼 식사비로 30불은 좀 비싸겠지만 결혼식을 상호부조하고 다양한 즐거움을 함께 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지불할 만한 금액이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